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성공은 딴나라 얘기"… 남은 건 가족해체와 1평짜리 쪽방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2부. 커지는 빈부차, 멀어지는 사회통합 <1> 돈 보다 희망을 잃었다
한때는 동대문시장 사장님… 외환위기·카드대란 겪으며 빚만 눈덩이
끝없는 추락 희망근로까지 끊기며 이혼 "패자부활 막힌 사회 몸서리"
2부. 커지는 빈부차, 멀어지는 사회통합 <1> 돈 보다 희망을 잃었다
한때는 동대문시장 사장님… 외환위기·카드대란 겪으며 빚만 눈덩이
끝없는 추락 희망근로까지 끊기며 이혼 "패자부활 막힌 사회 몸서리"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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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가명) 씨가 택시회사에 취직해 받은 첫 월급 명세서와 그의 인생여정. 하루 12시간 일해 받은돈이 고작 78만3,634원으로 고시원비(23만원)와 빚 상환액(18만원)을 빼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은행 빚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 사무실을 찾은 이들이 9일 재기를 위해 채무재조정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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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나 같은 사람에게 단 한 번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지. 10년이 넘도록 갖은 방법을 다 써서 재기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늘어가는 건 빚 뿐이었어."
지난 9일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 6층 상담실. 김경한(60ㆍ가명)씨는 지난 12년간 재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곳을 찾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
30년 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숙녀복 전문 의류 가게를 열고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 아내와 함께 하루 12시간을 꼬박 장사에 매달리며 5년 만에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고,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자가용까지 몰 정도로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했다. 김씨는"그 때는 배운 것 없어도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믿음은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무너졌다. 대기업과 은행이 쓰러지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의 가게도 내리막을 걸었다. 거래처로부터 받은 어음은 휴지조각이 됐고, 의류제조사들로부터 밀려드는 대금 상환 요구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김씨는"15년간 피땀 흘려 벌어 놓은 현금을 3개월 만에 빚 갚는데 다 썼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 6층 상담실. 김경한(60ㆍ가명)씨는 지난 12년간 재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곳을 찾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
30년 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숙녀복 전문 의류 가게를 열고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 아내와 함께 하루 12시간을 꼬박 장사에 매달리며 5년 만에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고,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자가용까지 몰 정도로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했다. 김씨는"그 때는 배운 것 없어도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믿음은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무너졌다. 대기업과 은행이 쓰러지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의 가게도 내리막을 걸었다. 거래처로부터 받은 어음은 휴지조각이 됐고, 의류제조사들로부터 밀려드는 대금 상환 요구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김씨는"15년간 피땀 흘려 벌어 놓은 현금을 3개월 만에 빚 갚는데 다 썼다"고 말했다.
1999년 김씨는 결국 아파트를 팔았다. 5,000만원으로 아내와 함께 다시 동대문시장에서 재기의 꿈을 다졌다. 하지만 동대문시장은 더 이상 옛날의 그 곳이 아니었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옷 가게를 차리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졌고, 김씨의 노력은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물거품이 됐다.
그로부터 3년 후. 정부가 지원하는 소상공인 자금(1,000만원)에 카드 현금서비스(2,000만원)까지 더해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1년 후 카드대란이 터지면서 빚더미에 올라 앉고 김 씨는 신용불량자(현재 채무불이행자)가 됐다. 김씨는"빚을 줄여보려고 징역(6개월)을 살기도 하고 자살까지 시도해 봤다"며 "정부는 위기를 극복했다고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정작 내 빚은 줄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 마저 끊어지면서 지금은 생계가 막막한 상태다. 아내와 자녀들도 그의 곁을 떠났다. 직업만 잃은 것이 아니라, 그는 가정도 잃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한 번의 위기를 거칠 때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도 그만큼씩 벌어졌다. 외환위기 때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카드사태는 빚더미에 앉았던 이들의 파산으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계선상에 있던 가계와 자영업자의 몰락으로.
이렇게 벌어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위기 극복의 과실은 부유층에게 돌아갔고, 패자부활의 기회는 꽁꽁 막혔다. 신용회복 프로그램이나 미소금융 등 각종 재활 제도가 만들어졌다지만, 물 속에서 허우적대며 까치 발을 들고 서 있는 이들의 목숨만 구제해줄 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기엔 너무 미흡했다.
홀로 남은 그는 이제 마지막으로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해 한 달에 번 돈은 78만원 가량. 남부럽지 않던 동대문시장 사장님이 돈과 가정을 잃고 월 78만원짜리 택시기사가 되는데는 10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한달 23만원짜리 1평이 채 안 되는 독서실 방에서 소주 없이는 잠을 들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바람은 단 한가지. 자신에게 남은 빚을 정리해 자식들에게 빚을 대물림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 때문에 자식들이 채무불이행자가 돼 취직도 못하고 있어. 죽기 전에 빚 다 갚아서 그 놈들 구제하는 게 마지막 남은 희망이지, 뭐."
