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삶/인도선교여행

[스크랩] 갈등. 눈물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5. 6. 17. 18:21



갈등

아침에 일찍 선발대로 바라나시 역으로 향했다. 바라나시 역에서 오늘 일정을 결정해야 한다. 사역자 대표로 미리 가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그곳에 갔더니 예상했던 상황보다 더 혼란스럽다. 한참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알아보니 캘커타행 기차는 없고 파트마로 가는 AC칸도 없고 좌석도 없고 일등석도 없다. 오직 슬리퍼칸 뿐이다. 이 칸은 입석 기차이기에 좌석의 임자도 없다. 좌석이 있으면 앉고 없으면 서서 가야 한다.

선교사님은 너무 힘들것 같다면서 편안하게 버스로 이동하자고 하신다. 그러나 나는 일반 슬리퍼칸을 타고 갈 것을 요구했다.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나는 청년들이 인도에 와서 한 번은 일반석을 타봐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생이 되더라도 인도인들은 평생을 그렇게 사는데 우리는 단 한번 그것도 인도인에 비하면 지극히 짧은 시간을 타는게 아닌가. 청년들의 인생여정에 있어 슬리퍼 칸을 타는게 도움이 될거라고 나는확신있게 견해를 말씀드렸다. 내 주장이 완강했던지 일단 기차표를 끊고 버스를 알아보기로 하였다. 선교사님께는 죄송했지만 이제까지 우리는 인도다운 인도체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에는 인도인의 일상 가운데 하나인 슬리퍼칸에서 인도체험을 청년들이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감사하게도 슬리퍼칸은 차표가 많이 있었다. 1명당 차표의 가격은 거의 8시간을 넘게 가는데도 우리가 먹었던 식사 한끼값도 안되는 아주 싼 값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의 준비하심이 있었다. 바라나시발 기차였던 것이다. 기차에 오르니 텅텅 비어 있었다. 와우^^ 정말 감사한 일이다. 기차는 9시 30분에 파트마로 출발하였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어딜가나 구걸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또 기차역에는 파는 음식에는 파리떼들이 떼지어 앉아서 먼저 시식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사서 먹고 있다. 기차길을 따라 펼쳐지는 끝없는 평야와 풍경들이 무척 아름답다.



난리통

슬리퍼칸은 인도인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나는 팀에서 떨어져 1:1 전도를 하고 싶어서 현지인들과 계속 앉아서 대화하고 시간을 보냈다. 의사를 꿈꾸는 의대생 아슈만은 내가 기차에서 첫번째 만나 형제이다. 그에게 30여분에 걸쳐 즉석에서 비전특강을 했다. 아슈만은 내내 집중해서 들었고 나와 만난 것을 크게 기뻐했다. 그는 전적으로 나를 믿고 짐을 나에게 맡기고 나가더니 얼마후 물과 먹을 것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거지 할머니에게 주고싶은 필요한 돈을 빌렸더니 나에게 그냥 선물하고 싶단다. 나에게 뭔가 주고 싶으면 자기는 한국 동전을 받고싶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한국 동전을 선물해 주었다.


눈물

아슈만은 꿈꾸는 의사후보생이였다. 다만 계층이 높은 계층이 아닌 평민층이기에 그에게 마틴 루터킹목사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인생은 꿈꾸는 대로 간다.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견해로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도 동의를 하였다. 정말 필요한 용기를 주는 말이라면서 나와 헤어지는게 너무 아쉽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아슈만이 나는 인도를 변화 시키는 청년중 하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헤어지면서 볼펜을 선물하려고했더니 오히려 자신이 나에게 선물을 하면서 자신은 괜챦다고 했다. 헤어지면서 눈물까지 글썽이는 그를 격려하며 그에게 인도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사람과 사람들

슬리퍼칸은 갈수록 사람으로 꽉 차기 시작했다. 점점 2인용 자석이 3명이 되고 결국엔 4명이 앉아야 했다. 내 앞에는 안소니킨같이 생긴 할아버지가 앉으셨는데 표정이 예술이다. 가난하지만 품위가 있는 근엄함이 좋아서 만국공용어인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하다가 영어를 하는 엔지니어와 사업가가 있어서 통역해 주었다. 할아버지는 과묵하시면서도 인생의 흔적이 얼굴에 그대로 녹아 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내가 만난 엔지니어는 sureshd 이고 사업가는 kumar이다. 특히 쿠마르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사업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는데 나에게는 모든 친절을 다 베풀었다. 그와함께 보낸 5시간은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한 시간이였다. 그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은사가 있었다. 나에게 구아바, 코코낫, 바나나, 인도 특유의 새끼 땅콩을 사 주었고... 지나가는 모든 과일과 음식들을 먹고 싶냐고 묻고 사주려고 했다. 덕분에 가장 많은 과일종류를 현지인으로부터 대접받았다. 그의 사업에 더 큰 기쁨과 즐거움이 있기를 기도한다.

