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국내교회

5만 교회 현주소 GIS 분석―② 2000년대 한국교회 확장지도] 난립하는 교회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2. 11. 15:53

5만 교회 현주소 GIS 분석―② 2000년대 한국교회 확장지도] 난립하는 교회들…

[2008.12.09 16:57]      


한국 교회 10개 중 9개는 작은 교회다. 통계청 2007년 사업체 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교회수는 5만2905개로 집계됐으며, 이 중 92.98%에 해당하는 4만9192개가 소형 교회로 나타났다.

소형교회 숫자는 2000년 3만9518개(91.98%), 2006년 4만8184개(92.89%)로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전체 교회 중 90% 이상의 비율을 점유해왔다. 반면 중형교회는 2000년 2906개에서 2007년 2752개로 지난 7년간 154개가 줄었다. 중형교회 감소세는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경북과 전남에서는 2000∼2007년 중형교회가 각각 15개, 11개 늘어났다. 최근 급속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도시교회들도 대부분 소형교회들이다.

작은 교회는 교인들 하나하나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친밀도 높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으며, 적극적인 개척활동으로 지역사회 선교의 첨병 역할을 한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한국 기독교의 실핏줄'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교회들 대부분은 교인 감소와 낮은 재정자립도 등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 신도시처럼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어 교회 난립이라는 비난을 불러오기도 한다.

교회 개척에 실패한 뒤 간판만 달고 있는 교회도 제법 된다. 작은 교회 관련 모임을 하는 한 목사는 "문 닫아야할 교회, 문은 닫았지만 간판만 내리지 않고 있는 교회, 노회에 교회라고 보고만 한 교회들도 많다"며 "일부 교단은 교회를 유지하기만 해도 생활비조로 80만∼100만원씩 주거나 은퇴 뒤 연금을 주고 있어서 이를 노리고 간판만 달고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자립도 못하는 작은 교회들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의 목회자 수급 조건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신학교를 졸업한 뒤 전도사를 거쳐 부목사, 담임목사가 되는 과정을 밟는다. 매년 신학교를 졸업하는 예비 목회자 숫자는 1만5000여명에 달한다. 교회 성장이 둔화되면서 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전임사역자 자리는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이다. 다행히 큰 교회에서 자리를 얻었다고 해도 부목사가 되면 자기 교회 개척에 나설 수밖에 없다.

수요는 늘지 않는데 공급만 많은 구조에서 교회수는 계속 늘어나고 개척교회 대부분이 미자립 상태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각 교단 차원에서 교회 개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단마다 '500m 이내에 다른 교회가 있으면 교회를 세우지 못한다'는 원칙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원칙은 같은 교단 내에서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회 건축이 이뤄지는 현장 바로 옆에서 또 다른 교회 공사가 시작되는 광경도 드물지 않다. 이원규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는 "교회 개척에서도 기준을 정하고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등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담임 목사를 꼭 해야 한다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병원이나 학교, 복지기관, 교도소, 군 등에 목회자를 파견해 사회 선교를 담당하게 하는 등 전문영역을 개발해 교회가 아니더라도 목회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