☞ 기업 간, 계층 간 상생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장과 바람직한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제보하신 분의 신원은 반드시 보장합니다. 연락처 : e메일 ikpark@hk.co.kr 전화 (02)724-2421 산업부
그로부터 3년 후. 정부가 지원하는 소상공인 자금(1,000만원)에 카드 현금서비스(2,000만원)까지 더해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1년 후 카드대란이 터지면서 빚더미에 올라 앉고 김 씨는 신용불량자(현재 채무불이행자)가 됐다. 김씨는"빚을 줄여보려고 징역(6개월)을 살기도 하고 자살까지 시도해 봤다"며 "정부는 위기를 극복했다고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정작 내 빚은 줄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 마저 끊어지면서 지금은 생계가 막막한 상태다. 아내와 자녀들도 그의 곁을 떠났다. 직업만 잃은 것이 아니라, 그는 가정도 잃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한 번의 위기를 거칠 때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도 그만큼씩 벌어졌다. 외환위기 때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카드사태는 빚더미에 앉았던 이들의 파산으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계선상에 있던 가계와 자영업자의 몰락으로.
이렇게 벌어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위기 극복의 과실은 부유층에게 돌아갔고, 패자부활의 기회는 꽁꽁 막혔다. 신용회복 프로그램이나 미소금융 등 각종 재활 제도가 만들어졌다지만, 물 속에서 허우적대며 까치 발을 들고 서 있는 이들의 목숨만 구제해줄 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기엔 너무 미흡했다.
홀로 남은 그는 이제 마지막으로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해 한 달에 번 돈은 78만원 가량. 남부럽지 않던 동대문시장 사장님이 돈과 가정을 잃고 월 78만원짜리 택시기사가 되는데는 10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한달 23만원짜리 1평이 채 안 되는 독서실 방에서 소주 없이는 잠을 들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바람은 단 한가지. 자신에게 남은 빚을 정리해 자식들에게 빚을 대물림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 때문에 자식들이 채무불이행자가 돼 취직도 못하고 있어. 죽기 전에 빚 다 갚아서 그 놈들 구제하는 게 마지막 남은 희망이지, 뭐."
☞ 기업 간, 계층 간 상생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장과 바람직한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제보하신 분의 신원은 반드시 보장합니다. 연락처 : e메일 ikpark@hk.co.kr 전화 (02)724-2421 산업부
가계빚 60%이상이 주택담보대출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금리인상 지속땐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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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도동에 사는 조미례(49ㆍ가명)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그는 부동산 광풍이 일던 2006년7월, 이 곳에 114㎡ 아파트를 8억7,000만원에 구입했다.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무리를 해서 2억8,500만원 대출을 끼고 산 집이었다. 3년 정도 살다가 팔아서 차익을 남길 요량이었고, 그래서 대출도 짧게(3년) 받았다.
당초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0.9%포인트가 붙었던 대출 가산금리는 지금 2.7%포인트로 확 뛰었다. 집을 팔겠다고 내놨으나 좀처럼 팔리지 않아 1년 단위로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있는 처지. 한 때 80만원 밑으로 떨어졌던 월 이자 부담은 요즘 122만원으로 불어났다.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가 빚을 내지 않고는 도저히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사회.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잘 활용할수록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건 거의 철칙이나 다름 없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처럼 과도한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금융 규제들이 가장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되는 현실이, 레버리지의 투기 효과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절반 가량(48.6%)을 소득 상위 20% 계층이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한국노동연구원) 또한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이 치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4월말 현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336조원. 전체 가계대출(558조원)의 60%가 넘는다. 빚을 내는 이유의 절반 이상은 거주 목적이든, 투기 목적이든 집을 사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당초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0.9%포인트가 붙었던 대출 가산금리는 지금 2.7%포인트로 확 뛰었다. 집을 팔겠다고 내놨으나 좀처럼 팔리지 않아 1년 단위로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있는 처지. 한 때 80만원 밑으로 떨어졌던 월 이자 부담은 요즘 122만원으로 불어났다.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가 빚을 내지 않고는 도저히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사회.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잘 활용할수록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건 거의 철칙이나 다름 없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처럼 과도한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금융 규제들이 가장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되는 현실이, 레버리지의 투기 효과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절반 가량(48.6%)을 소득 상위 20% 계층이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한국노동연구원) 또한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이 치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4월말 현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336조원. 전체 가계대출(558조원)의 60%가 넘는다. 빚을 내는 이유의 절반 이상은 거주 목적이든, 투기 목적이든 집을 사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상위 1%가 전국 개인땅의 57% 차지, 개발이익 환수·토지보상제 보완 등 시급
정민승기자 msj@hk.co.kr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자산 양극화 해법은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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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05년)를 보면 6.6%의 가구가 전체 주택의 36%를 보유하고 있다. 또 2006년에 발표된 토지소유현황에 따르면 전국 인구 1%가 소유한 토지는 전국 개인 소유 토지의 56.7%에 이른다.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이 이처럼 상위 극소수 계층에 편중된 탓에 부동산가격 상승은 자산격차확대(자산양극화)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산 양극화 해소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 선대인 김광수연구소 부소장은 "2006년말 주택을 살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거의 다 구입을 했고 수요는 현재 고갈된 상태"라며 "부동산 시장이 지금 냉각됐다고 해서 더 큰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은 위험 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위축은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만큼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아파트 보다는 토지 쪽의 자산편중이 더 심하다. 