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가 만들어낸 '1주일의 기적' 자선 축구 경기
출처: OSEN 원문 기사전송 2010-07-04 09:08

[OSEN=황민국 기자] "선수들도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이방인의 경험을 가지고 있거든요. 소외 당하는 경험은 우리도 가지고 있었습니다"(이영표).
담담했다. 자선축구경기가 끝나자마자 땀에 젖은 몸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영표(33, 알 힐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속마음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1주일의 기적'을 무사히 마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끝난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자선축구경기'의 현장이었다.
#1. 8강 진출이 좌절된 6월 27일
이영표가 추진했던 자선축구 경기가 처음 결정된 것은 지난달 27일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이 좌절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영표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바로 이영무(56) 전 기술위원장과 약속했던 자선축구 경기의 준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영표에게 주어진 역할은 바로 '섭외'. 천문학적인 금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국가 대표팀 선수들을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해야 했다. 월드컵 출전으로 지친 선수들에게 또 한 번 경기에 나서라는 무리한 요구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의외로 흔쾌히 이영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경기의 모든 수익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이 뿌듯했기 때문이다. 축구로 어려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일. 이미 홍명보장학재단이 매년 크리스마스에 개최하는 축구경기로 경험한 바였다.
축구 대표팀의 조용형(27, 제주 유나이티드)은 "취지가 좋았다"면서 "소외 받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우리가 경기장에 뛰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곤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열심히 뛴 이유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2. 경기 개최가 결정된 6월 30일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아무도 성공을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급박한 일정이었다. 6월 30일에서야 경기 개최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고작 사흘 뒤에 열리는 경기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이번에는 이영무 전 기술위원장의 몫이었다. 이 시점까지 확정된 것은 경기장 장소와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뿐이었지 나머지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이영무 전 기술위원장이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안산 할렐루야가 없었다면 이도 어려웠을 터였다. 당장 경기를 중계할 방송사부터 구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매치 대행의 경험이 풍부한 'MU 마케팅'이 원군으로 나섰다는 것. 경기 운영을 비롯해 경기를 알리는 포스터 제작, 경기 운영 등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에 진행됐다. 현실적인 시간의 제약으로 인터넷 예매 등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경기 개최 자체는 더 이상 불가능이 아니었다.
여기에 다문화가정을 돕는다는 사실을 반긴 기독교 측의 도움이 있었다. 다문화가족 이주민 선교회를 시작으로 온누리 교회, 안산 기독교 연합회 등에서 자원봉사를 자처했다. 비용이 적게 들수록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도울 금액이 늘어나기에 반가운 일이었다.
#3.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던 7월 3일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일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경기 준비에 제동이 걸렸다. 갑작스럽게 선수들이 출전을 고사하기 시작한 것.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인기스타로 떠오른 '차미네이터' 차두리(30, 셀틱)가 시작이었다. 차두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기 전까지 한국에 올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으로 이적하면서 스코틀랜드로 메디컬테스트를 받으러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차두리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경기를 준비하던 측에는 최악의 사태였다. 차두리 외에도 염기훈(27)과 송종국(31, 이상 수원 삼성) 그리고 최태욱(29)과 이동국(31, 이상 전북 현대)까지 출전 포기를 알렸다. 소속팀 결정에 따라 전지훈련을 참가한다는 이유였다. 아쉽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이영표의 인덕은 또 다른 대체 선수들을 찾기에 충분했다. 중계 시간이 확정되면서 인쇄를 마친 티켓도 2일 낮 11시에 모두 현장에 도착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경기의 흥행.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로 인터넷 예매를 할 수가 없으니 흥행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런 걱정은 경기 시작을 앞둔 3일 낮 5시까지 여전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경기 시작을 앞두고 경기장 절반 이상을 채운 관중의 모습에 사라졌다. 3만 3천석이 만석인 안산 와~스타디움은 조금씩 자리를 채워나가는 관중 속에 만석에 가까운 모습이 됐다. 경기장을 찾은 선수들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흘렀다. 특히 이영표는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8일의 기적을 성사시킨 이영표는 힘찬 질주를 시작했다. 어렵사리 경기장을 찾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질주였다.
stylelomo@osen.co.kr
이영표선수에게 참 고맙다.
이런 좋은 생각 향기나는 일을 한다는 것
참 멋진 일이다.
기독교인으로서 계속 모범이 되어 주길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