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삶/신앙과 삶

쉼없이 달려온 목자와 양떼들 휴식의 벤치는 그대들 몫입니다… 확대 시급한 ‘안식년제’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8. 1. 12:41

쉼없이 달려온 목자와 양떼들 휴식의 벤치는 그대들 몫입니다… 확대 시급한 ‘안식년제’

[2010.07.23 19:48]     


학교 수업을 마친 자녀들은 학원을 쫓아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엄마들은 집안 살림에 자녀 교육까지 감당하느라 집에서도 쉬지를 못한다. 아버지들은 직장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느라 밤낮도 주말도 없다. 쉼이 없기는 영혼의 평안을 가르치는 목회자도, 안식년을 얻은 선교사도 마찬가지다.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각종 사역, 자녀교육 문제가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공부하고 일하고 사역하는 우리를 보시며 하나님은 뭐라고 하실까. 죽도록 더 충성하라(계 2:10)고 하실까, 아니면 한적한 곳에서 좀 쉬라(막 6:31)고 하실까.

그리스도인의 안식은 여름철 피서지를 찾는 휴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나님의 지으시던 일이 일곱째 날이 이를 때에 마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하므로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창 2:2). 안식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근거 구절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은준관 총장은 이에 대해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6일 일하시고 7일째 쉬셨다는 뜻이 아니다”며 “일곱째 날은 창조의 마지막 단계로서 창조를 완성하신 날”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특정한 날을 정해서 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앙 그 자체에서 안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게 은 총장의 주장이다.

고신대 이상규 교수에 따르면 안식년 제도가 도입된 것은 선교사들의 거듭된 희생으로 선교사들의 안전과 복지문제가 대두된 1850년대 이후부터다. 이 제도에 따라 1885년 내한한 언더우드 선교사도 6년 사역 후 1891년에 안식년을 가졌다. 이 같은 안식년 제도는 이제 대학과 병원, 일반 직장, 심지어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교회에서도 평신도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선기(이랜드 사목) 목사는 “일부 헌신된 그리스도인이긴 하지만 헌신된 성도들에게 주일은 더 이상 안식일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을 하는 하루가 돼버렸다”며 “목회자에게도 월요일 안식이 있듯이 평신도에게도 똑같은 안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 내 봉사를 줄이거나 1년에 몇 주간의 휴가를 주는 것, 5∼6년 봉사 뒤 6개월∼1년간 모든 봉사에서 쉬게 하는 평신도 안식년이 필요하다는 것. 방 목사는 “결국 이것은 목회자의 결단에 달렸다”며 “한 영혼을 사랑하는 목회자라면 외면하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 방화2동 제자삼는교회(나종열 목사)는 2008년부터 평신도 안식년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안식년의 필요를 느낀 성도가 담임목사와 상의한 뒤 1년간 본인이 원하는 타 교회를 출석하는 것이다. 본인이 원할 경우엔 언제든지 제자삼는교회를 나올 수 있지만 헌금은 반드시 그 교회에 해야 한다. 나종열 목사는 “교회를 병원에 비유한다면 의사 한 명이 모든 환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성도가 목회자를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목회자가 성도를 위해 있는 만큼 성도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 안식년 제도는 아직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 교회별로 자체 시행해 오고 있다. 보통 6년 사역 뒤 6개월∼1년 쉼을 갖는다. 하지만 사역자가 한 명밖에 없는 작은 교회 목회자이거나 여러 가지 형편으로 안식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신대 고광석(선교신학) 교수는 6년 뒤 1년 안식년보다는 1년에 1∼2개월씩 안식월을 갖는 게 현실적이라고 제안한다. 이렇게 할 경우 목회자와 교회의 부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도시 교회 목회자가 안식월을 맞아 농촌 교회 설교를 대신 한다든지 도-농 교회 간 안식월 강단 교류를 갖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이를 통해 단순한 강단 교류를 넘어 도-농 교회 간 실제적인 도움과 배움의 기회를 줘 한국 교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은준관 총장은 “신앙이 분주한 교회생활에 얽매여 있는 구조에서 안식은 그저 잠깐의 쉼만 가져다줄 뿐”이라며 “목회자나 평신도 모두 신앙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으려면 한국교회의 구조 개선, 신학적 성찰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