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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강태윤 선교사 , 끝이 안보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1. 1. 12:11


From ;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강태윤 선교사

To ; 국민일보 독자 여러분

끝이 안보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과 팔레스타인의 보복 공격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또 다른 팔레스타인자치구 베들레헴에서 20년째 사역중인 강태윤 선교사가 본보에 편지를 보내왔다. 강 선교사의 절절한 기도 편지를 소개한다.

성탄 행사 참석을 위해 이스라엘 군 당국으로부터 1주일 특별허가증을 받아 가자지구에서 베들레헴으로 온 팔레스타인 할머니 일함(60)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저며온다. 어떻게 가자로 돌아갈 수 있겠냐며 발을 구르던 할머니의 눈가에서 이제는 눈물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가자지구는 아비규환의 현장, '죽음의 수용소'로 변해버렸다. 증오와 분노의 포성과 총성만 들려올 뿐이다.

끝없는 무력 충돌에 선교사로서 무력감을 느낀다. 십자가의 사랑과 용서, 희망을 전해야 하는 목회자로서 부모와 자녀, 이웃을 잃은 사람들에게 그저 참으라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크리스천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를 요청하는 것뿐. 고국의 성도님들에게 간절히 기도해줄 것을 호소한다.

이번 사태는 예고된 것이었다. 2005년 총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고 야세르 아라파트 주도의 파타당 대신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한 하마스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팔레스타인내 분열은 가속화됐다. 이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 정부 고사 작전에 들어갔고 결국 파타당은 요단강 서안지구를,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관장하는 2개의 정부로 나뉘었다. 가자지구는 서방의 봉쇄 조치로 거대한 감옥이 됐다. 가자의 팔레스타인인 150만명은 하루를 연명하기도 힘에 부쳐 하는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하마스 치하의 가자지구가 급속히 이슬람 원리주의화된 것은 사실이다. 유일한 개신교회인 침례교회가 성도 100명에서 20명으로 줄어들었다. 성서공회도 문을 닫았다. 크리스천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으로 인해 두려움 속에서 지내고 있다. 크리스천 여성들은 외출할 때 히잡을 써야 할 정도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 대부분은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보통 사람이다. 타종교인이라고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금 사태의 해결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손 모아 간곡히 부탁드린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주님의 마음으로, 이번 사태가 속히 종료되고 미완성이라 할지라도 평화가 임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제발 우리와 상관없는 먼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여기지 말고 긍휼한 마음으로 기도해줄 것을 요청한다.

베들레헴에서 강태윤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