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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사라진 얼굴들] 영원한 '토지' 찾아 잠들고 '당신들의 천국'으로 떠나고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2. 28. 08:02

2008 사라진 얼굴들] 영원한 '토지' 찾아 잠들고 '당신들의 천국'으로 떠나고

출처: 2008년 12월 24일(수) 3:23 [한국일보]


국내에선 '출판계 산 증인' 정진숙 회장
무형문화재 1호 성경린 선생, 동성제약 창업주 이선규 회장
해외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자 솔제니친
'패션혁명' 이끈 이브 생 로랑, '벤허'의 주인공 찰턴 헤스턴올해도 굵직한 족적을 남긴 유명 인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풍운아들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특히 문화계의 큰 별들이 많이 스러졌다. 2008년에 유명을 달리한 인물들을 정리해본다.

문화계에서는 한국 문단의 거목, 소설가 박경리가 5월5일 82세로 타계했다. 경남 통영출신인 박씨는 1969년 <토지>를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 매체를 옮겨가며 1994년 8월 장장 25년에 걸쳐 원고지 4만장 분량의 대하소설을 탈고해 한국 현대문학에 금자탑을 세웠다.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은 폐암투병 끝에 7월31일 69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40여년간 <이어도> <당신들의 천국> 등 토속적인 민간신앙에서 산업사회의 인간소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제의 작품으로 문단에 큰 자취를 남겼다.

대표적 '4ㆍ19세대' 작가였던 소설가 홍성원은 위암으로 투병하다 5월1일 71세로 타계했다. 그는 대하소설 <남과 북> <먼동> 등을 남겼다.

'출판계의 산 증인'이었던 정진숙 을유문화사 회장은 8월22일 96세로 눈을 감았다. 그는 10년간의 노력 끝에 <조선말 큰사전>을 1957년 완간하는 등 어려운 출판현실을 헤쳐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지휘보유자인 국악인 성경린 선생은 3월5일 97세로, 제5호 판소리(춘향가) 예능보유자인 오정숙 명창은 7월7일 73세로 각각 유명을 달리했다. 한국기독교청년회(YMCA) 운동의 산 증인이자 재야 한글학자인 오리(吾里) 전택부 서울YMCA 명예총무는 10월21일 93세로 별세했다.

학계에선 국내 최초의 항공공학 박사인 위상규 서울대 명예교수가 12월10일 82세로 별세했고, '노장사상의 대가'인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는 3월4일 77세로 숨을 거뒀다.

인촌 김성수 선생 손자로 30여년간 신문경영 일선에 있었던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은 2월25일 74세로 타계했다. 1965년 신아일보를 창간해 16년간 발행하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으로 종간의 비운을 맞은 원로 언론인 장기봉씨는 8월28일 81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부침이 있었으나 20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배우 최진실이 10월2일 '사채업 괴담'에 따른 악플에 시달리다 마흔의 나이로 자살한 일은 큰 충격이었다.

1988년 데뷔한 그는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멘트로 유명한 CF와 함께 연예계 신데렐라로 급부상했지만 프로야구 스타 조성민과 결혼했다가 2004년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최진실 죽음의 한 배경이 된 탤런트 안재환의 자살 사망 사건은 9월8일은 터졌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넘버3'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인간미 넘치는 조연으로 사랑을 받은 박광정은 12월15일 폐암으로 46세에 별세했다.

'미련'을 부른 가수 장현(본명 장준기)씨는 11월30일 63세로 유명을 달리했다.'붉은 노을' 등을 히트시킨 작곡가 이영훈은 2월14일에 별세했다.

정치권 주변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옹이 9월30일 9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거제도 멸치잡이 사업으로 큰 돈을 번 김옹은 김 전 대통령이 40년 야당생활을 이겨내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한 든든한 후원자였다.

민주화투쟁 시절 야당의 '경제통'으로 활약하는 등 6선을 지낸 이중재 전 의원은 12월18일 83세로 타계했다. 노무현 정부 때 농림부 장관을 지낸 박홍수 전 통합민주당 사무총장은'쇠고기협상 무효화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과로로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하면서 6월10일 53세의 나이에 별세했다.

5공화국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정무장관, 14대 국회사무총장을 지낸 이종률 전 의원은 6월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67세로 생을 마감했다.

재계에서는 '훼미닌'과 '정로환'을 개발하는 등 한국 제약산업 1세대를 이끈 동성제약 창업주 이선규 회장이 3월17일 84세로 타계했다. 대구경북지역 대표 주류업체 ㈜금복주를 세운 김홍식 회장은 9월9일 81세로 세상을 떠났다. 행남자기 창업주로 1994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김준형 회장은 11월19일 94세로 타계했다.

해외인물 중 눈에 띄는 인사는 러시아 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으로 8월3일 89세로 생을 마감했다. 소비에트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한 1968년작 <암병동>은 러시아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나 1973년 옛 소련의 인권탄압을 기록한 <수용소 군도> 를 내놓으면서 반역죄로 강제추방 당했다.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6월1일 71세로 숨을 거뒀다. 1960년대 초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브랜드를 내놓은 그는 여성 정장 바지 등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템을 여성복에 옮겨와 패션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미상 11개 부분을 수상한 영화 '벤허'와 '십계'으랜오?灼?미국 영화배우 찰턴 헤스턴은 84세를 일기로 4월5일 숨졌다.'내일을 향해 쏴라'스팅' 등에서 열연한 폴 뉴먼은 폐암투병 끝에 9월26일 83세로 타계했다.

1953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뉴잴랜드의 탐험가 에드문드 힐러리 경은 1월11일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Deep throatㆍ익명의 제보자)였던 윌리엄 마크 펠트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12월18일 95세로 사망했다.

32년간 철권통치를 펼치다 1988년 반정부 시위로 물러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월27일 86세로 숨졌다.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했으나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해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꼽혔다.

박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