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생각

코엘료 행복 연금술] 터널엔 끝이 있는 법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1. 1. 12:21
코엘료 행복 연금술] 터널엔 끝이 있는 법



[2008.12.31 17:54]





루마니아 시빌의 한 식당에서 소린 미스코치는 내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때 터널만 보였어요. 그리고 그 끝에서 한 남자가 제게 신호를 했어요." 그때의 기억에 사로잡힌 듯 그는 잠시 침묵했다. 나 역시 그런 터널을 본 적이 있다. 26세였던 난 1974년 5월27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죽음 앞에 있었고, 그땐 다만 터널과 호텔만 보일 뿐이었다. 내 경험은 이 정도로 하겠다.

"어두운 터널 끝에 한 남자가 나에게 총을 겨누고 차에서 내리라고 신호를 했어요." 소린의 고통은 2005년 3월28일 이라크 바드다드에서 시작됐다. 루마니아의 방송사 특파원이었던 그는 55일간 납치됐다. "제가 풀려난 후 미국 정보요원들이 무장세력의 수를 물었을 때 단 한 명이라고 답변하자 모두 웃었어요.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에게는 주변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기억도 없다고 해요." 소린의 아내 안드레아가 그를 어루만졌다.

우리는 3일째 함께 칼파토스 산맥을 여행 중이었다. 내 오랜 친구 크리스티나 토페스쿠도 소린과 같은 방송사 기자였고 우리는 한 테이블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크리스티나는 "최악의 상황은 알자지라 방송에서 소린이 삭발에 오렌지색 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가 곧 처형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린은 "참수 비디오를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총살당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하자고 했다. 식당 주인은 그곳의 영웅인 소린에게 음식값을 받지 않았다. 가라오케로 이동하면서 나는 터널을 회상했다. 그런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 위험이 닥칠 때 주변을 잘 살피는 것이 더 안전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럴수록 제대로 볼 수 없고, 이성을 찾을 수 없고, 우리를 도와줄 정보를 찾지 못한다. 사랑에서도, 전쟁에서도 우리는 역시 인간이다.

우리는 엘비스, 마돈나, 레이 찰스의 노래를 불렀다. 참 흥미로운 일행이었다. 생후 2개월 만에 버려진 라크리마, 2년의 우울증에서 벗어난 레오날도, 최근 어려움을 극복한 크리스티나, 그리고 55일 피랍당했던 소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뻔했던 안드레아, 또 온몸과 마음에 흉터를 지닌 나.

우리는 마시고 노래하면서 다같이 삶을 축하했다. 이런 친구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희망을 준다. 진정한 생존자는 엄습한 비극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끝까지 지킨다. 그것이 바로 기쁨이다. 비극 후 기쁨이 다시 찾아온 그곳에는 항상 모두에게 본보기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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