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선교

지역을 네 교회 같이 사랑하라. 목회 사회학 연구소, 조성돈교수 ,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 세우기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5. 22. 10:18

'지역'을 네 '교회' 같이 사랑하라
목회사회학연구소 세미나…"교회 울타리 넘어서 지역 사회로 눈 돌려야"
입력 : 2010년 05월 17일 (월) 00:35:08 [조회수 : 1169] 백정훈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목회사회학연구소가 5월 14일 서울 굿네이버스 강당에서 책 출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골목골목마다 편의점이 있다. 그런데 편의점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바로 교회다. 전국적으로 교회는 5만여 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의 편의점 숫자는 1만여 개. 전국 동·면사무소를 비롯한 관공서는 4,000여 개다. 전국에 있는 사회복지 시설도 2만여 개 정도.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목회사회학연구소 부소장)는 5월 14일 오후 3시 서울 청파동 굿네이버스 강당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교회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 단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 조직이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의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 세우기>(박스 기사 참고)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지역 공동체 운동과 교회가 만난다면

지역 사회 곳곳에 세워진 교회가 최근 시민 사회에서 활발하게 추진되는 지역 공동체 세우기 운동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지역 공동체 세우기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서 공동체 파괴, 파편화한 인간관계 등 현대 산업 사회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방안으로 지난 1년 동안 교회의 지역 공동체 운동 참여에 대해 연구했다. 이 연구는 굿미션네트워크(회장 한기양)가 지원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국 개신교는 한국 사회에서 다수의 종교가 되었다. 그에 걸맞은 공적 책임이 요구되었지만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교회가 불신의 대상이 된 이유는 일정 부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정재영 교수는 "교회도 지역 사회의 구성원이다. 지역 사회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도 하나의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라며 "교회는 시민 조직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공공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연결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웬만한 규모의 교회라면 사회 복지관, 아동 센터, 방과 후 공부방 등을 운영한다. 또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연탄 나누기, 장학금 주기 등으로 이웃을 섬긴다.

하지만 정재영 교수는 현재의 교회 활동이 시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나치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로 나누어 접근한다. 자칫 도덕적 우월감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봉사를 전도의 수단으로 여긴다"며, "도움 받는 대상을 전도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인격적인 관계에는 무관심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지역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도 다양한 지역 사회 구성원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다른 구성원을 존중하며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지역 사회를 돕고 섬기는 일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에 순종하는 것"이라며,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함께한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고 교회의 공신력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선교 신학의 전환 필요

조성돈 교수는 교회가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상실했다고 했다. 그는 "교인들은 더 이상 지역민이 아니다. 전국 각처에서 모여든다. 교인도, 교회도 지역 사회에 대한 부채 의식이 없다"고 했다. 결국 지역과는 상관없는, 교회 울타리 안에만 머무는 이질적인 집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 조성돈 교수. ⓒ뉴스앤조이 백정훈

 
 

조 교수는 공동체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역 공동체 세우기는 코이노니아(공동체)를 세워 가는 것이다. 교회가 '거룩한 자들의 공동체'라면 지역 사회를 향하여 공동체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선교 신학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존의 선교는 교회 안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문제는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좁은 교회당 안에서만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좁은 의미의 선교를 벗어나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손과 발이 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목회자는 지역 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목회와 교회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의 본질은 '영혼 구원'인데 아동 센터 등 지역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일에 매달리다 보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헷갈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성돈 교수는 영혼 구원만을 교회와 목회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이데올로기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전도, 영혼 구원에만 경도되어 있다. 교회의 사역에는 예배, 말씀, 가르침, 봉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 건강한 교회라면 이 모든 것이 골고루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농촌이 살아나는 현장에 교회가 있다

   
 
  ▲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 세우기> / 조성돈·정재영 지음 / 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 / 176쪽 / 8,000원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지난 1년간 '교회를 통한 지역 공동체 세우기 : 농촌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출간된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 세우기>(정재영·조성돈 지음/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는 그 결과물이다.

이 책은 지역 공동체 세우기의 기초 이론과 방법론을 소개하고 교회에 접목하기 위한 접점을 살핀다. 또 지역 공동체 세우기에 대한 실천 신학적인 설명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특별히 농촌 지역의 지역 공동체 운동에 주목했다. 유기농과 생태 건축으로 대안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민들레공동체, 평신도 중심으로 지역 사회를 섬기는 완도 성광교회를 비롯해 농촌 교회 4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역 공동체 세우기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생협 등 농촌 교회와 도시 교회가 서로 도우며 함께 살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