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가정건축가

“바람 불면 흔들려야 뽑히지 않아요"<바람 불어도 좋아>펴낸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3. 7. 18. 09:44

인터뷰교계
“바람 불면 흔들려야 뽑히지 않아요"<바람 불어도 좋아>펴낸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
김지혜 기자  |  forl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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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5  21: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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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기의 방구 냄새를 맡고 기절했다.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내가 갑자기 쓰러진 날, 첫째 딸 윤영이가 쓴 일기다. 2005년 8월 10일, 셋째 아이를 낳은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15년간 IVF(한국기독학생회)간사로 섬기다가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는 삶에 닥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김 목사는 당면한 아픔과 고통을 풀어낸 <난 당신이 좋아>(IVP)를 2010년에 펴낸 데 이어 얼마 전, 고난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바람 불어도 좋아>(IVP)를 출간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교동에 있는 IVP사무실에서 김병년 목사를 만나 그의 달라진, 그리고 계속되고 있는 삶의 페이지를 들여다 보았다.

   
▲ <난 당신이 좋아>에 이어 최근 <바람 불어도 좋아>를 펴낸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 ⓒ크로스로

꿈보다 사랑이 먼저였다

“아내가 쓰러진 지 올해로 8년이 됐어요. 하나님께 ‘제 인생의 꿈이 여기가 끝입니까?’라고 물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어요. 그러자 하나님께서 제게 ‘병년아, 너만 꿈꾸는 게 아니라, 나도 꿈을 꾼단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대개 우리가 꿈을 꾼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하나님도 꿈을 꾼다고 말씀하시는 거였어요.”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보고 꿈꾸신다는 그 말씀이 가슴 아프게 들려왔다고 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야지 그 꿈이 보일텐데,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무엇일까?'를 묵상하던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꿈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저에 대해 꿈을 꾸고 계세요. 제 꿈을 버리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하나님의 사랑을 배울 때라고 생각해요. 비록 제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할지라도요.”

하나님 나 좀, 그만 때려요

   
▲ <난 당신이 좋아> <바람 불어도 좋아> ⓒ갓피플몰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려졌을 때, 머리가 하얘졌어요. 어떠한 판단과 결정도 내릴 수 없었어요. 식물인간이 될 거라고 단정하면서 수술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라는데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결과는 의사가 말한 그대로였어요.”

주변에서는 아내가 일어나는 환상을 봤다며 희망을 심어줬다. 그런 상황에 이끌려 김 목사도 기도원을 다녔다. 그가 산 기도와 금식 기도를 반복적으로 하며 드렸던 것은 부르짖음을 넘어선 ‘부르찢음’ 이었다. 아내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고, 손가락과 눈썹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입원한지 4개월 후 김 목사는 아내를 집으로 데려왔다.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 확신하면서 성도들과 기도의 끊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4년쯤 지났을 때,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아내가 찜질기에 화상을 입어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 것이다.

“그때가 IVF 전국 수련회를 한 주 앞뒀을 때였어요. 수련회 설교를 잘하기 위해서 작정 기도하던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예요. 하나님을 더 사랑하려고 노력 중이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마음에 엄청난 분노와 함께 외로움이 일어났어요.”

김 목사는 난 하나님의 위대한 종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하실까 하는 생각이 몰려왔다고 했다. 하나님이 너무나 고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수련회 설교를 준비해야 했다. 김 목사는 본문으로 룻기를 선택했다.

“···여호와께서 나를 징벌하셨고 전능자가 나를 괴롭게 하셨거늘.”(룻기 1:21)

이 고백을 하는 나오미의 모습을 보며 김 목사는 그의 아픔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하나님이 자신을 자꾸 때린다는 나오미의 고백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날 밤 그는 교회로 가서 한참을 엎드려 기도했다. “하나님···저 좀 그만 때리세요! 저 좀 그만 때리세요! 저 좀 그만 때리시라고요!” 이 말을 되풀이하며 바닥이 다 젖도록 대성통곡했다.