때문에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와 정책이 토지시장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세와는 반대로 전국의 지가는 올 들어 0.7% 상승하는 등 2000년 이래 평균 가격이 38%이상 올랐다"며 "높은 토지가격은 보상가격을 끌어올리고, 높은 지가는 다시 분양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집값은 떨어져도 땅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변 교수는 "개발사업이 진행되어 지가가 상승하게 되면 그로 인한 지가상승분을 토지소유주가 독차지할 수 있는 한 지가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며 "개발이익의 환수와 토지보상제도의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산 양극화 해소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 선대인 김광수연구소 부소장은 "2006년말 주택을 살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거의 다 구입을 했고 수요는 현재 고갈된 상태"라며 "부동산 시장이 지금 냉각됐다고 해서 더 큰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은 위험 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위축은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만큼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아파트 보다는 토지 쪽의 자산편중이 더 심하다. 때문에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와 정책이 토지시장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세와는 반대로 전국의 지가는 올 들어 0.7% 상승하는 등 2000년 이래 평균 가격이 38%이상 올랐다"며 "높은 토지가격은 보상가격을 끌어올리고, 높은 지가는 다시 분양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집값은 떨어져도 땅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변 교수는 "개발사업이 진행되어 지가가 상승하게 되면 그로 인한 지가상승분을 토지소유주가 독차지할 수 있는 한 지가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며 "개발이익의 환수와 토지보상제도의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빚 두려워 미뤘던 내 집 마련 꿈이 기약없는 꿈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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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2부. 커지는빈부차, 멀어지는사회통합 <1> 집이빈부가르는사회
"돈 좀더 모아서" 우물쩍하다 3억 아파트가 10억 '훌쩍'
"무리해서라도 살걸…" 후회 '부동산 불패'가 박탈감으로
2부. 커지는빈부차, 멀어지는사회통합 <1> 집이빈부가르는사회
"돈 좀더 모아서" 우물쩍하다 3억 아파트가 10억 '훌쩍'
"무리해서라도 살걸…" 후회 '부동산 불패'가 박탈감으로
집으로 대표되는 자산의 빈부차는 소득격차보다 더 깊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대변하고 있다.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지척에는 자산의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 빈민촌인 개포동 구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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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 2000년 봄. 중견 보험회사에 다니던 김성곤(39ㆍ가명)씨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 반지하 전세집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전세금 2,100만원. 그래도 큰 걱정은 없었다. 당시 김씨와 학원강사이던 아내의 월 수입은 350만원 가량.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는 아니라도 남들처럼 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4년 뒤 아이가 생기면서 습하고 햇볕도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에서 벗어나기로 했지만, 당장 집을 사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당시 20평형대 집을 사려면 최소 5,000만원 이상 대출을 받아야 됐죠. 아이 때문에 아내도 일을 그만뒀는데 대출금을 다달이 갚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전세금 4,700만원에 인근 다가구주택 2층으로 옮겼다. 비록 내 집 마련의 꿈은 뒤로 미뤘지만, 반지하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집을 살 때마다 번번이 고심했지만, 그 때마다 내린 결론 역시 "조금만 더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조금만'은 곧 '기약 없이'로 바뀌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며 1억원 남짓하던 아파트가 순식간에 3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김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지날 때마다 멍하니 시세표를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다. 지금 김씨는 전세금 1억3,000만원에 서울 노원구 중계동 20평형대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4년 뒤 아이가 생기면서 습하고 햇볕도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에서 벗어나기로 했지만, 당장 집을 사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당시 20평형대 집을 사려면 최소 5,000만원 이상 대출을 받아야 됐죠. 아이 때문에 아내도 일을 그만뒀는데 대출금을 다달이 갚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전세금 4,700만원에 인근 다가구주택 2층으로 옮겼다. 비록 내 집 마련의 꿈은 뒤로 미뤘지만, 반지하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집을 살 때마다 번번이 고심했지만, 그 때마다 내린 결론 역시 "조금만 더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조금만'은 곧 '기약 없이'로 바뀌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며 1억원 남짓하던 아파트가 순식간에 3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김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지날 때마다 멍하니 시세표를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다. 지금 김씨는 전세금 1억3,000만원에 서울 노원구 중계동 20평형대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그 때 집을 샀더라면…" 세입자들이라면 누구나 몇 번쯤 이런 후회를 하곤 한다.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극빈층이야 논외라 쳐도, 빚이 두려워 내 집 마련을 미뤄왔던 이들에겐 우리 사회의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곧 좌절감이 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31평형) 가격은 2001년 3억원에도 채 못 미쳤다. 한 때 10억원을 훌쩍 넘었다가 지금은 많이 떨어졌다지만 그래도 9억원이 넘는 수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5억원 이상 더 뛴 셈이다.
이러니 우리 사회에서 '집'은 소득 양극화보다 더 극심한 자산 양극화의 주범일 수밖에 없다. 똑 같은 돈을 번다고 해도 집이 있느냐 없느냐, 또 집이 몇 채가 있느냐에 따라 빈부가 확연히 갈라지고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중ㆍ고령자 가구(가구주 연령 50세 이상)의 자산분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위 3분의 1 계층에 순자산(총자산-총부채)의 82.2%, 부동산자산의 79.2%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10%가 순자산(49.3%)과 부동산자산(49.0%)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2000년 남편이 지방(경북 안동)에서 서울로 발령나는 바람에 전세 생활을 시작한 정미순(45ㆍ가명)씨. 몇 년 있으면 다시 지방 발령이 날거라 생각하고 집을 살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전세금이 싼 곳만 찾다 보니 잠실 주공4단지 17평형(6,500만원), 강동구 둔촌동 18평형(9,500만원), 같은 단지 31평형(1억7,500만원) 등 낡고 노후한 재건축 아파트만 전전하게 됐다. "당초 집을 산 사람들은 그 아파트 월세 놓고 한 달에 200만원씩 받는다고 하대요. 낡은 아파트라 물도 새고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지만 더 이상 이사 다닐 능력도 없어요. 재건축 안 되기만 바랄 뿐이죠." 그의 말 속엔 짙은 박탈감이 배어있었다.
