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생각

아침 편지’ 주인장 고도원이 띄우는 새해 첫 희망가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1. 14. 15:00

아침 편지’ 주인장 고도원이 띄우는 새해 첫 희망가 //

 

 

 

출처: 레이디경향 | 기사입력 2009.01.14 10:13

 

매일 몸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을 섭취하듯, 하루에 필요한 행복과 활력을 담은 '마음의 비타민'을 배달받는다면 그날은 기쁨으로 가득 충전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행복 비타민을 배달하는 사람, '고도원의 아침 편지'의 주인장 고도원을 만났다. 새해 아침 당신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를 기쁘게 읽어주었으면 한다.



'멈춤의 힘'을 가진 아침 편지


아침마다 이메일 편지함을 열어 메일을 확인한다. 이메일 확인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 요즘, 넘쳐나는 스팸메일과 카드 고지서, 인터넷 쇼핑 안내 메일 사이에서 청량한 샘물 같은 편지를 한 통 발견하게 된다. '하늘에 반짝반짝 꿈이 걸려 있다'는 예쁜 단어로 이루어진 한 문장이 마음에 바람을 일으키며 휙 스쳐간다. 잠깐 손을 멈추고 찬찬히 글을 읽어 내려간다. 소박하지만 울림 깊은 짧은 편지 한 통이 나를 복잡한 사무실에서 탁 트인 언덕 위로 데려다놓는 듯하다. 마음에 배달된 한 통의 편지는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바쁜 생활 속에 치여 사는 이들에게 한 박자 쉼표가 되어주는 아침 편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198만5천여 명의 아침 편지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고도원씨. 2001년 8월부터 시작한 '고도원의 아침 편지'는 점차 가족 수를 늘려가며 오늘까지 이어져왔다.

"평소에 늘 책을 읽어요. 글을 읽다 보면 나에게는 물론이고 누군가에게도 큰 감동을, 용기를 주겠다 싶은 구절이 있어요. 그렇게 밑줄을 그어둔 인상적인 글귀들에 짤막한 글을 붙여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 배달하던 것이 '고도원의 아침 편지'의 시작이에요."

200만 명가량이 받는 편지지만 가까운 친구 한 사람에게 보내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라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쓰는 데 큰 힘이 드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쓴다기보다는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것이기 때문. 그 날의 단상, 인생의 걸음걸이, 내가 갖고 있는 숙제에 대한 해답을 '그저' 함께 나누면 되는 거다.

"'대체 매일 어떻게 그걸 써요? 매일 생각이 나나요?' 하고 묻는 이들이 있기는 해요. 나에게 해답이 되었던 글귀가 있으면 꼭 아침 편지에 실어 띄워요. 나에게도 실마리가 되었듯이, 받는 그 누군가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냥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예요."

말은 쉽지만 무언가를 장기간 빼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져가려면 웬만한 마음으로는 어림도 없다. 편지의 내용을 두고 골머리를 썩이지는 않지만, 매일 약속을 지킨다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잖아요. 어찌 힘들지 않겠어요. 어떨 때는 중압감이 무겁게 나를 누르기도 해요.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나, 혼자서 눈물 흘릴 때도 있었어요, 잠 못 자면서 고민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꾸준히 일을 지속해오면서 그 어려움들을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을 보람을 느껴요. 힘듦과 어려움보다 그 보람이 더 크니까 이제는 일종의 소명감 같은 것을 갖게 됐어요."

너무 많은 이들이 아침 편지를 사랑해주고 있다. 단단한 고정 팬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이들이 고도원씨에게 힘과 용기를 주게 되어버렸다. 이를테면 많은 자식들을 키우는 가장의 마음이 든다고 할까. 세상이 다 무너져도 가장만은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더라도 본 적은 없지만 아침 편지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며 다시 일어선다.

"아침 편지는 정말 작은 '물방울'이에요. 그런데 이 물방울이 사람들로 하여금 잠깐 멈춰 서게 하는 힘을 지닌 것 같아요. 우리가 차를 몰 때 고장이 나거나 기름이 떨어지면 느닷없이 멈춰서버리잖아요. 사람의 몸과 마음도 똑같은 게 아닐까요? 수시로 잠깐 멈춰 살펴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시기에 서버릴지도 몰라요."

극단적인 결심을 했다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이메일을 보고 결심을 접게 되었다는 사연, 오늘 아침 편지가 나를 행복하게 살게 했다는 사연, 공부를 포기하고 컴퓨터 앞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한 젊은이가 편지를 보고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는 사연, 사업이 망하고 화도 나고 살 길이 막막해서 나쁜 계획까지 세웠는데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기만 하다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글을 보고 새로운 확신을 얻게 됐다는 사연…. 일일이 얘기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가 보낸 작은 편지 한 통이 누군가의 인생에 다가가 긍정의 힘을 발휘했다는 사연들을 보면서 진심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고도원, 그 자신이다.