5천여 명의 대학생이 모인 IVF 수련회 첫날밤, 김 목사는 청중 앞에 서서 손을 높이 들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 밤에 우리 모두 오른손을 들고 하나님을 향해 이렇게 외칩시다. ‘하나님, 저 좀 그만 때리세요!’” 그도 울고 학생들도 울었다, 고통 가운데 울부짖는 이들 앞에서 그는 하나님께 하소연하고 부르짖고 있는 믿음의 선배로 서 있었다. 수련회 중에 김 목사를 찾아온 한 자매는 중학생 때 나팔관 수술을 해서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했고, 간사로 섬기는 한 자매는 수련회 시작하는 날 아빠 회사가 부도가 나서 살던 집까지 잃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들을 껴안고 함께 울었다.

김 목사가 고통 중에 거할수록, 자기 아픔을 숨기며 살아온 이들이 용기를 내어 그를 찾아왔다. 함께 울어 줄 사람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함께 흘리는 눈물은 고통의 짐을 나누기에 충분하다고 그는 고백했다.

솔직하게 하나님 앞에 내어놓다

“왜 이런 상황이 온 걸까? 눈뜨고 잠잘 때마다 분노와 짜증이 일어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이런 인간적인 마음을 ‘내가 목사이기 때문에’라는 생각에 가두고 싶지는 않아요. 하나님은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고 해서 저를 버리시는 분이 아니니까요. 그분 앞에서 솔직하게 내려놓지 못하면 누구에게 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겠어요?”

매일 아내의 가래를 빼주고 대소변을 받아낸다.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아내와 의사소통은 눈 깜박임과 엷은 미소로만 이뤄진다. 이 외는 쌔근쌔근 숨 쉬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김 목사는 고통이 와도 하나님을 믿는 거고, 고통이 없어도 하나님을 믿는 거라고 했다. 고통 속에서 항거한다고 해서 믿음이 사라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는 마음속 깊은 데서 끓어오르는 원망을 내뱉을 때, 하나님의 긍휼 어린 성품을 깊이 경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잘 보이려는 사람보다 정직한 사람을 더 기뻐하세요. 우리는 멋진 모습, 최고의 것만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우리의 삶이 하나님께 최고의 선물이에요.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감정을 쏟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참된 믿음, 진정한 성숙에 이를 수 있어요.”

아내의 병이 낫는 병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모습 속에서 하나님께 솔직하게 나아간다. 때론 짜증도 내고 불평도 하면서.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다시 주어진 짐을 지고 나아간다.

   
▲ 김병년 목사는 "이미 우리의 삶이 하나님께 최고의 선물"이라며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감정을 쏟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로스로

말씀에서 찾게 된 고난의 의미

“고통을 받게 되니까 내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픔을 통해 의심과 질문도 점차 늘어났고요. 고통 가운데 영적으로 예민해지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하나씩 질문에 대한 답을 성경에서 찾아봤어요.”

고통의 반대인 축복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성경 속 인물은 야곱이다. 야곱은 나이가 들수록 재산이 늘었고 가족이 번성했다. 하지만 야곱은 속이는 것보다 사기를 당한 적이 더 많았고, 자식들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을 지켜보아야 했을뿐더러 평생 육체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다. 김 목사는 야곱의 축복을 이야기하려면 그의 아픔과 고통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땅에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모두 얻는 삶이 축복이 아님을, 잃음과 얻음을 반복하는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하나님이 축복이라고 전했다.

김 목사는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욥 23:10)의 말씀에서도 고난의 의미를 찾았다. 대부분이 잘 아는 길을 가지만, 고난은 미래가 불확실한 길을 걷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가 보장된 확실한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걷는 불확실한 그 길이 고난인 것이다.

“시편을 보면 나에게 '왜' '언제까지' 이런 일이 일어날까를 질문하는 시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없어요. 그래도 시편 기자들은 주님을 신뢰해요.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주님의 성품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에요.”

김 목사에게 있어 어려운 것은 ‘왜’보다 ‘언제까지’다. 매일 반복되는 이 일을 언제까지 짊어져야 할까. 고난의 비밀은 세월이 흐른 뒤 끝까지 믿음의 경주를 마친 사람에게 드러나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긍휼함으로 채워주시는 주님의 성품을 신뢰하며 인내함과 사랑함으로 이 길을 걷는다면, 고난의 이 길 끝에서 사모하는 그분을 만날 거라 기대한다.

