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묵상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책은 성도와 소통할 언어 가르쳐주는 멘토”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5. 7. 15:10

[나의 서재-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책은 성도와 소통할 언어 가르쳐주는 멘토”

[2010.05.06 17:32]     


“책보다 더 좋은 멘토가 있을까요. 커피 마시면서 책 읽는 시간보다 더 즐거운 순간은 없습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65) 목사의 말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열정적인 독서가다. 25세에 전도사로 처음 목회를 시작한 이후 4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습관 하나는 매주 한 차례씩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일반 서점과 함께 신학교 서점을 반드시 찾는다. 책을 볼 때는 언제나 행복했다. 그는 은퇴 이후에 대한 걱정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든지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명 목회하던 시절에도 책을 읽으면 행복했다. 수만 명의 성도가 있는 교회를 담임하는 지금도 책을 읽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성도 수와 상관없이 독서는 그에게 깊은 성찰과 만족감을 줬다.

이 목사는 20대 초반에 처음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그때, 분명 믿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자신을 인도해 줄 멘토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신앙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었다. 독서를 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책을 통해서 신앙의 체계를 세우고 왜곡된 점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책은 영적 인도자였다. 그래서 이 목사는 올바른 독서가 신앙성장에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난한 전도사 시절에 밥을 굶을지라도 서점에는 반드시 가서 책을 샀다. 이후 그는 평생 책과 더불어 살았다. 수십 년 동안 매달 한 권씩 책을 성도들에게 추천했다. 해외유학생수련회인 코스타에서 양서를 소개하는 전통도 이 목사가 세운 것이다.

이 목사는 한 달에 최소 10권 이상 책을 읽는다. 동시에 여러 권을 본다. 가장 최근에 이 목사는 유대인 랍비인 나오미 레비가 쓴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로뎀)를 읽었다. 아주 좋은 책으로 꼭 읽으라고 권했다.

이 목사의 독서법을 살펴보자. 일단 사람들이 환호하는 책, 소위 인기 있는 책을 읽는다. 물론 인기 있는 책이 ‘좋은 책’은 아니다. 읽고 나서 실망할 때도 많다. 그러나 그런 책을 반드시 읽는다. 소통하기 위해서다. 베스트셀러를 읽다 보면 동시대 사람들이 무엇에 환호하며 느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책들만 의지하지 않는다. 전혀 남이 읽지 않은 책, 특히 학자들이 추천하는 어려운 책들을 본다. 설교자 입장에서 베스트셀러를 읽지만 그 책들을 성도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대신 고전과 같이 신앙성장에 꼭 필요한 책을 권한다. 이 목사가 목회와 삶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균형이다. 독서에서도 그는 균형 있는 독서를 추구한다. 신앙생활에 균형감을 주는 책이 좋은 책이다. 신자들이 소위 ‘일반 책’과 ‘신앙 서적’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책 가운데는 성경을 더 읽게 만드는 책이 있다. 신자라면 성경과 함께 성경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영적 고전을 함께 읽는 것이 필요하다.

그의 서재는 4군데에 있다. 분당과 수지의 지구촌교회와 가평의 수양관인 필그림하우스, 그리고 집에 총 2만여권의 책이 있다. 분당 지구촌교회 내 이 목사의 서재에는 존 버니언과 찰스 스펄전 목사의 초상화가 있다. 그는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번역본 10여종을 소장하고 있다.

이 목사는 탁월한 설교가다.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미국에 ‘예수님처럼’의 저자 맥스 루케이도 목사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동원 목사가 있다. 둘 다 설교에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를 깊이 담고 있다. 그가 스토리텔링 설교를 하게 된 것은 목회 초창기에 버니언의 책을 읽었던 데 따른 영향이다. 천로역정은 이 목사의 상상력에 기름을 부었다. 천로역정을 읽으면서 그 안에 나오는 사건들, 즉 크리스천들이 경험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머리로 그려갔다. 그것이 이 목사 설교의 시작이었다.

스펄전 목사를 통해서는 그리스도에 대한 열정을 배웠다. 스펄전 목사의 저서를 읽으면서 어떤 경우에도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를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

그는 목회자들은 불변하는 진리를 ‘소통하는 언어’로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통의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목사는 신자라면 뉴스는 물론, 적어도 드라마 하나쯤은 반드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뉴스는 기도제목을 준다. 세상 속에 사는 기독인들은 뉴스를 붙들고 기도해야 한다. 드라마를 통해서 이 시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 목사는 요즘 10대와 20대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들과 괴테의 ‘파우스트’, 토마스 아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도 다시 읽었다. 세월이 지나서 다시 보니 과거에 간과했던 부분이 보인다. 결국 평생 책을 읽을 수 있고, 책들은 언제나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그는 전혀 은퇴걱정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마음껏 읽고 싶은 책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은퇴 이후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설레기까지 한단다.

이 목사는 작정하고 신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을 추천했다.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가장 먼저 제시했다. ‘하나님은 계셔야 하는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된 책으로 신자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 피터슨의 ‘이 책을 먹어라’도 강력히 추천했다. 수많은 피터슨의 저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책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도 했다. 대부분 댈러스 윌라드의 저작 가운데 ‘하나님의 모략’을 최고로 꼽지만 이 목사는 ‘하나님의 음성’이 더 와 닿았다고 말했다. 지난 5∼6년 동안 이 목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책은 마르바 던의 ‘안식’이다.(이 목사 추천 리스트 참조)

이 목사는 정력적인 독서가면서 왕성한 저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출간했다. 그는 “아직 책다운 책은 한 권도 쓰지 못했다”면서 “은퇴 이후 인생을 통해서 경험한 내용과 성도들을 믿음으로 잘 인도해 줄 책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전도사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행복하단다. 서재 앞에 서 있는 그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