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웃 결혼이주여성들의 아픔… “중개업체 남편정보 일치안해” 44% |
[2009.03.26 17:43] | ||
![]() 필리핀 여성 엘리아스(가명)씨는 11년 전, 한국인 박모씨와 결혼한 뒤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결혼중개업소의 말과 달리 남편은 직업이 없었고, 매일 술에 취해 욕설과 폭력을 일삼았다. 심지어 남편은 임신한 그녀의 얼굴과 복부를 여러 차례 구타해 정신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용서를 구하는 남편을 믿고 참았지만 심각한 가정폭력은 계속됐다.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무렵 그녀는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국가정상담센터(소장 민호기)를 찾았다. 이 센터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임시 쉼터를 마련해 두고 정서적으로, 법률적으로 보살펴주었다. 그녀는 센터의 도움으로 삶의 용기를 찾았다. 같은 처지의 결혼이주여성들이 모여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위로했다. 이곳에서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충전한 그녀는 현재 딸을 혼자 키우며, 미군부대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가정상담센터는 2004년부터 결혼이주여성 상담을 통해 일시 보호 지원, 법률 지원, 불안·우울증 상담을 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위촉 상담소인 센터는 그동안 200여건의 결혼이주여성 상담을 했다. 민호기 소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은 언어문제, 문화적 차이, 경제적 어려움, 가족갈등, 지원체계 부족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힘겹게 살고 있다"며 "자신의 아픔을 호소할 곳이 없는 결혼이주여성들이야말로 우리가 도와야 할 약한 자"라고 말했다. 센터는 최근 200여건의 '결혼이주여성 상담사례 분석'을 통해 이들이 겪는 아픔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사례 분석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은 언어소통, 문화적 차이, 정보로부터의 소외라고 지적했다. 특히 성격 차이(33.4%), 생활방식의 차이(22%), 경제문제(12%), 음주문제(11%)가 부부 싸움의 갈등 요인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밝혔다. 반면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10% 정도로 적었고, 이주여성상담소나 상담전화를 이용한 사람은 10∼13%에 불과했다. 또 돈을 매개로 이루어진 상업화된 결혼, 시댁과 친지의 비우호적인 환경, 남편의 정서적 불안정 때문에 가정폭력과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한 이들 가운데 44%가 남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다. 몽골에서 고등학교 체육교사였던 N씨의 경우도 남편이 지체장애 3급을 받은 뇌병변 장애인인줄 모르고 결혼한 사례이다. 아울러 센터는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사회적 소외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이 중·고교 진학 연령대로 진입할 경우 심리적 위축감과 자신감 상실 등으로 무단결석, 가출, 폭력 등의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이들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한국 거주 이주여성은 약 25만명이며 이 중 결혼이주여성은 10만명에 달한다. 센터는 이들을 돕기 위해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목회자, 교육지도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혼이민자가족 지원센터나 교회 기관의 공동프로그램 개발도 제안했다. 예를 들면 한글교육을 매개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부부 의사소통 교육, 각국 음식 만들기, 영화를 통한 심리치료 교육, 문화체험, 셀프 다큐멘터리 제작 등으로 결혼이주여성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한다는 것. 아울러 다문화 기독교교육 커리큘럼도 빼놓지 않았다. 센터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게 정체성 확립을 위한 공교육과 직업교육, 성교육과 이들을 위한 예배공동체와 교육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가정상담센터는 결혼이주여성 상담과 가정문제, 알코올·도박·가정폭력 상담을 한다. 센터는 2004년 하반기부터 서울남부지검 상담소로 위촉돼 가정폭력행위자 치료 교정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민 소장은 94년 청소년약물상담소 개소를 시작으로 전문상담가로 사역하고 있다. 현재 SBS TV 긴급출동 SOS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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