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청년

모모수에게 마법수프는 집이다. ‘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2. 12. 01:16

매년 연말이면 예쁜 그림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다이어리. 그 유혹에 넘어가 매년 사게 되지만, 스스로는 유혹에 넘어간 게 아니라 계획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라며 합리화시키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열심히 적겠다는, 예쁘게 꾸미겠다는 생각은 마치 수학책을 펼치고 끝까지 풀겠다는 결심과 같아서 수학책의 집합 부분에만 손때가 묻듯 다이어리 역시 1월에서 (늦으면 3월에서) 끝이 난다.
그런데 가끔 수학책 끝까지 푸는 학생들이 있듯 다이어리 역시 끝까지 쓰게 만드는 것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마법수프’. ‘마법수프’ 다이어리에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자기들끼리 시트콤을 찍고, 예쁜 모습을 뽐내고, 곳곳에서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그 재미에 빠져 ‘마법수프’의 다이어리는 끝까지 (쓰진 않더라도) 보게 된다. 개성과 재치가 십 점 만점에 십 점인 캐릭터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마법수프’의 작가 모모수씨를 만났다.

T :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모모수 : 본명은 김지명입니다. 모모수나 김지명이나 둘 다 중성적인 느낌이 드는 이름이죠. 나이는 올해 서른 살이고, 이제 해가 지나면 곧 서른 하나가 되네요.
자연과학을 1년 정도 공부하다가 그만두고, 건축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공과 또 다른,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네요. 어찌 보면 많이 바뀐 것 같지만, 저는 항상 자연, 과학, 건축,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T : 모모수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모모수 : 무언가에서 연상되었거나 뜻하는 것은 없어요. 마법수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참여하셨던 마요 작가분이 지어주셨어요. 이름을 짓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제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주려고 고심했었는데, 귀엽고 흔하지 않고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짓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더군요. 그 이후로 이름 짓는 것에 관심이 생겨서, 책이나 방송에서 재미있는 단어를 보면 메모해두고 모아두곤 합니다.

T : 언제부터 마법수프를 그리기 시작하셨나요?

모모수 : 2003년 가을부터요. 처음에 팬지데이지라는 회사의 사장님을 만나서
마법수프 프로젝트를 의논하고, 글 작가들을 만나 회의하고, 캐릭터 설정을 하고, 직접 원고를 받아서 작업을 시작했던 것은 가을 즈음이었어요. 그리고 거의 바로 2004년 다이어리 작업을 시작했고요. 어느덧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이제는 오래된 제품이 되었는데요, 가끔 들춰보면 많이 달라진 마요, 띠따, 샤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납니다.

T : 마법수프는 단순히 예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이어간다는 것이 색다른데요, 각각의 캐릭터 먼저 소개해주세요.

모모수 : 마법수프의 주 캐릭터는 마요, 띠따, 샤 이렇게 세 소녀입니다. 이들 셋을 중심으로 주변 캐릭터들이 있지요.

T : 모모수님은 그림을 담당하고 스토리 작가는 따로 계시다고요?

모모수 : 원래 마요, 띠따, 샤는 각각의 스토리 작가 분들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였어요. 마요 이야기는, 지금은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홍수정 작가님이, 띠따와 샤는 당시에는 SBS ‘진실게임’ 작가셨던 차영아, 조명진 작가님이 각각 맡고 계셨죠(이분들은 현재는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을 담당하시고 계신답니다). 홍 작가님 건강이 악화되셔서 마법수프 활동을 접으시면서 연재도 시들해졌고 그 다음부터는 팬지데이지와 제가 중심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나중에 김미정 작가님이 마요를 맡으셨는데, 차 작가님과 조 작가님이 방송 일 때문에 너무 바쁘셔서 다이어리 만들 때나 잠깐 만나는 것이 전부였죠. 최근에 해외 애니메이션 배급사에서 마법수프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하는 것에 대해 문의가 들어왔다고 해요. 마법수프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의 스토리 작가 분들은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다시 참여를 하시기로 하고, 새롭게 만나게 될 작가 분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T : 마법수프는 다이어리로 유명한데, 작업과정에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모모수 : 마법수프 다이어리는 매달 화려한 큰 그림이 들어가고, 매주 하나씩
카툰이 들어가 있어요. 그림과 카툰이 모두 다르게 들어가는데 그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림은 혼자 틈틈이 작업을 하고, 카툰은 작가들과 사장님
그리고 제가 회의를 해서 50여 개의 원고를 정해요. 초기에는 서울을 떠나서
1박2일씩 밤낮으로 회의를 하기도 했었죠. 작가분들이 재미있고 유쾌하셔서 무척 즐겁고 자유롭고 편하답니다. 요즘에는 띠따 작가의 집에서 주로 모이곤 하는데, 띠따 작가의 인테리어 스타일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회의를 하다가 눈을 돌리면 희한한 걸 발견하고 웃음을 터트릴 때가 많아요. 띠따 캐릭터가 무엇이든 사지
않고 절약하는 '가난병'이라는 지병을 가지고 있는데, 띠따 작가가 그런 편이거
든요. 커튼 대신 천 조각을 스카치테이프로 창문에 붙이는가 하면, 안 쓰는 벨트를 걸어두고 거기에 사진을 꽂아두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곧바로 다이어리에 카툰
으로 들어가죠. 올해 2009년 다이어리에도 띠따의 가난병 인테리어 부분이 있으니 찾아보셔요.

