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영적 리더십

성경속 리더 그들 뒤엔 주연 같은 조연 있었네!엘리에셀, 갈렙, 바나바, 세례요한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6. 1. 10:43

Monthly 미션-‘리더’] 성경속 리더 그들 뒤엔 주연 같은 조연 있었네!

[2010.05.31 17:33]     


이 시대는 리더에 열광한다. 사람들 마음 속 깊은 곳에 리더가 되고픈 욕망 또한 꿈틀거린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서점에서는 리더와 리더십에 대한 책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곤 한다. 하지만 성경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브라함, 모세, 사도 바울 등 한 시대를 경영했던 이들의 뒤에 반드시 ‘산소와 같은 조연’이 있었음을 증거한다. 하나님은 리더들만 찾고 계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그의 방법대로, 그의 뜻 안으로 이끌어줄 자인 ‘종(조연)’을 찾고 계신다(사 59:16, 겔 22:30).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은 ‘종의 개론서’ 1장 주인공이 될 만하다. 그는 종이었지만 매우 특별났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이 태어나기 전 그를 후계자로 삼으려 할 정도였다(창 15:2). 어느 날 아브라함은 그에게 중차대한 프로젝트를 맡겼다. 이삭의 아내를 구해오라는 것(창 24:4). 긴 여행 끝에 하란에 도착한 엘리에셀은 주인에게 배운 대로 하나님께 기도한 뒤 우물가에서 나그네는 물론 짐승의 목마름까지 배려할 줄 아는 리브가를 만났다(창 24:10∼27). 이어 리브가의 부모를 만나 자신이 온 목적을 밝힌 뒤 결혼 허락까지 받아내고 차기 안주인이 될 리브가와 함께 아브라함 집으로 돌아왔다(창 24:28∼67). 그의 헌신으로 이삭은 당시 하나님께 인정받는 최고의 배필을 만나게 됐다.

한편 약대털옷에 가죽 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석청을 주식으로 먹던 세례 요한은 자청해서 초특급 주연이었다가 조연으로 내려앉은 경우다. 그의 메시지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를 오랫동안 기다렸던 메시아로 믿기도 했다(눅 3:15). 하지만 그는 “자신은 망해야 하고 예수는 흥해야 한다”고 밝혔다(요 3:30). 심지어 자신의 제자들까지 예수께 보냈다(요 1:40). 하지만 예수님의 평가는 놀라웠다. “여자가 낳은 자 중 세례 요한보다 더 큰 자가 없다”(마 11:11, 눅 7:28). 성경에는 주연급 조연이 적지 않다. 여호수아와 함께 가나안을 정탐했던 갈렙의 고백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수 14:12)는 복음성가로 작곡돼 지금도 ‘믿음의 상징 코드’로 널리 불리고 있다. 그가 혜성같이 등장한 것은 가데스 바네아에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정탐 결과를 보고할 때였다. 열 명의 정탐꾼은 가나안 땅에 결코 들어갈 수 없을 거라고 비관적 보고를 했다. 하지만 갈렙은 가나안은 하나님이 약속하는 땅이라며 믿음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민 13:30). 이를 계기로 갈렙에 대한 모세의 신뢰가 두터워졌다. 모세는 가나안 정복 전쟁이 끝난 뒤 갈렙이 가장 먼저 원하는 땅을 선택토록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민 14:24). 출애굽 45년 만에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가 가나안의 대부분 지역을 점령하고 땅을 나누기 위해 제비뽑기를 시작하려 했다. 갈렙은 여호수아와 백성 앞에 나아와 모세의 약속을 상기시켰다(수 14:6∼9).

모든 이가 숨죽인 채 85세의 갈렙의 선택을 지켜보았다. 그의 고백은 엉뚱했다. “이 산지를 내게 주시오. 그 땅에 힘 센 아낙 자손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그 말씀대로 내가 승리할 수 있는 믿음이 있소이다”(수 14:11∼12). 이미 정복해 놓은 좋은 땅이 아니라 아직 차지하지 못한 크고 견고한 땅, 헤브론을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을 위한 땅으로 선택한 것이다. 순간 여호수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향한 가슴 벅찬 마음을 되살렸다.

또 다른 주연급 조연, 구브르 레위인 요셉은 과거 예수 믿는 사람들을 핍박했던 전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바울을 초대교회 지도자들이 받아들이게 한 1등 공신이다. 사도들은 그를 ‘바나바’라고 부르며 존경했다. 그는 하나님이 이방인 전도를 위해 바울을 택하신 걸 확신하고 사도들에게 당당히 추천했을 뿐 아니라 바울과 함께 제1차 전도여행을 떠났다(행 11∼15장). 전도여행 중 낙오된 조카 마가를 다시 전도 팀에 합류시키려 했던 것 때문에 바울과 크게 다투고 각자 다른 길을 갔지만(행 15:39) 바나바의 포용력은 훗날 빛을 발했다. 실패자 마가는 예수님의 행전인 마가복음을 기록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