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영성

고학생 출신 총장님의 ‘깜짝 장학금’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1. 7. 11:01

고학생 출신 총장님의 ‘깜짝 장학금’

[2008.11.06 17:55]      


목창균 서울신학대 총장 1억300만원 쾌척

고학으로 공부해 대학의 수장에 오른 서울신대 목창균(60) 총장이 그동안 모아온 돈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탁했다. 목 총장은 최근 "힘들게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과 희망을 주고 싶다"며 1억300만원을 학교에 맡겼다.

그는 2004년 9월 총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장학 기금 적립을 목적으로 매월 자신의 월급에서 일부를 저금하고, 외부 강의료를 모아 5300만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지난달 목 총장의 회갑 잔치 자리에서 가족들이 장학 기금 조성 사실을 알게 됐고, 5000만원을 보탰다.

서울신대는 이렇게 마련된 1억300만원으로 '목창균 총장 장학금'을 제정, 내년 학기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서울신대 기획실 김현숙 주임은 "원금은 보존하면서 이자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며 "총장님의 뜻에 따라 투명하게 장학금이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학대 총장들은 재임 기간에 5000만원에서 1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기탁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외부 후원을 통해 충당하는 것으로, 목 총장처럼 한 푼 두 푼 모아온 사비를 장학 기금으로 조성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목 총장은 2세 때 6·25전쟁으로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와 사별했다. 목 총장의 어머니는 아들을 키우면서 1950년대 후반부터 성결신학교를 다니며 서울 중앙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했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어렵게 성결대를 졸업한 목 총장은 70년대 후반 미국 페이스신학교와 드루대에서 공부하던 6년 동안 교회 전도사, 학교 청소원 등으로 일하며 고학을 했다.

이 같은 자신의 유학 시절에 대해 목 총장은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부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목 총장의 겸손과 후학 사랑은 학교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의 두 학교를 같이 다녔던 목 총장의 선배 성기호 전 성결대 총장은 "목 총장은 유학 시절 학업과 일 때문에 항상 바쁜 처지였지만 교인들이 개인 문제를 요청해오면 공부보다 먼저 부탁받은 일을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목 총장은 80년대 후반 서울신대 도서관장으로 재직할 때 시위 학생을 체포하기 위해 학교로 진입한 전경들을 설득해 돌려보낸 일화도 있다.

서울신대 교수들은 5일 목 총장의 장학 기금 기탁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장학 기금 전달식 등 행사를 일절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총장님이 장학 기금 전달식을 비롯해 언론에 알리는 걸 원치 않으셨다"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