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예배

적극적인 신앙으로 만든 뷔페식 설교- 광림교회 김선도의 설교세계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8. 3. 10:13

정인교의 설교비평(4) 김선도 목사

[2010.08.02 10:51]     


적극적인 신앙으로 만든 뷔페식 설교-김선도의 설교세계

항상 궁금한 것 가운데 하나는 기라성 같은 교회들이 즐비한 강남에서 어떻게 광림교회가 오늘과 같은 세계적인 규모를 가진 대형 교회로 성장했는가 하는 것이다. 제자 훈련으로 유명한 교회, 지성적인 설교로 성장한 교회와 견주어 보면 사실 광림교회는 언뜻 뚜렷한 특징이 보이질 않는다. 어떤 교회처럼 신유의 역사가 일어나 성장한 것도 아니고 구역 조직을 잘해서도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성령의 역사라는 정답 말고 인간적 차원에서 추측 가능한 요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서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해답이 바로 김선도 목사일 것이다.

사실 광림교회는 1971년 김선도 목사가 제 5대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김 목사는 불도저 같은 강한 추진력과 교회를 강남으로 이전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전도운동, 기도운동, 다양한 성경공부로 대변되는 철저한 기획목회를 추진하였고 그 결과가 광림교회를 세계 최대의 감리교회로 성장시킨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뛰어난 목회적 자질보다 더 중요한 교회 성장의 요인으로 김 목사의 설교를 들고 싶다. 예수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화려하지 않은 대신 투가리 같은 질박함 속에 뿜어져 나오는 열정적인 설교와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방향의 제시가 상승지향적인 강남의 심장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김 목사가 이해하는 설교란 단순히 정보를 주는 것(Inform)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Transform)이다. 그는 올바른 설교를 ‘입에서 귀로’ 전달되는 동시에 ‘머리에서 머리로’의 올바른 지식전달과 심령에서 심령에로의 인격성과 관계성을 통하여 거듭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설교의 목적을 다음 다섯 가지로 정의한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으로 인간을 구원하며 새로운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며, 둘째로 인간에게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하고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2천년 전에 쓰여진 성서의 언어를 현대용어로 해석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넷째로 복음이 실제 생활 속에 적용되어 살아가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 죄를 회개하고 희망과 삶의 용기를 얻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김 목사의 설교이해는 확실히 복음적이라 할 수 있는데 김 목사 자신의 설교는 특히 목회적 관점이 매우 두드러지게 부각되어 있다. 즉 김 목사는 주로 삶의 상황(life situation)을 강조하는 목회 설교를 한다. 실제로 그는 현실적 삶을 잘 이해하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결하고 구원을 체험케 하며, 회중의 아픔을 알고 해결해 주려는 목회적 설교로 일관해 왔다. 이것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성도들이 현실의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승리하는 신앙인으로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려는 김 목사의 목회철학이 설교 속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선도 목사의 설교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김 목사는 ‘사람을 살리는 설교’를 한다. 그의 설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주며 미래를 긍정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김 목사의 이런 살리는 설교는 필(Norman Vincent Peale)과 로버트 슐러(Robert Schuller)로 이어지는 적극적 사고를 그 축으로 한다. 김 목사는 1976년 LA에서 열린 로버트 슐러 박사의 리더십 세미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긍정적 사고를 그의 목회의 모토로 삼았다. 김 목사의 적극적인 삶에 대한 강조는 성공적인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그가 말하는 성공한 사람이란 단순히 재물의 축적이나 지위의 향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존귀히 여김을 받고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서 헌신하며 남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의 설교는 거의 예외 없이 적극적 사고, 긍정적 사고, 가능성, 희망, 성공, 미래, 창조적 능력 같은 단어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또한 그는 고난과 시련도 긍정적으로 해석하여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본다. 