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이 시대의 영적 거장 한 명이 이 땅을 떠났다.
27일 오후 3시 15분(현지시간) 런던 바나바칼리지 은퇴자 숙소. 20세기 복음주의 건축가인 존 스토트 목사는 지인들이 읽어주는 성경 말씀과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향년 90세. ‘존 스토트 미니스트리’의 벤자민 호만 대표는 “스토트 목사는 주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과 성경적 진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이 땅을 떠났다”며 “진정 그는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복음주의권의 거인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독신이었던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비교할 수 없는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데 헌신했다. 참된 제자도의 삶은 그가 평생에 걸쳐 강조한 주제였다. 목회자와 설교자, 복음주의 학생운동 지도자, 실천적 그리스도인으로서 세대를 뛰어넘어 영향력을 미쳤다. 영국성서공회 회장, 영국복음주의연맹(BEA) 회장, 영국IVF의 전신인 대학기독인교류회(UCCF) 설립에도 기여했다. 제3세계 기독청년들을 교육하고 훈련할 목적으로 복음주의문학재단(현 국제랭함파트너십의 전신)을 설립했다. 1982년에는 기독교의 반지성주의를 반대하고 평신도들에게 신앙과 삶, 선교의 연관과 교육을 위한 현대기독교연구소를 창립해 소장을 맡아왔다. 특히 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복음화협의회(로잔대회)에서 신학과교육위원장을 맡아 복음주의와 사회적 실천의 관계를 정립해 복음주의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올소울즈교회 목회다.
그는 45년 교구목사로 시작해 50년 29세의 나이에 담임목사가 됐다. 그리고 75년 은퇴할 때까지 30년간 올소울즈 한 교회만 맡아 섬겼다. 그는 기도 우선, 변증 전도, 정기적인 전도, 구도자와 회심자에 대한 세밀한 접근, 체계적 훈련 등을 통해 현대도시 사역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올소울즈교회는 주중 점심예배, 주중 기도회, 환우를 위한 기도회, 어린이 교회, 가족 예배, 유학생 예배 등 획기적인 예배를 통해 ‘모든 영혼을 깨우는 교회’로 자리매김됐다.
빌리 그레이엄, 뉴욕타임스 등 전 세계가 그를 ‘가장 존경스러운 성직자’ ‘개신교의 실제적인 교황’으로 칭송했지만 그는 정작 “나는 친구이자 주인인 예수 그리스도에게 무익한 종일 뿐”이라며 평소 스스로를 소개했었다.
21년 4월 27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청소년 시절 성공회 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존재와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깊은 영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17세 때 학교 채플에서 설교를 통해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한 뒤에는 복음의 진리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복음주의는 성공회와 결별해야 한다’는 마틴 로이드존스의 주장에는 끝내 동조하지 않았다. 수많은 복음주의자들을 지금까지 영국성공회 내에 머물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또 전쟁이나 실업, 부패 등을 심각한 사회악으로 봤다. 특히 평신도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이 일에 앞장설 수 있도록 목회자들이 일깨워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사회악과의 싸움을 독려하고 영적, 사상적으로 지원하는 게 목회자들의 중요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현대 사회문제와 기독교적 답변’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등의 저서를 통해 이러한 지침을 제공해왔다.
그는 새, 사진 등에도 관심이 많았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조류학자 윤무부 박사의 안내를 받아 직접 한국의 새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2001년 국내에서 출간된 ‘새 우리들의 선생님’(IVP)은 그때 찍은 사진과 해설을 모은 것이다. 그는 “모든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계시인 자연 만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 환경단체인 로차(arocha.org)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스토트 목사는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캠퍼스복음화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한국에는 93년과 99년 IVF(한국기독학생회) 전국수련회와 IFES(국제복음주의학생회) 세계총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에서 예수가 주인인가’를 되물어봐야 한다”며 “주인이신 그를 믿고 따르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했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존 스토트의 후예’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국내에도 고 옥한흠 목사를 비롯해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하용조(온누리교회) 목사 등이 직접 그와 교제하며 영향을 받았다. 한철호 선교한국파트너스 상임위원장 등과 같이 스토트 목사의 후예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은 “그분이 남긴 ‘균형 잡힌 기독교’라는 업적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
[미션라이프] 20세기 세계 복음주의를 이끌었던 존 스토트가 지난 27일(영국 시간) 오후 90세를 일기로 런던에서 소천했다. 그는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복음화협의회(로잔대회)에서 신학과교육위원장을 맡아 전도와 사회적 실천의 관계를 정립해 복음주의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21년 4월 27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청소년 시절 성공회 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존재와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깊은 영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17세 때 학교 채플에서 설교를 통해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한 뒤에는 복음의 진리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1945년부터 평생 1975년 은퇴할 때까지 런던 올소울즈교회 한 교회에서 30년간 목회를 했다. 목회를 하면서 영국성서공회 회장, 영국복음주의연맹(BEA) 회장, 영국IVF의 전신인 대학기독인교류회(UCCF) 총재를 맡기도 했다. 1982년에는 기독교의 반지성주의를 반대하고 평신도들에게 신앙과 삶, 선교의 연관과 교육을 위한 현대기독교연구소를 창립해 소장을 맡아왔다. 2007년 4월엔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 뒤 영국 내 성공회 목회자 은퇴 시설에서 지내왔다.