어떤 이들은 고난당한 이들에게 하나님의 특별한 뜻이 있을 거라며 위로한다. 하지만 김 목사는 말한다. 이 고난도 내게 주어진 삶의 일부일 뿐임을. 내 삶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고, 그저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인생의 동역자들과 짐을 함께 지며

“대체로 사람들은 어려움에 부딪치면 관계를 끊고 숨어버려요. 고난에 갇힌 이들은 자신만이 아픈 게 아님을 알아야 해요.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아픔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공유한다면, 서로 눈물을 닦아주면서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습니다.”

김 목사는 고난의 아픔을 동역자들과 나눠서 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고난 때문에 무너지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동체와 나누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200여 명의 다드림교회 성도들은 김 목사의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 주고 있다. 주일 예배에 아내를 휠체어로 이동해 주는 것은 청년들의 몫. 본래 넉넉지 못한 김 목사네가 수술비와 치료비같은 큰 재정을 감당할 수 있던 데도 교회 성도들의 몫이 컸다.

“아내는 아팠지만, 다른 부분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교회 공동체와 저와 관계를 맺고 있던 이들의 손길이 계속 이어졌고, 제 인생 최악의 상태에서 최고의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나눔을 경험한 김 목사는 다른 사람의 필요에 민감해졌다. 대출때문에 어려움에 빠진 한 가정에 트럭을 구입을 지원해 주기도 하고, 매제가 사준 고가의 이동 침대를 구급차의 낡은 이동 침대와 교환하기도 했다. 돈이 많든 적든, 하나님이 주신 것을 기쁨으로 사용하고 만족하는 삶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 김병년 목사는 "아픔을 공유한다면, 서로 눈물을 닦아주면서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로스로
‘엄빠’라고 부르는 아이들에게

한창 엄마로부터 돌봄을 받아야 아이들이 엄마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돌아보면 자신과 아내보다 아이들이 더 힘들었을 거라 느껴진다. 김 목사는 그러한 아이들을 위해 자주 여행을 간다. 1년에 한두 번은 규칙적으로 가는 편이다. 대화도 많이 한다. 아내를 통해 아이들을 얻게 된 셈이다.

“아이들은 저를 ‘엄빠’라고 불러요, 엄마와 아빠에서 한 단어씩 조합해서 만든 단어죠. 제가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한다는 뜻이에요. 좀 더 엄격하게 말하면 엄마, 아빠의 역할이 다 불만족스럽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김 목사가 엄빠로서 적응하기 힘든 최고의 시간은 식사이다. 재료를 사도 요리할 줄 몰라 원재료를 구입할 엄두를 못 낼뿐더러,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8살 막내딸 윤지의 머리를 묶어주는 것도 버거운 일과 중의 하나다.

고등학생인 맏딸 윤영(사춘기를 보낸다 하여 ‘춘녀’라는 애칭을 쓴다고 한다.)이는 고통 속에서도 그에게 쉼을 주는 존재다. 지난 어버이날 큰딸이 쓴 편지를 아내에게 읽어주면서 울고 또 울었다. 둘째 아들 윤서는 엄마가 아파도 아침마다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는 장난꾸러기다. 침대에 누워 꼼짝도 안 하는 엄마 옆에서 침대를 붙잡고 장난을 치고, 맛난 과자를 사 달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저는 자녀들에게 ‘고난을 이기는 삶’을 유산으로 남겨 주고 싶어요. 병든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과 가정을 지키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을 사랑하고 교회를 신실하게 섬기는 모습을요. 보이는 유산은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과 성품에 새겨지는 삶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야지 뽑히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진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흔들리지만 그분의 손을 잡고 가는 것이다. 김 목사는 우리가 그분의 손을 잡고 간다면 바람이 불어도 안전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고백한다. "나무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바람 불어도 좋아!"라고.

 

 

* 참 가슴 따뜻한 인터뷰 기사를 나눈 김지혜 기자 고맙습니다.


* 청년들에게 말합니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흔들리지만 제대로 돌아오면 자랍니다. 흔들리면서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부러지고 죽고 맙니다. 오늘도 바람 부는 들판에 선 그대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