T : 마법수프의 외에 환경을 주제로 하는 만화를 연재 중이시라고요?

모모수 : 작년 초부터 환경운동연합의 월간 소식지 잎새통문에 '모모수의 그림이야기'를 매달 연재하고 있어요. 환경에 관한 소재를
자유롭게 만화로 구성하는 작은 공간이지요. 개구쟁이 비글 녀석을 한 마리 키우면서 동물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동물의 시선으로 주변을 보게 되었지요. 그렇게 동물에서 또 환경으로 관심이 확대된 거에요. 환경 이야기는 대개 심각하게 다뤄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아 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데,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다뤄보고 싶었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보람을 느끼는 일이에요. 환경문제는 알면 알수록 지금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럼 또 마음이 어두워져서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인류가 힘을
합해 모두에게 닥친 이 문제를 슬기롭게 이겨낼 거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가 이룩해 놓은 것을 둘러보세요.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물론 모두 노력을 해야겠지만요.

T : 마법수프 작품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과 가장 애 먹었던 그림을 소개해주세요.

모모수 : 마법수프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작업실도 없이 그냥 제 방에서 온 사방에 수채화종이를 펼쳐두고서 수채화 그림을 그렸거든요. 그 때 그린 그림 중에 '띠따와 만수' 그림을 참 좋아하고, 잘 그린 그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좋은 그림이 그려지는 건 꼭 좋은 환경에서 나오는 건 아닌 것 같죠?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은 그림으로는 2005년 다이어리 표지인 '연두마요'가 있어요.
이 그림은 맘에 안 들어서 망친 그림으로 모아두었는데, 사장님이 보시고 좋다며 쓰시겠다고 하셨죠. 저는 그 후로도 한동안 그 그림이 맘에 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부끄러워하곤 했는데, 지금까지 높게 평가되는 그림 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참 좋아해주고 계세요. 그래서 저도 지금은 좋아하는 그림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특히 좋아하는 그림으로 2008년 다이어리표지인
'춤추는 샤'와 2009년 다이어리 표지인 '레오파드 샤'가 있습니다.

T : 책도 내셨죠? 책 소개 좀 부탁 드려요.

모모수 : 레프트로드, 램램, 그리고 저 모모수 이렇게 세 친구가 모여서 각자 출판사를 내고 각자의 책을 함께 만들었답니다. 혼자서는 힘든 일이지만 함께하면 힘이 되고,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지만, 함께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지요. 각각 개성이 뚜렷한 친구들이어서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저는 98페이지의 얇은 책인 <모모수- 작업실, 일러스트, 그리고 강아지>라는 책과 196페이지의 <뺨이
붉은 소녀>를 출간하였습니다. <모모수- 작업실, 일러스트, 그리고 강아지>는 마법수프 이전에 그리던 초기그림을 모은 작품집이고 그 당시의 글들이 함께 실려있어요. 그리고 <뺨이 붉은 소녀>는 마법수프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것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작업한 작품을 모아 만든 작품집입니다. 모모수라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고, 백 퍼센트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지만, 제 인생에서 중요한
획을 긋는 프로젝트였어요. 앞으로도 간간히 소소하게 책들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T :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모모수 :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요. 거창한 목표는 없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다 보면 나의 능력에 맞는
일을 만나게 되고, 그 일을 열심히 해내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일 외에 개인적으로 작은 바람은 저의 취미인 요리와 정원 가꾸기에
좀 더 능숙해지는 것입니다. 저는 식도락에는 크게 취미가 없지만,
환경과 연관이 있는 건강한 음식에는 관심이 많거든요. 한 마디로 생존차원에서 요리에 관심이 있고요, 정원 가꾸기도 환경을 위해 녹색식물을 많이 심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제가 식물 기르는 것을 잘 못해서 능숙
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식물을 그리는 것도 좋고요. 또 하나의 로망은
재미있는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T : 모모수에게 마법수프는 OOO이다?

모모수 : 모모수에게 마법수프는 집이다. ‘마법수프‘를 검색하면 ‘마법수프홈’이라고 나오는데, 따뜻한 느낌이 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마법수프는 모모수가 시작된 곳이고, 자란 곳이죠. 가끔 모험을 하고 여행을 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되어주는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