김성만(52ㆍ가명), 한승희(45ㆍ가명)씨 부부도 20년 넘게 전세의 덫에서 허덕이고 있다. 자녀 3명과 함께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전세금 8,500만원 짜리 서울 송파구 석촌동 다세대주택 20평형. 결혼 7년 만인 1995년 이 지역 인근 26평형 다세대주택에 전세금 8,000만원에 입주를 했으니,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이다. 건설 중장비 관리직인 김씨와 유치원 교사인 한씨가 벌어들이는 수입(월 400만원)이 결코 적지 않지만, 세 자녀 교육비에 생활비에 목돈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한씨는 "90년대 중후반에 대부분 집을 사는 분위기였는데 그 때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요즘 집값이 급락한다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우성에 한씨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이 참에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확 꺼졌으면 좋겠어요. 집이 빈부를 가르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31평형) 가격은 2001년 3억원에도 채 못 미쳤다. 한 때 10억원을 훌쩍 넘었다가 지금은 많이 떨어졌다지만 그래도 9억원이 넘는 수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5억원 이상 더 뛴 셈이다.
이러니 우리 사회에서 '집'은 소득 양극화보다 더 극심한 자산 양극화의 주범일 수밖에 없다. 똑 같은 돈을 번다고 해도 집이 있느냐 없느냐, 또 집이 몇 채가 있느냐에 따라 빈부가 확연히 갈라지고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중ㆍ고령자 가구(가구주 연령 50세 이상)의 자산분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위 3분의 1 계층에 순자산(총자산-총부채)의 82.2%, 부동산자산의 79.2%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10%가 순자산(49.3%)과 부동산자산(49.0%)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2000년 남편이 지방(경북 안동)에서 서울로 발령나는 바람에 전세 생활을 시작한 정미순(45ㆍ가명)씨. 몇 년 있으면 다시 지방 발령이 날거라 생각하고 집을 살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전세금이 싼 곳만 찾다 보니 잠실 주공4단지 17평형(6,500만원), 강동구 둔촌동 18평형(9,500만원), 같은 단지 31평형(1억7,500만원) 등 낡고 노후한 재건축 아파트만 전전하게 됐다. "당초 집을 산 사람들은 그 아파트 월세 놓고 한 달에 200만원씩 받는다고 하대요. 낡은 아파트라 물도 새고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지만 더 이상 이사 다닐 능력도 없어요. 재건축 안 되기만 바랄 뿐이죠." 그의 말 속엔 짙은 박탈감이 배어있었다.
김성만(52ㆍ가명), 한승희(45ㆍ가명)씨 부부도 20년 넘게 전세의 덫에서 허덕이고 있다. 자녀 3명과 함께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전세금 8,500만원 짜리 서울 송파구 석촌동 다세대주택 20평형. 결혼 7년 만인 1995년 이 지역 인근 26평형 다세대주택에 전세금 8,000만원에 입주를 했으니,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이다. 건설 중장비 관리직인 김씨와 유치원 교사인 한씨가 벌어들이는 수입(월 400만원)이 결코 적지 않지만, 세 자녀 교육비에 생활비에 목돈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한씨는 "90년대 중후반에 대부분 집을 사는 분위기였는데 그 때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요즘 집값이 급락한다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우성에 한씨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이 참에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확 꺼졌으면 좋겠어요. 집이 빈부를 가르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문제는 앞으로다. 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되면서 상당기간 부동산 경기 회복이 쉽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 지금까지야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저금리 덕에 그럭저럭 버텨 왔지만, 앞으로 금리 인상이 지속된다면 뒤늦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은 헐값에라도 집을 내던져야 하는 벼랑 끝 상황이 올 수도 있다. 3년 전 경기 용인에 집을 샀다가 가격 하락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정희영(40)씨는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빚을 내서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했는데 결국 이도 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며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 찢어진 격 아니겠느냐"고 했다.
저소득층 교육 지원 늘리고 다양한 기회 가질 수 있게"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대책은 없나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사교육은 기본적으로 공교육과 제로섬(zero-sum) 관계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사교육 수요가 넘쳐나고, 공교육이 바로 서면 사교육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교육은 그대로 둔 채 사교육 운영시간이나 학원비 억제에 부산을 떨어본 들, 대증요법에 그치고 많다는 얘기다.
