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에 전재산 쾌척한 백발 노부부 |
[2009.01.08 20:06] | ||
![]() [아이미션] “우리가 하나님한테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정말 자랑할 것이 못돼요. 부끄러워요….” 평생 모은 재산을 남몰래 신학대에 기부한 백발의 노부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신들의 행위가 행여 ‘다른 기부자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이 아닌 인간의 의를 드러내는건 아닌지’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서울 장충동에 사는 이철영(90·집사), 전초월(86·권사·경동교회)씨 부부는 최근 50년 넘게 운영해온 염전을 판 돈 등 재산 5억원을 선교기금으로 써달라며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에 쾌척했다. 슬하의 6남매를 비롯해 친지와 교인, 지인들도 모르게 건넸지만, 장신대 이광순 총장이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장신대 측은 지난 7일 이 집사 부부를 방문해 공식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8일 자택에서 만난 이 집사 내외는 사뭇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오랫동안 기도로 준비해왔던 소원을 하나님께서 이뤄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전 권사)” 이집사 부부가 재산을 선교비로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건 20년 전. 1980년대 중반 장신대 교육원 원생 신분이었던 전 권사는 당시 교수였던 이 총장의 선교과목 수업을 들으면서 선교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88년에 유럽으로 떠났던 성지순례였다. “초기 기독교인들의 지하교회였던 로마의 ‘카타콤’을 둘러보며 눈물이 날만큼 감동을 받았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신앙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이런 곳에서 철저히 믿음을 지켰던 신앙의 선조들 덕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 그 뒤로 이 집사 부부는 매일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삶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돕게 해주세요. 이 뜻을 펴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없도록 도와주세요. 빈손으로 태어난 저희가 빈손으로 하나님께 나아가길 원합니다.” 이틀 전에서야 비로소 부모의 재산기부 소식을 전해들은 넷째 아들 이재오(54·독일 도르트문트 제일교회 담임) 목사는 “평소 부모님의 소신이었던 터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면서 “가장 귀한 유산인 신앙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집사 부부의 삶의 여정은 한국 역사의 굴곡과 궤를 같이한다. 이 집사는 일제 치하에서 3·1운동의 불길이 들풀처럼 솟았던 1919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났다. 1940년 전 권사와 결혼한 후 얼마 뒤 일본군 학도병으로 끌려갔다. 그는 부대에서 한국인 동료들과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적발되는 바람에 투옥됐다. 모진 고문과 폭행,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해방과 함께 풀려난 그는 46년 가족과 함께 전라남도 목포로 내려가 염전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 고향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고 떠난 월남행이 북에 남겨둔 큰 아들과 긴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남한에서의 삶은 고되고 팍팍했다. 특히 가사를 도맡으며 4남 2녀나 되는 자녀들을 키워야 했던 전 권사는 “어떻게 키웠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말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전 권사는 아침가정예배를 자녀 교육의 원칙으로 삼았다. 한번은 민주화·통일운동에 헌신했던 고 문익환(1918∼1994) 목사가 부흥회 참석차 목포를 방문했다가 이씨 부부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때 문 목사는 온 가족이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훗날 자신이 쓴 시집을 선물로 이 집사 부부에게 보내온 적도 있었다. 그녀는 자녀들에게 3가지를 특별히 강조했다. 주일성수와 교회봉사, 십일조 엄수 등이 그것이다. 국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6남매는 어머니의 당부를 지금까지 철저히 지켜오고 있다. 그러면서 이 집사 부부는 시간이 날때마다 자녀들에게 강조했다. “얘들아, 우리는 이북에서 빈몸으로 월남해서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다. 너희들도 커서 부모를 의지할 생각은 하지 말아라. 하나님을 의지하며 세상을 이기도록 해라.” 이 집사 부부의 자녀교육은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의 기부 행위 역시 자연스러운 소명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공수레 공수거’의 삶을 살아온 노부부의 세상 사는 지혜는 단순 명료했다 . “여기저기서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들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믿음이 있잖아요. 하나님은 믿음의 성도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시더라고요. 그저 살아오면서 느낀 겁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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