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없는 문화는 ‘쇼’, 하나님 임재 중요”
[인터뷰] 20주년 맞은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 [2009-02-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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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교회갱신으로 한국교회 예배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나가고 있는 오륜교회 담임 김은호 목사 ⓒ 송경호 기자 |
지난 주 오륜교회 당회장실에서 만난 김은호 목사는 시종일관 확신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김 목사는 “20년 전과 지금 교회의 모습을 보며 제 자신도 놀란다. 하나님의 은혜였다”며 “안주하려 할 때 위기가 찾아온다.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하고 달려 나가야 한다”고 했다.
1989년 서울 강동구의 한 건물 상가 2층에서 사역을 시작한 오륜교회는 20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꾸준히 성장해 현재 1만명(장년 7천5백명)의 규모를 이뤘다. 특히 1994년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상가 시절부터 시작된 예배 갱신은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교회 성장의 모델이 됐다.
오륜교회의 예배는 간소하면서도 찬양과 경배의 은혜가 충만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기도, 헌금시간, 봉헌기도 등 기존 예배의 틀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대신 찬양을 늘리고 영상뉴스, 설교로 간결하게 해 예배의 진행을 물흐르듯 매끄럽게 했다. 때문에 교회는 젊은이들로 차고 넘친다. 다음세대를 예배자로 세우는 ‘글로리 워십 컨퍼런스’, 청소년들을 영적 성장을 도모하는 ‘ALL IN’ 등은 많은 교회들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김은호 목사는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문화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은호 목사가 전하고자 하는 오륜교회 성장의 본질은 단순히 사역의 방법론에 있지 않았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임재하심 없는 문화는 쇼에 불과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예배갱신 개념 생소하던 당시 과감히 시도
“목회자가 철학을 갖고 문화의 옷 입혀야”
교회 개척을 시작한 지 몇 년 뒤 미국을 방문했던 김은호 목사는 한국교회에선 볼 수 없었던 열린예배를 경험했다. 그곳에서 김 목사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표현하자면 ‘현대적 문화예배’라고 할 수 있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고 제 안에 눌렸던 것들이 풀어지며 평안을 경험하고 말씀이 영으로, 생명으로 다가왔습니다. 개척교회를 하며 눌려있었는데 색다른 하나님의 임재였죠. 찬송 중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느꼈습니다.”
김 목사는 “예배의 본질은 드림”이라며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말씀 위주로만 되어 있다. 찬송을 마음을 열기 위한 하나의 ‘워밍업’으로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찬송 속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한 이후 김 목사는 예배 형식과 순서를 간소화하고 찬양시간을 늘렸다. 오히려 성도들은 그러한 예배의 흐름 안에서 하나님을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
94년 당시는 예배갱신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그 시대의 문화가 있고 이젠 성도들도 수준이 있다. 그것을 무시해선 안된다”며 과감히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젊은이에겐 젊은이답게, 노인에겐 노인답게 문화의 옷을 입혀야 한다. 그러려면 목회자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는 감동 주지만 죽은 자 살릴 순 없어”
시대에 교회에 맞게 각자의 사역 달랐으면
특히 다음 세대를 세우는 사역에 유난히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김 목사는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라고 강조했다. ALL IN(청소년비전학교), ALL OUT(영어영성캠프), 비전아카데미(대중 전문인 예술학교) 등은 이 같은 사역의 핵심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분명히 말한다. “문화는 감동을 줄지언정 죽은 자는 살릴 수 없다. 영성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된다”
2년 전 청소년비전학교를 개최할 당시 여러 이유로 함께 행사를 준비했던 기획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내로라하는 유명 가수들을 초청했다. 기획사의 뜻대로 엄청난 인원의 청소년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는 곧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청가수의 퇴장과 함께 청소년들 역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것이다.
김 목사는 “영성이 빠져 있는 집회는 예배가 아니라 유흥”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복음이 제외된 흥겨움은 귀신들린 장난으로 끝날 수 있다. 주님을 향한 마음이 아닌 단순히 흥겨운 것일 뿐”이라며 껍데기뿐인 열린 예배는 단호히 비판했다. 그는 “단순히 예배를 바꾼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전정한 예배자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의 경험이 젊은 영혼들을 품어내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화려한 건물과 예배로 유명한 로버트 슐러 목사의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 Church)는 오히려 반면의 교사가 됐다. “예배에 방문객이 80%였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던 수정교회 예배 참석 경험에 대해 김 목사는 “건물의 아름다움만 있지 하나님의 임재가 없는 ‘쇼’에 불과했다”며 “예배를 보러 오는 이만 있을 뿐 드리러 오는 이는 없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목사는 “예배에 대한 설렘이 없는 교회는 언젠가 문을 닫는다. 하지만 상가교회일지라도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있다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주년을 맞아 사역박람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를 한국교회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 그였지만 의외로 “우리교회가 샘플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교회마다 각자의 사역이 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의 옷을 입을 때 목회자들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시대와 교회의 상황은 모두 다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각 교회에 맞는 지혜를 간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는 “보통 이 시점에서 한번 숨고르기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고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무엇이든 부흥의 파도를 타야 한다. 편하고 여유롭게 사역할 수 있지만 그것은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 아니다. 어느 정도 성장한 교회들이 직면하는 문제점이라는 것을 알기에 끊임없이 앞만 보며 나아가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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