결국 1차적인 해법은 공교육 정상화다. 멀고도 험한 과정이지만, 부가 대물림되는 질긴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감내해야 된다. 남창우 경북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소득 재분배 문제를 연구하다 보면 교육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층 자녀의 해외 조기 유학이 일반화하면서, 교육 양극화가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되는 추세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교육 불평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교육정책 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우려한다. 공교육 투자가 지금부터 더 획기적이고 과감해야 된다는 얘기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평등이 더 심화되기 전에 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이 사후에 실업 및 빈곤 문제에 돈을 쏟아 붓는 것보다 효율적"(신 교수)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학입시가 부의 대물림과 계층 상승의 유일한 통로가 되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공교육 정상화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남 교수는 "빚을 내서라도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 과도한 교육열은 교육이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고 육성이든, 특기생 발굴이든 대학입시 외에도 다양한 기회가 부여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1차적인 해법은 공교육 정상화다. 멀고도 험한 과정이지만, 부가 대물림되는 질긴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감내해야 된다. 남창우 경북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소득 재분배 문제를 연구하다 보면 교육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층 자녀의 해외 조기 유학이 일반화하면서, 교육 양극화가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되는 추세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교육 불평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교육정책 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우려한다. 공교육 투자가 지금부터 더 획기적이고 과감해야 된다는 얘기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평등이 더 심화되기 전에 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이 사후에 실업 및 빈곤 문제에 돈을 쏟아 붓는 것보다 효율적"(신 교수)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학입시가 부의 대물림과 계층 상승의 유일한 통로가 되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공교육 정상화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남 교수는 "빚을 내서라도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 과도한 교육열은 교육이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고 육성이든, 특기생 발굴이든 대학입시 외에도 다양한 기회가 부여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계층 상승의 등용문도 교육소외층엔 '막힌 문'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2부 <3>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소득수준·지역따라 배움의 기회조차 천양지차
"가난딛고주류편입" 옛말… 신분代물림 고착화
소득수준·지역따라 배움의 기회조차 천양지차
"가난딛고주류편입" 옛말… 신분代물림 고착화
#전북 전주시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김태현(14ㆍ가명)군은 방 한 칸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여든을 넘긴 할머니와 함께 사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다. 어렸을 때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집을 나가 버렸다.
태현이는 취학 전 가정에서 기초적인 학습 지도를 받을 기회가 없어 초등학교 때까지는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중학교에 올라 와서야 책을 곧잘 읽고 이해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데, 그러고 나니 영어와 수학이 골치를 썩이고 있다. 친구들이 선행학습이다 뭐다 해서 중학교 과정을 배우는 먼저 동안에도, 기초를 다질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다니지는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다니지 못한다. 왜 안 다니냐고 물었더니 "학원은 별로 재미가 없어서..."라며 말꼬리를 흐려 버리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계층 격차-가난의 가족력
태현이는 취학 전 가정에서 기초적인 학습 지도를 받을 기회가 없어 초등학교 때까지는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중학교에 올라 와서야 책을 곧잘 읽고 이해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데, 그러고 나니 영어와 수학이 골치를 썩이고 있다. 친구들이 선행학습이다 뭐다 해서 중학교 과정을 배우는 먼저 동안에도, 기초를 다질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다니지는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다니지 못한다. 왜 안 다니냐고 물었더니 "학원은 별로 재미가 없어서..."라며 말꼬리를 흐려 버리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계층 격차-가난의 가족력
교육의 양극화는 부모 세대의 불평등을 다음 세대로까지 전이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헌법에 보장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 다닐 기회를 모두에게 준다는 의미일 뿐.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은 출발점부터가 다른 게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교육은 다음 세대의 빈부 격차마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일종의 '가족력(家族歷)'이 되어 버리고 만다.
소득 수준에 따라 배울 기회가 불평등하게 제공된다는 점은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서 여실하게 드러났다. 가구 월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가정 자녀의 사교육 참여율은 91.1%, 월평균 51만 4,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100만원 미만인 가정에서는 35.3%만이 사교육이 참여하고 한 달에 쓰는 비용도 6만 1,000원에 불과했다.
기회의 불평등은 고스란히 성적에 반영됐다. 학교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들은 87%가 사교육에 참여하며 월평균 31만 9,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고 답한 것에 반해, 학교 성적 하위 20% 학생들은 50%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동시에 월평균 13만 9,000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적과 사교육에 대한 투자 사이에 정확히 정비례하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서 시작된 격차는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쳐 최종적으로 사회적 계급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부모의 경제력을 업고 강남권 명문고나 특목고에 입학하면, 좋은 대학을 발판으로 삼아 선망하는 직업을 얻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신임 판사 138명 중 38명(27.5%)이 특수목적고 출신이고,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일반고 출신이 13명(9.4%)이었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가난한 수재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법관 자리마저, 특목고 또는 강남 출신이 장악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지역 격차-결국엔 강남이 이긴다
계층간 교육 불균형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지역간 격차다. 지난해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충북 옥천군 학교들이 거둔 성적은 도농(都農)의 교육 인프라 차이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옥천의 초등학교는 국어, 사회, 과학에서 보통 이상의 성취도를 거둔 비율이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학(2위)과 영어(3위)도 최상위권의 성적이었다.
그러나 기적의 '유효기간'은 딱 초등학교까지였다. 중3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은 전국 평균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 보육을 병행하는 초등학교에서는 맞춤 학습이 효과를 거뒀지만 교육 과정이 어려워지는 중학생 때부터는 효과를 내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며 "학원을 비롯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영향이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옥천군 내 사설학원은 입시와 예체능, 직업 교육 분야 등을 다 합쳐도 60개. 지난 9일 찾은 옥천 읍내에서는 입시학원 간판을 거의 찾기 어려웠다. 2,005개의 사설학원과 2,077개의 교습소가 대치동을 중심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강남과는 천양지차다.