슬리퍼칸이 파트마로 향해 갈수록 난리통을 이룬다. 사람들은 뒤엉켜 있다. 2인석이 변하여 5인석까지 되기도 한다. 덥고 사람들로 입구며 통로는 가득하다. 이곳도 오렌지 색상의 옷을 입은 이들로 차고도 넘친다. 그들은 떼를 지어 다니는데 하층의 사람들을 막 대한다. 그들은 타고 내릴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함께 지른다. 기차안이 온통 떠들썩하다. 기차안에는 수시로 거지들이 숱하게 지나 간다. 틈도 없는데 거지며 장사하는 이들은 어디로 다니는지 잘도 다닌다. 특히 짜이를 파는 이들이 많다. 짜이라는 소리를 수십번은 들었다. 사람들은 음식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린다. 종종 여행객 가운데도 자유가 좋다며 인도인들처럼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과히 좋치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도 하나님이 주신 땅이다. 그렇다면 누구든 그 땅을 가꾸고 보존해야지 인도인의 악습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따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질서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곳 일반 슬리퍼칸에서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음식물을 주어도 아주 신뢰할만한 사람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특히 여행자는 음식물을 지극히 조금하는게 인도 여행에 있어 중요한 철칙이다. 이곳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리 양보가 없었다. 길고 지리한 여행 때문인지 아무리 연세가 많은 분이 타도 왠만하면 자리 양보는 일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진다. 이들은 한 번 기차를 타고 10-20 시간을 이동한다. 따라서 앉아서 갈 틈도없이 비좁은 기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존을 지키는 방법을 배운 것이리라. 만약 자리가 생겼다하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일대 쟁탈전이 벌어진다.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우성이다. 아예 자리에 가족이 올때까지 드러누워버리는 이도 있고 짐칸에 짐을 내리자마자 올라가서 눕는 이들도 있다.

기차는 아주 제맘대로 쉬엄쉬엄 간다. 어떤역은 5분에서 심한 경우 1시간까지 쉬기도 한다. 모든게 제맘대로다. 모든게 뒤죽박죽이다. 기차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사람마다 대답이 틀리다. 만약 여행 중이라면 3-5명의 의견을 듣고 종합해서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결정하는게 현명한 질문법일 것이다. 5시간 걸린다는 기차는 9시간이 걸려서야 파트나에 도착을 했다. 예정보다 4시간이 더 걸렸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파트나역에서 나오니 기차안에서 대화했던 아슈만과 쿠마르가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마음이 찡했다. 이것이 정이라는 것일 것이다.



못다한 식사

점심을 꼬박 굶었기에 역에서 기도를 드린 후 역과 붙어있는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시켰다. 아직 기차 예정 시간은 2시간이 더 남아 있다. 그런데 음식이 정말 더디게 나온다. 우리는 메뉴판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골라서 시켰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질 않는다. 화가 날 지경이다. 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 태평하다. 기차 출발 30분 전부터 제대로 나오기 시작한 음식이 다 나오기도 전에 기차 시간이 되었다. 다른 팀은 거의 식사를 다 했는데 우리팀은 곁가지로 나온 요리만 조금 먹고 메인 메뉴는 제대로 먹은게 없는데도 식당을 떠나야 했다. 그 일로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다. 너무 늦게 주어서 음식도 거의 못 먹고 음식값은 거의 다 지불해야 했다. 나는 논쟁을 아주 싫어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상식안에서 논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책임자가 아니어서 꾹 참고 기차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기차가 출발하기 1분전에야 역에 도착하였고 시간에 정확하게 맞춘듯이 기차에 올랐다.


다시 캘커타로

기차는 다시 캘커타를 향해 움직인다. 슬리퍼칸과는 달리 A/C칸은 너무 넓고 편하고 시원하다. 기차안에서 우리는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웠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묶어둘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기차는 계속 캘커타로 움직인다. 느끼든 느끼지 않든 쉬임없이 수많은 역을 지나서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갑자기 이것이 인생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은 정말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각자의 종착역을 향해 시시각각으로 달려가고 있다. 어쩌면 이런 인생의 단면을 느끼기에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고 그 소중한 시간을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데 쏟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차안에서 거구의 거부를 만났다. 신혼을 갓 지난 27살과 28살의 부부는 인도에서 만난 최대의 거구였다. 옆자리여서 대화에 동참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사업을 하고 부인은 편자브 디자이너였다. 매년 휴감때마다 해외여행을 할 정도로 거부인 그에게서 누구나 느낄 정도로 약간의 거만함이 베어 나온다. 한국에서 만나는 오렌지족의 분위기같은게 조금은 있다. 하지만 그는 인도인 가운데 자기 생각과 주장이 분명한 만큼이나 합리적인 사람이였다. 또한 지켜야할 메너는 지키는 사람이였다. 나에게 새벽에 깨워주면서 기차의 도착 시간을 알려주고 준비를 위한 시간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어제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에 일어나 공동체와 미래를 위한 중보의 시간을 혼자서 조용히 가졌다. 감사가 흐르는 아침이다.



July, 25, Friday
출처 : 청년아 부흥을 꿈꾸라
글쓴이 : 이상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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