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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재발견―③독일] 이민 2세가 말하는 新디아스포라의 꿈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2. 23. 07:27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재발견―③독일] 이민 2세가 말하는 新디아스포라의 꿈

[2008.12.16 17:56]      


"한국에 돌아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요. 언어나 일상생활 전반이 한국보다는 독일이 익숙하니까요."(김지혜·28·대학생)

"유럽 사람들과 교회 사이에 끊긴 소통의 통로가 되고 싶어요. 껍데기만 남은 그들의 신앙에 도전을 주고 싶습니다."(김현진·27·대학생)

독일에서 만난 크리스천 한인 2세들은 외모만 한국인일 뿐 생활이나 사고방식은 반(半)독일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그들의 신앙생활은 한국인 특유의 '열정'이 묻어났다. 그들은 독일에서의 의식주 생활을 편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신앙만큼은 '한국식 기독교'를 고집했다.

"상당수 독일 사람들은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주일 성수하는 이는 10명 중 1∼2명에 불과해요. 그들에게 진정한 구원의 확신을 심어주고 싶어요."(이민상·30·대학원생)

목회자 자녀인 김지혜 김현진씨 남매와 유학생인 이씨는 재독 한인교회협의회에 소속된 회원교회 청년들로 2002년부터 '길(GiL)'이라는 크리스천 한인 2세들의 모임을 만들어 예배와 기도회, 수련회 등 정기적인 만남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모임 명칭은 '내 삶 속의 하나님(God in my life)'이라는 용어에서 따왔다.

이들은 길 모임을 통해 크리스천 한인 2세들의 비전을 함께 모색하고 공유한다.

"지금까지는 한국인 디아스포라들이 낯선 이국에서 어떻게 일어서고 성공해 왔느냐에 치중해 왔다면 이제는 이 나라를 위해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일 교회와 크리스천들에게, 나아가 유럽 교회와 세계를 향해 시들어진 영적 파워를 우리 한인 2세들이 공급하는 일이죠. 저희가 그 일을 구체화하고 싶어요."(김현진)

한인 2세들의 비전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과 세계를 푯대로 삼기에 충분하다. 지형 특성상 독일은 인근 유럽 국가들과 밀접한데다 한인 2세의 경우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구사가 능통한 이들이 많다는 게 '신 디아스포라'로서의 미래를 밝혀주고 있다.

"우리의 영적 자산을 공급하려면 우리부터 먼저 채워야 하잖아요. 한인 2세들의 신앙부터 내실을 키우는 게 우선순위예요."(이민상)

뒤셀도르프=글·사진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