‘복음주의는 성공회과 결별해야 한다’는 마틴 로이드존스의 주장에는 끝내 동조하지 않았다. 수많은 복음주의자들을 지금까지 영국성공회 내게 머물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기도 우선, 변증 전도, 정기적인 전도, 구도자와 회심자에 대한 세밀한 접근, 체계적 훈련 등을 통해 현대 도시 사역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소울즈교회가 주중 점심예배, 주중 기도회, 환우를 위한기도회, 어린이 교회, 가족 예배, 유학생 예배 등 다양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스토트의 마인드와 노력 때문이다.
1971년엔 제3세계 기독청년들을 교육하고 훈련할 목적으로 복음주의문학재단(현 국제랭함파트너십의 전신)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의 기본진리’ ‘비교할 수 없는 그리스도’ ‘현대의 기독교’ ‘나는 왜 기독교인인가’ 등 명료하면서도 균형잡힌 수많은 저서들을 통해 전세계 독자들을 복음주의에 든든하게 서 있게 했다. 스토트 목사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마지막 저서 ‘제자도(The Radical Disciple)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가 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에는 93년과 99년 IVF 전국수련회와 IFES 세계총회 참석차 방한했던 그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물질주의에 빠져 있다”며 단순한 삶, 관용을 베푸는 삶을 살 것을 주문했었다.
빌리 그레이엄은 그를 “오늘날 전세계에서 가장 존경스러운 성직자”라고 평했다. 2004년 11월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만약 개신교에서도 교황을 뽑는다면 존 스토트가 선출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2013년 WCC 부산총회 때 강사로 오셔서 WCC와 세계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길 원했는데 너무 아쉽고 슬프다”며 “그분이 남긴 균형잡힌 기독교라는 업적이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존 스토트는 위대한 신학자이자 명 설교가였지만 훌륭한 저술가이기도 했다. 그가 평생 쓴 책은 50권이 넘는다. 하나같이 복음에 대한 확신, 변증, 그리스도인의 역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저서들은 한국의 수많은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의 생각과 행동의 지침이 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The Cross of Christ)는 마틴 로이드존스의 ‘십자가’와 함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복음주의 시각으로 해석한 가장 권위있는 저서로 꼽힌다. 스토트 자신이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기도 했다. 십자가는 곧 자신의 신앙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복음주의의 진리’(Evangelical Truth)는 근본(원리)주의와 복음주의의 근본 차이점을 소개하고 있다. 근본주의는 학문을 불신하지만 복음주의자는 지성과 학문을 중요시하는 것, 근본주의는 분리주의를 앞세우지만 복음주의는 관용과 이해의 열린 정신을 추구하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근본주의를 복음주의로 잘못 해석하고 있는 현 교회 안팎의 세태에 대한 해답인 셈이다.
‘기독교의 기본 진리’(Basic Christitanity)는 반(反)교회운동이 힘을 얻고 있는 현실에서 진정한 기독교란 어떤 것인지 말하고 있는 기독교 변증서다. ‘로마서 강해’는 하나님의 복음,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 하나님의 은혜와 계획 등을 자세히 해설했다. 불신 세계를 향해 던지는 ‘기독교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제자도’(The Radical Discipleship)는 지난해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마지막 책이다. 제자의 8가지 특징을 유언처럼 제시하고 있다. 세상을 거스름, 그리스도 닮기, 성숙, 창조세계 돌보기, 단순함, 균형, 의존성, 죽음 등이다. 그는 특히 죽음에 대해 “마지막이 멀지 않은 지금, 나는 죽음을 통한 생명이라는 역설을 통해 격려를 받는다”고 고백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