이에 비해 서울 강남의 중3 학생 국ㆍ영ㆍ수 성적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초등학생와 중학생 성적 간 편차 역시 가장 적다. 사교육의 힘으로 성적을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다. 사교육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사회(25등)와 과학(30등)에서 강남 중학생의 성적이 중상위권에 그쳤다는 점도 사교육의 힘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배울 기회가 불평등하게 제공된다는 점은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서 여실하게 드러났다. 가구 월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가정 자녀의 사교육 참여율은 91.1%, 월평균 51만 4,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100만원 미만인 가정에서는 35.3%만이 사교육이 참여하고 한 달에 쓰는 비용도 6만 1,000원에 불과했다.
기회의 불평등은 고스란히 성적에 반영됐다. 학교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들은 87%가 사교육에 참여하며 월평균 31만 9,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고 답한 것에 반해, 학교 성적 하위 20% 학생들은 50%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동시에 월평균 13만 9,000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적과 사교육에 대한 투자 사이에 정확히 정비례하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서 시작된 격차는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쳐 최종적으로 사회적 계급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부모의 경제력을 업고 강남권 명문고나 특목고에 입학하면, 좋은 대학을 발판으로 삼아 선망하는 직업을 얻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신임 판사 138명 중 38명(27.5%)이 특수목적고 출신이고,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일반고 출신이 13명(9.4%)이었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가난한 수재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법관 자리마저, 특목고 또는 강남 출신이 장악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지역 격차-결국엔 강남이 이긴다
계층간 교육 불균형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지역간 격차다. 지난해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충북 옥천군 학교들이 거둔 성적은 도농(都農)의 교육 인프라 차이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옥천의 초등학교는 국어, 사회, 과학에서 보통 이상의 성취도를 거둔 비율이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학(2위)과 영어(3위)도 최상위권의 성적이었다.
그러나 기적의 '유효기간'은 딱 초등학교까지였다. 중3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은 전국 평균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 보육을 병행하는 초등학교에서는 맞춤 학습이 효과를 거뒀지만 교육 과정이 어려워지는 중학생 때부터는 효과를 내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며 "학원을 비롯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영향이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옥천군 내 사설학원은 입시와 예체능, 직업 교육 분야 등을 다 합쳐도 60개. 지난 9일 찾은 옥천 읍내에서는 입시학원 간판을 거의 찾기 어려웠다. 2,005개의 사설학원과 2,077개의 교습소가 대치동을 중심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강남과는 천양지차다.
이에 비해 서울 강남의 중3 학생 국ㆍ영ㆍ수 성적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초등학생와 중학생 성적 간 편차 역시 가장 적다. 사교육의 힘으로 성적을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다. 사교육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사회(25등)와 과학(30등)에서 강남 중학생의 성적이 중상위권에 그쳤다는 점도 사교육의 힘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내게 맞는 대출 상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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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은행 등 30여개·자격요건도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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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서민대출'상품은 줄잡아 30개에 달한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부처 등 공적 기관의 서민금융 지원상품만 12개 기관에 28개에 달한다고 집계한 바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희망홀씨 대출과 사회단체들의 마이크로크레딧(무보증 소액신용대출)만 더해도 30개가 된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와 기관마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데다 서민금융의 개념 정의도 제각각이어서 정확한 상품 개수를 세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무상 급여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민금융 지원제도는 저리 대출이나 보증 형태로 이뤄진다. 용도별로는 ▦사업자금 ▦생활자금 ▦주거자금으로 크게 나뉜다.
사업자금의 대표격인 미소금융 대출은 '자활 의지를 가진 저소득층에게 사업용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시작됐다. 정부가 밝힌 올해 미소금융 지원규모는 2,228억원. 하지만 지금까지 대출실적은 115억원(7월9일 현재)으로 목표의 20분의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소금융은 물론, 보건복지부, 지역신용보증재단,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운영중인 창업ㆍ사업 대출은 모두 저신용ㆍ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자격요건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특히 '가로정비구역 등 지자체 규제구역 내 영업중인 무점포 사업자'(지역신보의 금융소외 자영업자 특례보증), '국민경제상 불요불급한 업종'(근로복지공단의 희망드림 창업지원) 등 애매하고도 까다로운 결격사유들도 많다. 대출 연체정보가 있으면 대부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무상 급여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민금융 지원제도는 저리 대출이나 보증 형태로 이뤄진다. 용도별로는 ▦사업자금 ▦생활자금 ▦주거자금으로 크게 나뉜다.