글이 말을 걸어오는 즐거움을 천만 독자가 느껴봤으면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온통 책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풍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무실에는 주로 신간이 있지만 실제 그의 개인 서재에 있는 많은 책들은 상당수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여력만 있으면 책을 구입하기를 즐겼다는 고도원씨의 아버지는 그에게 가장 귀중하고도 비싼 유산을 남겨주셨다. 바로 독서하는 습관.

"어릴 때는 매를 맞으며 책을 읽어야 했어요. 시골 교회 목사님이셨던 아버지께서 저희 형제들에게 강제로라도 책을 읽게끔 지도하셨거든요. 책이라고 하면 만화나 순정 소설 정도를 좋아하던 저에게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같은 책을 주시면서 읽고 필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어놓으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사실 무슨 뜻인지 잘 몰라 막 그어놨었는데 나중에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며 다시 읽어보니 10번, 15번씩 거듭 읽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비록 훈계와 별을 통해서였지만 책을 읽으며 자라게 된 것을 지금은 크나큰 행운이며, 귀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이 자랑스러운 경험을 자신의 아들, 딸에게도 물려주려고 한다.

그는 늘 시간이 나면 책장 앞에 서서 아버지가 물려주신 책들을 뒤적이곤 한다. 아버지께서 그어놓으신 밑줄을 발견하고 그 대목을 두세 번씩 되뇌다 보면 어느덧 돌아가신 아버지가 옆에 계신 듯 숨결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때도 있다.

고도원씨는 분야를 정해두고 책을 읽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다독,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내용의 글을 탐닉한다. 오랜 독서 습관은 속독의 경지를 낳았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 책을 안 읽는다고 하잖아요. 책을 읽는 일은 힘들거나 피곤한 일이 아니라 휴식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일이에요. 문장들이 마치 음악처럼 곳곳에 숨어 있다가 튕겨 나와 내게 말을 걸어요. 그런 즐거움을 나 외에 한 사람이라도 더 느끼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혜와 용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수한 답이 책 속에 있는데 왜 읽지 않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 뭔지 계속 묻기에 이제는 아예 홈페이지에 매달 추천 도서를 선정해 올려놓는다. 포털이나 출판사에서 로비가 들어온 적도 있었지만 전혀 구애받지 않고 그만의 선정 도서를 소개한다. 추천 도서를 보고 흥미가 생겨 한 사람이라도 더 책을 읽게 된다면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로 한정한다.

"저는 책과 관련한 작은 바람이 하나 있어요. 우리나라 영화는 천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고 하잖아요. 매우 반가운 일이죠. 그런데 책도 하나의 책이 천만 권씩 팔리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어떤 책이든지요. 그렇게 하나가 천만 권 넘게 팔려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면 큰 원동력이 되어 많은 출판물들이 사랑받을 수 있게 되겠지요."

사람마다 성격도, 습관도 다르듯 책을 대하는 방식도 제각각 다르겠지만 고도원씨는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이 있고 속독이 필요한 책이 있기 때문. 예를 들어 은희경의 「새의 선물」, 김훈의 「칼의 노래」,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와 같은 책은 한 자도, 행간까지도 놓치지 말고 가야 하는 책이다. 쫄깃한 글의 흐름을 두 번씩 따라가기는 쉽지 않아서다. 그러므로 좋은 문장에 밑줄을 그어두는 것은 필수다. 반면, 사회과학 서적과 같은 종류는 대체로 분량은 많지만 핵심 주제나 사례가 반복되게 마련. 따라서 하나하나 따져 읽기보다는 죽죽 건너뛰며 필요한 부분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학생이나 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전문 분야를 쌓고 싶은 사람은 글 읽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참 좋은 소설/시다' 싶으면 외워두는 것이 좋고 관련 분야의 책은 무엇이든 반복해 읽도록 한다. 책은 반복해 읽을수록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청첩장·축의금 없는 아들의 결혼식,
결혼 선물은 지인들의 축하 글을 담은 책


고도원씨는 '아침 편지 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은 문화재단으로 각종 문화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문화재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좋은 일을 하는 단체' 정도로만 여기고 있지만, 아침 편지 문화재단은 복지·봉사 단체와는 다르다.

