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이단과 사이비

“자칭 메시아가 추잡한 인간입디다” 엄상익변호사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4. 14. 13:21

“자칭 메시아가 추잡한 인간입디다”
<시인과 이십만원> 출간 한 엄상익 변호사
출처: 교회와 신앙 2010년 04월 09일 (금) 09:29:37 양봉식 sunyang@amennews.com

“메시아라고 하는 사람들이 증인을 매수하고, 거짓말을 일삼고, 교리와 다르게 신도들을 성폭행하는 것을 봅니다. 대개 이런 교주들은 처음에는 낮은 곳에서 희생적이고 열정적인 섬김과 겸손을 보이지만 어느 날 신으로 추종 받고 결국 추잡한 결말을 맞습니다.”

엉터리 메시아들
   
최근 <시인과 이십만원>과 <천국보다 좋은 나쁜 세상>(글마당)이라는 칼럼집을 낸 엄상익 변호사를 만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세형이나 조폭들은 물론 영생교나 JMS 등 이단에 빠졌던 피해자들의 재판을 변호했던 그는 재판과정에서 만났던 교주들이 자칭 메시아답지 않게 엉터리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JMS 교주 정명석씨나 영생교 교주 조희성 씨,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 씨와 재판을 하면서 경험했던 이단단체 교주들의 실체는 모두 거짓과 폭력, 그리고 그들의 교리와 전혀 엇박자 나는 삶이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터지면 경찰이 무서워 숨고, 신도들을 등치고,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교리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자신은 그 교리를 어기는 삶을 사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속는 사람들이 불쌍하지요.”

그는 재판과정에서 교주가 자신을 저주하는 주문을 걸기도 하고 폭력배를 동원해 죽이겠다는 협박도 했다. 엄 변호사 자신도 두려움과 공포에 떨기도 했다고 한다. 이단 교주가 저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묘했다고 한다. 더구나 저주를 걸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두 번이가 실려 간 일이 있었다.

“협박에다 원인 모르게 요관이 날카로운 돌에 찢겨 고통을 겪으면서 마음이 약해지더라구요. 그래서 하나님께 나아갔습니다. 후회가 된다. 괜히 종교사건을 맡아서 생고생을 하고 있지 않으냐. 하나님이 저런 마귀보다 훨씬 강하시지 않느냐. 어려운 사람들 도우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다. 이런 식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내 속에서 어떤 느낌으로 소리가 들렸습니다. ‘넌 살만큼 살지 않았니?’하는 내면의 속삭임이었습니다.”

엄 변호사는 그런 느낌이 들자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미 나이가 50이 넘었고 지금 죽는다고 해도 인생에서 본전 장사는 한 셈이라고 생각했다. 죽은 친구들도 많다. 그래서 “그건 그렇죠. 주님”이라고 그는 대꾸했다. 그러자 내면에서 “그럼 됐다”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두려움이 사라진 엄 변호사는 법정 방청석에 나온 광신도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제 기도했는데 하나님이 날보고 살만큼 살았답니다. 그러니까 죽어도 본전 장사는 한 거요,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야구방망이 들고 와도 좋습니다.”

자칭 하나님이라고 했던 이들이 재판도 끝나기 전에 죽거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보면 신도 아닌 한 인간임에도 사람들이 영의 눈이 어두워져 마귀의 유혹을 따라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정신이 황폐한 시대
   