사업자금의 대표격인 미소금융 대출은 '자활 의지를 가진 저소득층에게 사업용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시작됐다. 정부가 밝힌 올해 미소금융 지원규모는 2,228억원. 하지만 지금까지 대출실적은 115억원(7월9일 현재)으로 목표의 20분의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소금융은 물론, 보건복지부, 지역신용보증재단,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운영중인 창업ㆍ사업 대출은 모두 저신용ㆍ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자격요건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특히 '가로정비구역 등 지자체 규제구역 내 영업중인 무점포 사업자'(지역신보의 금융소외 자영업자 특례보증), '국민경제상 불요불급한 업종'(근로복지공단의 희망드림 창업지원) 등 애매하고도 까다로운 결격사유들도 많다. 대출 연체정보가 있으면 대부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스템 일원화… 자격요건 탄력 적용을"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활성화 대책은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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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패자부활'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수. 그 중에서도 서민생활안정과 자활을 돕는 서민대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정부의 각종 서민금융사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것을 꼽았다. 현행 서민지원 대출상품은 ▦정부부처는 물론 공기업, 기금, 재단 등 지원 주체가 제각각 흩어져 있는 데다 ▦종류도 너무 많고 ▦그나마 대출정보 등을 공유하는 시스템도 갖추지 못해, 정작 필요한 서민들에게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각 기관마다 지원 자격이나 요건이 제 각각이어서 서민들이 실제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흩어져 있는 사업을 교통정리 해주고, 총괄하는 서민금융정책기관을 만들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실성과 동떨어진 지원 방식도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신용등급, 대출한도, 이자율를 일괄적으로 정해 놓고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나 업종의 특성에 맞게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서민금융지원방식은 집단대출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사업진행 속도가 더딘 측면이 있다"며 "중앙정부가 전체사업을 조율하더라도 실제 대출과 관리는 지역자치단체나 민간기관에 맡겨 지역 밀착형 사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에만 기대기보다 기존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같은 민간 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것은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며 "서민대출에 적극 나서는 민간 서민금융기관에 대해선 금융규제를 일부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정부의 각종 서민금융사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것을 꼽았다. 현행 서민지원 대출상품은 ▦정부부처는 물론 공기업, 기금, 재단 등 지원 주체가 제각각 흩어져 있는 데다 ▦종류도 너무 많고 ▦그나마 대출정보 등을 공유하는 시스템도 갖추지 못해, 정작 필요한 서민들에게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각 기관마다 지원 자격이나 요건이 제 각각이어서 서민들이 실제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흩어져 있는 사업을 교통정리 해주고, 총괄하는 서민금융정책기관을 만들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실성과 동떨어진 지원 방식도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신용등급, 대출한도, 이자율를 일괄적으로 정해 놓고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나 업종의 특성에 맞게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서민금융지원방식은 집단대출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사업진행 속도가 더딘 측면이 있다"며 "중앙정부가 전체사업을 조율하더라도 실제 대출과 관리는 지역자치단체나 민간기관에 맡겨 지역 밀착형 사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에만 기대기보다 기존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같은 민간 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것은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며 "서민대출에 적극 나서는 민간 서민금융기관에 대해선 금융규제를 일부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신용자' 낙인 땐 소액대출도 그림의 떡… 자활의지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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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2부 <4·끝> 바늘구멍보다 좁은 패자부활전
상환의지 등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문전박대
요란한 지원대책은 말 뿐… 평생의 올가미로
상환의지 등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문전박대
요란한 지원대책은 말 뿐… 평생의 올가미로
금융소외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각종 기구와 제도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14일 한 시민이 방문객이 거의 없어 한산한 서울의 한 미소금융 지점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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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김희숙(가명ㆍ41)씨는 2005년 화물차 운전기사였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입원하자 신용카드 대출로 병원비를 냈다. 하지만 이 카드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돼,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상환을 시작했다.
김씨는 2008년 기계가 더 필요해 구청 창업지원센터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보름 뒤 신용불량자라서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올해 5월에도 500만원 가량을 대출 받고자 미소금융에 상담을 받았지만, ▦공장의 월 매출액이 너무 많고 ▦신용불량에 ▦보증인도 없다면서 겨우 200만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해 포기했다. 그는 현실성 없는 정부의 저신용자 지원책을 '희망고문'이라 불렀다.
#2. 40대 주부 박모씨는 남편의 음주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이혼했다. 식당 일로 받는 월급으론 남편 사업자금을 대기위해 졌던 빚을 갚을 수가 없었고, 결국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으로부터 면책승인은 받았으나 이씨는 이후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없었다. 소액대출을 위해 미소금융, 서울보증재단 등등 금융소외자 지원단체 여러 곳에 상담해 봤지만 면책자라는 이유로 바로 거절 당했다.
채무불이행자와 저신용자들은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 피라미드'중에서도 맨 밑바닥에 해당하는 계층. 자산 소득은커녕, 신용 때문에 금융기관 빚조차 낼 수 없는 이들 금융소외자에겐 지금 희망도 미래도 없다. 어떤 형태로든 살아갈 수 있도록, 자활을 통해 어떻게든 단 한 계단이라도 올라갈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하지만 오히려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만을 거듭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씨는 2008년 기계가 더 필요해 구청 창업지원센터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보름 뒤 신용불량자라서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올해 5월에도 500만원 가량을 대출 받고자 미소금융에 상담을 받았지만, ▦공장의 월 매출액이 너무 많고 ▦신용불량에 ▦보증인도 없다면서 겨우 200만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해 포기했다. 그는 현실성 없는 정부의 저신용자 지원책을 '희망고문'이라 불렀다.
#2. 40대 주부 박모씨는 남편의 음주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이혼했다. 식당 일로 받는 월급으론 남편 사업자금을 대기위해 졌던 빚을 갚을 수가 없었고, 결국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으로부터 면책승인은 받았으나 이씨는 이후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없었다. 소액대출을 위해 미소금융, 서울보증재단 등등 금융소외자 지원단체 여러 곳에 상담해 봤지만 면책자라는 이유로 바로 거절 당했다.
