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영성

필립 얀시의 영성, 은혜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10. 14. 16:01


“죄인 향한 한없는 용서 구세주 은혜 계산법은 독특”

세계적 기독교 저술가인 필립 얀시(60)가 기독교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은혜(Grace)’를 강조했다. 14일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열린 레노바레 영성 세미나에서 얀시는 “세상은 정의와 공평이란 잣대, 다양한 규칙으로 움직이지만 예수와 하나님 나라는 은혜로 움직인다”고 역설했다.

그가 말하는 은혜란 명성과 권력, 부를 좇는 현대의 풍조와는 정반대다. 가난한 자가 복이 있으며 의를 위해 핍박받는 자가 복된 자라는 선언이다. 탕자의 비유가 보여주는 것처럼 은혜는 집 밖으로 나와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또 아들의 형체가 눈에 보이면 옷자락이 끌리도록 뛰어가 입 맞추는 적극적인 사랑이다. 얀시는 이를 ‘은혜의 스캔들’로 명명했고 혁명적이라 표현했다.

얀시는 이 대목에서 오늘의 교회가 과연 은혜가 충만한 곳인가를 되물었다. 그는 “교회는 죄인들이 오기에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한다”며 “미국교회의 경우 이 같은 예수 메시지의 핵심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사회를 정화시키는 곳이며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도덕적 기능을 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은 없습니다. 성경의 급진적인 메시지는 하나님께서 죄인들과 가난한 자들에게 은혜를 주셨고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원하기는 한국교회가 죄인들이 거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하나님은 그의 사랑 때문에 독특한 계산법으로 은혜를 주신다”며 “하나님의 계산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한없는 용서”라고 말했다.

은혜는 고통당하는 자뿐 아니라 핍박과 고통을 주는 가해자에게도 적용된다. 그는 삭개오를 예로 들며 “압제를 가하는 사람에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은혜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발생한 인도 오릿사주 기독교인 박해자들과 터키에서 발생한 독일 선교사 살해사건 가해자들을 향한 피해자 가족들의 용서를 언급했다.

“용서는 힌두교 극단주의자들과 이슬람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용서는 그들의 경전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가치였습니다. 용서와 사랑만이 변화를 가져옵니다. 이것이 기독교인의 표지이자 삶의 메시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또 한국교회는 미국과 유럽 교회와는 달리 장점이 많다고 말했는데 종교 때문에 분열되고 전쟁을 치른 경험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만큼 순수한 면이 많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약자들과 죄인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얀시는 그동안 책과 사진으로만 보던 인상과는 달리 목소리가 굵었고 강의 내내 권위가 넘쳤다. 좌중을 압도한 그의 강연은 예수님의 눈으로 세계를 읽으며 거기서 발견한 은혜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미국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잡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기도’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 등 주옥 같은 저서를 펴냈다. 얀시는 20∼22일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에서 개최되는 영성 축제 강사로도 참여한다.

가평=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