"문화가 앞장서서 사회를 이끌고 나가는 곳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문화 지평을 열어가는 데 미약하겠지만 벽돌 하나라도 놓는다는 생각으로 힘을 보태려고 해요. 아침 편지를 쓰고, 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 규모는 작더라도 마음을 치유하고 감동하는 문화활동이 결국 사람을 잠깐 멈춰 서게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만들어주더라고요. 무조건 달리기만 해서는 놓치는 것이 더 많아요. 멈춰서야 걸어온 길도 보이고 또 앞으로 달려갈 길도 잘 볼 수 있잖아요."



또 건강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사업도 펼쳐나가려고 한다. 상업성을 배제한 정직한 다이어트, 단식 프로그램 등도 연구 중이고 '꽃피는 아침마을'이라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사고파는 인터넷 백화점도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책을 좀 편하게 사도록 하기 위해 책방부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로 만나 서로 이득을 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 입점한 이들은 매출의 1%를 문화재단에 기부해 문화사업에 거름을 보탠다.

최근에는 각종 회사나 공공 기업, 학교 등에 강연을 나가고 있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명강사로 벌써 소문이 자자하단다.

"재밌게 진행하지 않으면 잘 듣지 않잖아요. 이래봬도 아주 비싼 명강사예요(웃음). 사기업 같은 곳에 출강할 때는 강연료를 비싸게 받아요. 대신 공공성을 띤 단체는 스케줄만 맞으면 무료로 강연합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필요한 자리라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무료 강연을 펼치는 것이다. 다만, 그의 강연료는 문화재단의 몫이므로 일반 기업은 문화사업에 힘을 보탠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비싼(?) 강연료를 내주었으면 한단다.

젊은 시절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갖은 고생을 하면서 고도원씨는 '행복과 돈은 그다지 관계가 없음'을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한다. 그때에 비하면 무척 '잘' 살게 된 지금도 그의 생활은 소박하다.

지난해 10월 그는 아들의 결혼식을 청첩장 없이 치러 화제를 모았다. 청첩장이 없으니 당연히 하객도, 축의금도 없이 양가 가족과 친척들만 모여 조촐하게, 하지만 따뜻하게 결혼식을 치렀다.

"딸의 결혼 때도 축의금 안 받는 결혼식을 했어요. 그래도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저도 결혼식을 참 많이 다녀보지만 너무 거품이 많고 결혼식 자체에 목을 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는 전기밥솥 하나만 갖고 아내와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들에게는 '남자의 진정한 성공이, 사랑의 완성이 뭐냐'고 물었어요. 그리고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기로 결심했으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떤 조건에서도 변하지 않고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일러줬지요. 화려한 결혼에 성공이,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문제는 그와 아내는 오랫동안 '청첩장 없는 결혼식'을 계획해왔지만 당사자인 아이들과 사돈댁에서도 과연 공감해줄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아들 부부가 그의 뜻을 이해하고 잘 따라주었고, 약간의 힘든 설득 끝에 며느리의 부모님들 동의도 이끌어냈다. 막상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사돈댁에서는 너무나 의미 있는 식을 올렸다고 기뻐하셨다고 해 마음이 놓였단다. 청첩장과 축의금 대신 아침 편지 가족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아들의 결혼을 축하하며 남겨준 '진심이 담긴' 글들을 책으로 묶어 아들에게 선물로 건넸다.

꿈을 이룬 뒤 나와 네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꿈 너머 꿈


재단 이사장, 작가, 언론인,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인생을 꾸려온 고도원씨. 좀 더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주저 없이 '꿈쟁이'라고 답한다.

"꿈을 이루고, 또 이루기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꿈과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제 이름만 들어도 꿈을 다시 꿀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네요."

요즘 그의 강연 주제는 '꿈 너머 꿈'에 관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이 말이 한글 사전에 등록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꿈을 갖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더욱 중요한 '꿈을 이루고 나서'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루고 나서 그것으로 끝이라면 본인에게는 성취일지 모르겠지만 타인에게는 혹 재앙이 될지도 몰라요. 예를 들어 꿈이 기업을 갖는 것이었다고 생각해봅시다. 꿈을 이루긴 했는데 자기 재산만 불리고, 다른 이의 노동만 착취한다면요? 누군가가 꿈을 이룬 것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는 불행이 된 거잖아요. 내 삶이 꿈을 이룬 뒤에도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새해가 되니 이곳저곳에서 희망을 갖고 목표를 세워 꿈을 이루자는 다짐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 꿈을 이루고 나서 내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그리고 그 흐름이 '나' 중심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과 행복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꿈을 이동시켜본다면 어떨까. 2009년 올해는 '꿈'이 아닌 '꿈 너머 꿈'을 꾸면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희망한다.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