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영성

부흥은 하나님의 임재입니다. 폐암 대장암 진단받은 박용규 교수의 깊은 이야기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12. 15. 20:43

폐암 대장암 진단받은 박용규 교수의 깊은 이야기

[2009.12.15 15:26]     


[미션라이프]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역사신학자인 총신대 박용규(54) 교수가 대장암과 폐암으로 투병중이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내년 1월에는 폐암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부흥운동의 전문가로 국내외에서 왕성한 강연활동을 벌인 박 교수는 자신이 암 선고를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은 지난 10월8일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코스타(유학생수련회)대회에 강사로 참석차 경유한 도쿄 나리타공항 화장실에서 혈변을 보면서부터.

귀국한 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그에게 의사는 암을 선고했다. 컴퓨터 스크린으로 보니 대장내에 2cm 정도의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다. 의사는 더 절망스러운 말을 했다. “폐에도 1.7cm의 암세포가 보입니다.”

대장암과 폐암이 동시에 찾아왔다는 소리에 박 교수는 충격으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인생이 모두 끝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난 삶을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다행히 대장암과 폐암 모두 초기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암 선고 이후 박 교수는 조용히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정리하고 수술 받을 준비했다. 그 사이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암 수술 전후, ‘가난해 질대로 가난해진 심령’의 그를 2번 만났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것을 선용했는가, 악용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100% 그분의 뜻대로 살았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자신에게 불현듯 닥친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려는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뜻이 명확해졌다.

“제 인생에 하나님이 새로운 기회를 주시면 일상의 사역과 활동이 아니라 온 열정을 다해 하나님을 대면하며 그 분의 뜻을 이뤄드리는 도구로 살고 싶습니다.”

암 선고를 받고 그는 본질을 생각하게 됐다. 생각해보니 수없이 죄인이라고 고백했지만 죄인으로 살지 못했다. 하나님을 위해서 일한다면서 실상은 개인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더 노력했었다. 야망이 비전으로, 개인의 은밀한 소망이 하나님의 뜻으로 윤색되기도 했었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모든 것이 선명해졌습니다. 내게 더 생이 허락되면 오직 주님을 위해서, 그분을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은혜로구나’라구요. 관념으로만 다가왔던 ‘고난이 내게 유익이라’는 성경 말씀이 육화되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하게 됐습니다.”

신학자로서 다짐도 했다.

“비록 한다고 발버둥 쳤지만 신학자로서 한국교회를 향한 양심의 소리를 더 높이 외치지 못한 것을 회개합니다. 지금 한국 신학계에는 예언자의 소리를 전하며 바른 길을 제시하는 신학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요. 큰 교회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져 버립니다. 한국교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펼쳤습니다. 회개합니다.”

대장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병실에서 박 교수는 차분하지만 맑은 미소로 말했다.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정직한 삶을 살겠습니다. 정직하게 말하고, 정직하게 쓰겠습니다. 오직 주의 사랑을 힘입어, 그분의 임재를 구하며 나갈 겁니다.”

박 교수는 지난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국민일보에 1년간 ‘부흥의 현장을 찾아서’를 집필했었다. 부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임재! 하나님의 임재입니다. 그것입니다. 하나님의 감당할 수 없는 임재가 충만해서 우리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압도적인 임재만이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나를, 그리고 교회를, 또한 이 사회를. 하나님의 임재 의식이 없는 부흥의 외침은 헛된 구호에 불과합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