채무불이행자와 저신용자들은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 피라미드'중에서도 맨 밑바닥에 해당하는 계층. 자산 소득은커녕, 신용 때문에 금융기관 빚조차 낼 수 없는 이들 금융소외자에겐 지금 희망도 미래도 없다. 어떤 형태로든 살아갈 수 있도록, 자활을 통해 어떻게든 단 한 계단이라도 올라갈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하지만 오히려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만을 거듭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이들 금융소외자들의 자활을 위해 미소금융을 비롯, 희망홀씨대출, 지역신보 영세자영업자 대출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금융소외자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런 제도들은 결코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기관들이 상환의지나 현재의 소득, 담보 등에 앞서 과거의 채무불이행 전력부터 따지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 같은 채무불이행자, 그리고 박씨와 같은 개인파산ㆍ회생후 면책을 받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정부지원 대출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카페 '면책자클럽'의 운영자 허 진(43)씨는 "면책자는 공공정보라는 기록이 5년 동안(종전 7년)이나 남아 있어 이 기간 동안 아무런 금융활동을 할 수 없다"며 "이는 법원에서 면책을 해 준 취지를 정부와 금융기관이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소금융도 그렇다. 지난해 12월15일 출범 이후 지난 9일까지, 미소금융을 통해 대출받은 사람은 1,449명, 금액은 115억원에 그치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미소금융재단 지점 관계자는 "출범 당시에는 상담을 받으려면 오랫동안 대기해야 할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대출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 알려진 후 지금은 하루 상담자가 10명 미만"이라고 밝혔다. 어렵다고 모든 사람에게 무작정 대출을 해줄 수는 없지만, 미소금융의 문턱을 넘기엔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게 이용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송재영 민주노동당 민생본부장은 "정부 지원 대상인 7~9등급자들은 대부분 현재 채무불이행 상태이거나 채무불이행을 겪었던 적이 많다"이라면서 "신용등급은 낮은데 채무불이행이나 면책 등의 기록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조건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부 기관 등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사람들은 민간 기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지난해 9월 신림동에 빵집을 연 이민수(가명ㆍ46)씨. 친척도 없고 생활고로 부인마저 떠난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익힌 제빵 기술로 제과점을 차리려고 했으나, 정부 보증기관들은 모두 거절했다. 3억원의 빚과 채무불이행 때문. 그러나 지난해 한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무보증 소액신용대출) 기관이 1,870만원을 대출해 줬고, 이씨의 제과점은 대성공을 거둬 벌써 4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책이 민간부문처럼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실제 저신용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다양한 사정을 분류하고,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같은 대상에 대한 중복 지원책은 통합하고,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신용자를 위한 홍보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번의 실패가 영원한 패자로 이어진다면, 양극화 해소는 결코 불가능하다. 실패자들에게도 재기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며, 그 문을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금융소외자들에 대한 지원과 서민대출도 좀 더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문이다.
특히 김씨 같은 채무불이행자, 그리고 박씨와 같은 개인파산ㆍ회생후 면책을 받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정부지원 대출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카페 '면책자클럽'의 운영자 허 진(43)씨는 "면책자는 공공정보라는 기록이 5년 동안(종전 7년)이나 남아 있어 이 기간 동안 아무런 금융활동을 할 수 없다"며 "이는 법원에서 면책을 해 준 취지를 정부와 금융기관이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소금융도 그렇다. 지난해 12월15일 출범 이후 지난 9일까지, 미소금융을 통해 대출받은 사람은 1,449명, 금액은 115억원에 그치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미소금융재단 지점 관계자는 "출범 당시에는 상담을 받으려면 오랫동안 대기해야 할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대출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 알려진 후 지금은 하루 상담자가 10명 미만"이라고 밝혔다. 어렵다고 모든 사람에게 무작정 대출을 해줄 수는 없지만, 미소금융의 문턱을 넘기엔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게 이용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송재영 민주노동당 민생본부장은 "정부 지원 대상인 7~9등급자들은 대부분 현재 채무불이행 상태이거나 채무불이행을 겪었던 적이 많다"이라면서 "신용등급은 낮은데 채무불이행이나 면책 등의 기록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조건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부 기관 등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사람들은 민간 기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지난해 9월 신림동에 빵집을 연 이민수(가명ㆍ46)씨. 친척도 없고 생활고로 부인마저 떠난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익힌 제빵 기술로 제과점을 차리려고 했으나, 정부 보증기관들은 모두 거절했다. 3억원의 빚과 채무불이행 때문. 그러나 지난해 한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무보증 소액신용대출) 기관이 1,870만원을 대출해 줬고, 이씨의 제과점은 대성공을 거둬 벌써 4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책이 민간부문처럼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실제 저신용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다양한 사정을 분류하고,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같은 대상에 대한 중복 지원책은 통합하고,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신용자를 위한 홍보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번의 실패가 영원한 패자로 이어진다면, 양극화 해소는 결코 불가능하다. 실패자들에게도 재기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며, 그 문을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금융소외자들에 대한 지원과 서민대출도 좀 더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문이다.
양극화
남북 분단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빈약한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 됩니다.
특권층이 소외된 자와 가난한 자와 약한 자를
돌아보고 섬기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개혁과 갱신이란
언제 어디서나 붙들어야 할 과제란 생각이 듭니다.
성경적인 가치관에 기초한 그리스도인들이
각계 각층에서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다니엘같은
요셉같은
..... 다음 세대의 대안의 사람들이 청년 사역에서도 키워 졌으면 합니다.
-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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