교회와 삶/국내교회

10년 동안 세계교회 이끌 한국교회의 대표적 영성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2. 11. 15:56

10년 동안 세계교회 이끌 한국교회의 대표적 영성

출처: 국민일보 [2008.12.09 15:53]      


교회성장연구소 목회자·평신도 327명 설문조사

한국교회는 지난 30년간 세계교회 성장을 주도해 왔다. 그 이유는 한국교회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영성때문이었다. 새벽기도, 통성기도, 선교, 성령충만의 영성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세계교회를 이끌 수 있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영성은 무엇일까? 한국 기독인들은 기도의 영성, 예배의 영성, 실천의 영성, 전도의 영성, 선교의 영성, 설교의 영성 순으로 꼽았다.

본보가 교회성장연구소에 의뢰해 목회자와 평신도 3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영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3.1%는 기도를 제일 먼저 꼽았다. 이어 18.3%는 예배의 영성, 16.8%는 실천의 영성, 8.0%는 전도의 영성, 7.6%는 선교의 영성, 4.0%는 설교의 영성을 들었다.

기도의 영성 중 응답자의 53.2%는 새벽기도를 한국교회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기도 행태로 꼽았다. 새벽기도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 등도 개인적으로 실천했던 것이지만 한국교회가 처음으로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확대, 대중적인 기도운동으로 발전시킨 것. 길선주 목사가 1906년 평양장대현교회에서 새벽기도회의 불씨를 지핀 뒤 이듬해 평양대부흥이 일어났다. 이후 역사의 격동기 때마다 수많은 기독인들이 새벽기도를 통해 개인의 신앙을 다졌을 뿐아니라 사회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힘을 얻곤 했다. 이 때문에 새벽기도는 현재 세계교회가 한국교회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적인 코드가 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는 한국교회의 기도 행태로 새벽기도 외에 중보기도(20.5%) 통성기도(14.7%) 작정기도(3.1%) 철야·금식기도(2.4%) 안수기도(0.6%) 순으로 꼽았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강조해야 할 영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51.7%가 '실천의 영성'을 들었다. 이는 한국교회가 타종교에 비해 섬김과 나눔 등에 앞서 있다고 하지만 한국 기독인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실천의 영성을 더 강화시킬 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교회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천의 영성에 이어 응답자 19%가 기도의 영성을 꼽은 것은 한국 기독인들의 심성 속에 여전히 기도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지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도·실천의 영성에 비해 전도의 영성(7.6%)과 선교 영성(5.5%)이 낮게 나타난 것은 한국교회가 세계 2위의 선교파송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기독인들이 전도와 선교를 절박한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이는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한국교회를 방문하면 새벽기도와 함께 선교적 열성을 높게 평가하고 세계교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세계복음화의 대사명을 완수하자고 제안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한편 '세계교회에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자세'에 대해 응답자의 27.8%는 성령충만을 가장 먼저 택했다. 이어 겸손·자기부인(25.4%), 삶의 모범(17.7%)을 꼽았다. 또 진실성(17.4%) 희생정신(6.7%) 성실성(2.1%)이 뒤를 이었다.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자세'에 대해서는 성령충만(31.5%) 삶의 모범(25.1%) 겸손·자기부인(18.0%) 진실성(9.5%) 희생정신(7.3%) 성실성(5.2%)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평신도보다는 한국교회 지도자가 더 앞장서 겸손·자기부인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기대 심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초신자 시절, 교회 하면 연상되던 것'에 대해 응답자의 48.3%가 예배라고 했으며, 기도(15.3%) 설교(12.8%) 전도(8.9%) 섬김(7.6%) 선교(1.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교회하면 연상되던 것'에 대해서는 예배라고 한 응답자가 31.8%로 가장 높았지만 섬김(14.7%) 기도(14.4%) 전도(11.6%) 선교(11.3%) 설교(11.0%)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 오덕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새벽기도와 함께 세계교회와 공유할 수 있는 기도 코드로 '산기도'를 들었다. 주로 기도원 등지에서 금식기도와 함께 이뤄지는 산기도는 한국교회 특유의 기도법이다. 안락하고 편안한 교회 의자보다는 척박한 곳에서 하나님과 일대일 대화에 집중하려는 불퇴전 믿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 총장은 사경회(말씀공부), 성경암송운동, 교회개척분립, 가정예배 등 초기 한국교회의 전통도 세계교회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교회의 영성이자 신앙이라고 평가했다.

역사신학자인 조병호 목사는 "성경의 구와 절을 분석하고 나누어 이해하려는 서구의 성경해석방법에서 벗어나 성경에 담긴 관계성을 읽어내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동양적 성경읽기를 해온 한국교회의 성경통독 방식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영성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함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