이러한 고난에 대한 김 목사의 적극적인 해석 때문에 그는 때때로 과도한 성공지상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 성경은 모든 고난을 성공을 위한 연단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김 목사의 해석이 자의적인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고난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는 하나님이 판단하실 일이다. 그 고난의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설교자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 아닌가? 확실히 그가 강조하는 ‘부정적인 사고의 추방, 창조적이고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삶’은 상승지향적 성향의 현대인에게 매우 매력적인 개념들이다. 특히 잘살아보려는 열기로 가득했던 80년대의 상황은 김선도의 설교를 꽃피우는 온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아가 그동안의 강단이 내세에 대한 소망과 영적인 차원에 치중했다면 김 목사의 설교는 이 세상에서 성도가 복음 안에서 적극적,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격려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둘째, 감동적인 자료의 선택에서 우리를 김선도 목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선도 목사의 설교에는 매우 다양한 예화들이 등장한다. 필자가 그의 설교를 일컬어 ‘뷔페식 설교’라 칭하는 것은 마치 뷔페 음식을 대하듯 그의 설교에는 예화의 성찬이 푸짐하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그의 설교는 전형적인 대지설교이다. 그러나 설교학에서 말하는 3대지 설교와는 관계가 없이 대지의 수가 매우 많다. 게다가 각 대지는 많은 경우 각각의 소대지를 갖는다. 이러한 각각의 대지와 소대지들은 예외 없이 각종 예화들로 치장되어 있다. 김 목사의 예화는 시의적절하고 구체적이며 감동적이지만 모양새는 영락없는 ‘뷔페’이다. 때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예화를 설교의 달인인 김 목사가 암기용으로 제시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뷔페음식처럼 회중이 알아서 취사선택하라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셋째 김선도 목사의 설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그가 보여주는 설교의 파토스(pathos)이다. 그의 설교는 열정적이다. 그의 설교에는 힘이 있다. 모든 설교자가 복음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지만 김 목사는 이 열정을 강단에서 효과적으로 표출해 낼 줄 아는 설교자이다. 전통적으로 설교는 설교의 내용만을 중시했고 전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달은 내용만큼 중요하다! 전달되지 않는 ‘깊이’보다 회중을 사로잡는 ‘천박’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김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 그의 신념이 그대로 설교에 담겨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는 목소리로만 설교하지 않는다. 그는 표정으로 말하고 온 몸으로 설교한다. 이러한 설교의 파토스는 김 목사의 개인적인 성향과 복음에 대한 열정이 합해 만든 열매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김 목사의 적극적 사고방식은 날선 검의 양 날과 같다. 의기소침한 회중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는 면에서는 긍정이지만 ‘적극적 사고’라는 해석의 틀을 고정시켜 놓고 모든 본문을 그 틀 속으로 집어넣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설교자는 말씀에 봉사하는 자이지 말씀을 창조하거나 왜곡시키는 자가 아니다. 자칫 어떤 특정한 입장을 고정시켜 놓고 모든 성경 본문을 그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할 우려가 매우 크다. 예레미야의 눈물이 예레미야의 웃음으로 나와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이런 경향이 지나치게 되면 복음을 세속적 성공의 도구쯤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둘째 예화 선택의 중요성을 김 목사의 설교는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김 목사가 사용하는 예화는 그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면이 없지 않다. 가령 김 목사가 복음 안에서의 성공적인 삶을 많이 강조하고 그것의 예증으로 많은 예화들을 동원하는데 그렇게 동원되는 예화가 성공은 다루고 있지만 그 성공이 복음적인 것과는 관련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은 설교자들이 예화선택시 주의해야 할 점이 아닐 수 없다.

김선도는 투박한 질그릇 같은 설교자이다. 그 질그릇의 재료는 열정과 사랑 헌신과 눈물이다. 그의 설교를 듣는 자들은 절망 가운데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결국 성육신 자체가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보게 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임을 생각하면 그 하나님과 복음을 말하는 설교가 무릎에 힘을 빼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고 할 때 김선도의 설교는 긍정적이다. 천박한 상업적 성공주의가 아니라면 복음적 희망으로 무장한 김선도의 설교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강력히 요청되는 설교자의 한 모범일 것이다.

정인교 서울신대 설교학 교수(한국설교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