▲ 그의 삶과 변호사의 삶을 기록한 <시인과 이십만원>(글마당)
“풍성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영혼은 가난합니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살기 좋은 시절입니다. 임대아파트니 비닐하우스에 가보면 내가 살던 어린 시절보다 나은 주거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이 황폐하고 갖가지 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변호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합니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삶이 글감이 되고 영혼의 성전을 짓는 일을 하게 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영혼의 이야기를 나누어보자는 마음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성숙을 이루고 사람을 이해하는 길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엄 변호사는 주변에서 정말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가난하고 힘이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호소할 곳이 없었다. 그는 그들 곁에 머물고 싶었다. 단순한 시혜적 차원에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할 무엇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재작년 성지순례를 갔던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에서 16년 전에 생각했던 선한 일에 해보겠다는 계획을 비로소 완성했다. 갈릴리 호숫가에 서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이 다시 생업으로 돌아갔을 때 갈릴리 호수에 오셔서 제자를 다시 부를 때를 생각했다. 제자들이 그물에 걸린 153마리의 숫자가 그의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이 사람 저 사람 비즈니스로 사람을 의도적으로 만나고 영업할 것이 아니라 153명 사람의 물고기를 잡아서 그 물고기들을 내 의뢰인으로 삼아 일회성이 아닌 평생 섬기고 사랑하고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153의 사람들
   
▲ 변호사 일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천국보다 더 좋은 나쁜 이 세상>(글마당)
삶이 힘든 사람들과 같이 동행하는 변호사를 결심했다는 엄 변호사는 그런 생각은 성령께서 주신 영감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 수첩을 보여주었다. 네모 칸에 방패연을 연상하는 엑스줄무늬에 빨간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표시된 칸은 153 명단에 들어간 사람들이다.

그는 먹고 사는 것은 하나님께 맡겼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료로 변론하자는 것도 아니다. 공짜가 아니라 필요하면 돈도 받는다. 의뢰인이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는데 일부러 돈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 변호사는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면 153 명단에 기입한다.

고문변호사를 자청하고 사실을 알리기도 한다. 또 명단에서 제외되는 사람도 있다. 아니다 싶으면 가차 없이 명단에서 제외한다. 물론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기도하면서 정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정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20년이나 다니면서 교회 목사님과 대화나 악수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엄 변호사는 “하나님 말씀 전하는 훌륭한 사람인데 나 같은 사람이 악수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옆으로 슬쩍 도망 다녔다고 한다. 그는 하나님이 주신 하루에 할 수 있는 분량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내 영혼이 말씀의 성전이 되고자 합니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외출할 때는 주머니에 녹음된 성경을 넣고 듣고 다닙니다. 수많은 목사님들이 있지만 영혼 속에 말씀의 성전은 누구보다 커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혼 속에 말씀의 성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십자가의 고통에도 감사할 수 있는 있는 단계가 믿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고통도 감사할 수 있는 믿음의 단계로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사랑은 오래참고
회심은 논리나 추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하는 그는 1981년 부천에 있는 지하철역을 지나가다가 들었던 “사람은 오래참고”라는 찬양소리를 통해 하나님께 나가는 계기가 있었다고 했다.

“전파사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는 김세환의 ‘사랑은 오래참고’였습니다. 교회 나갈 때가 아닌데 귀에 들어왔습니다. 테이프를 전부다 사가지고 정신없이 듣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그 노래 들고 있는 새벽 기도하고 싶었습니다. 20대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별을 보고 기도가 뭔지도 모르면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마지막 고시 시험을 볼 건데 합격시켜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판·검사 하지 않고 출세 지향의 마음이 아니라 내 자신의 정신병을 고치기 위해 합격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교회도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엄 변호사의 기도는 응답되었다. 정말 시험에 털컥 붙어버린 것이다. 그는 괜히 서원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약속대로 그는 교회에 나갔다. 여기 저기 교회는 다녀보다 정한 곳이 소망교회다. 당시 소망교회는 매우 작은 개척교회였다.

엄 변호사는 교회 직분에 관심이 없다. 그저 성도로 만족하며 산다. 일상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또 일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소속 교회에서 예배하기보다 시골에 있는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기를 즐겨한다.

서너 명의 교인들이 있는 교회 가서 예배드리고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형식적이거나 정형화된 것이 자칫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때 묻지 않은 순백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나도 문제가 많을 사람입니다.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고 그저 소박하게 있고 싶습니다. 힘든 사람, 사연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즐겁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나서지 않고도 글을 통해서 말하면 되지 않습니까. 남들에게 오해도 받지만 그래도 내게 주신 성품대로 성령께 붙들려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