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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얻어주세요…그런데 부양은 못해요” 가족 新풍속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1. 26. 13:56

“전세 얻어주세요…그런데 부양은 못해요” 가족 新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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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8.11.26 09:11


#1 잠실에 사는 김모(62?여)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아직 장가를 못간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둘다 내년 봄에 결혼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식들을 결혼시키려면 적어도 아파트 전세값은 내줘야 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녹록치 않다. 큰 아들 명의로 갖고 있던 분당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지만, 중개업소에선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그래도 김씨는 아들들이 손주를 안겨줄 것이란 생각에 기분은 뿌듯하다.

#2 은행원 최모(32)씨는 '장남이라 결혼하기 힘들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가장 듣기 싫다. 출생순서 때문에 결혼시장(?)에서 차별받는 게 억울하다. 사실 최씨는 결혼해도 부모님을 모시고 살 생각은 없다.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는데다 공직자였던 아버지가 연금을 받고 있어 굳이 아들의 도움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하실 때엔 '나라에서 그에 상응하는 복지정책을 내놓겠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 변화 속에 가족 풍속도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부모들은 아직까지 자식들의 용돈이며 학비, 결혼 비용까지 다 마련하는 등 자식들에게 헌신적이지만, 자식들은 노부모의 생계는 본인들만이 아닌 가족ㆍ정부ㆍ사회의 공동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모 부양의 의무를 가졌던 장남들의 부담도 크게 낮아지는 추세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대학교육비를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98.6%였다. 부모가 모두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가 61.9%였고, 일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6.7%였다.

대학원 교육비 역시 응답자의 81.7%가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결혼비용은 88.8%가 부모의 몫이라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71.2%는 취업을 하지 못한 성인 자녀의 용돈도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부모 생활비에 대해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48.6%)는 응답이 모든자녀(25.9%), 장남(14.6%)이 제공한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노부모 부양에 대해서도 부모의 노후 생계는 '가족과 정부ㆍ사회가 같이 돌봐야 한다'는 견해(43.6%)가 가족(40.7%)이 해야한다는 응답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부모 부양에 대한 장남의 책임도 다소 가벼워졌다. 부모의 생활비 제공자로 장남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14.6%로 2006년보다 1%포인트 줄었지만, 모든 자녀가 맡아야 한다는 응답은 25.9%로 1.1%포인트 높아졌다. 노부모 부양도 장남이 해야 한다(17.3%)는 대답은 2.2%포인트 줄었지만, 모든 자녀(58.6%)는 9.4%포인트 늘었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