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삶/세계읽기

프리즘: 미래를 읽는 5가지 안경, 페로 미킥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4. 28. 10:48

기회 포착하고 위험 관리하고… 조금만 주의 기울이면 미래 보여
프리즘: 미래를 읽는 5가지 안경
페로 미킥 지음|오승구 옮김|쌤앤파커스|352쪽|2만5000원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내는 오늘날에도 미래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몇백 년 뒤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먼 미래는 고사하고 당장 내일의 문제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1~2년 후, 그리고 10~20년 안에 실현될 기술이나 트렌드, 변화된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프리즘: 미래를 읽는 5가지 안경'은 미래경영 전문가이자 독일 '퓨처매니지먼트그룹(FMG)'의 이사로 재직 중인 저자가 미래예측 도구와 미래경영 전략을 정리한 책이다. 250여 회에 이르는 지도층 인사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도출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AP

저자가 내세우는 5가지 미래 안경은 가정(假定) 분석, 기회 발견, 비전 개발, 리스크 관리, 전략 수립 등이다. 각 경우에 저자 임의로 색깔을 붙여 '~안경' 식으로 부르고 있다. 가정 분석(푸른 안경)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단계이다. 즉 우리에게 나타나는 변화 가운데 어떤 것이 개연성이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1999년 독일계 글로벌 화학회사 바스프(BASF)는 제약분야를 매각했다. "제약시장에서 단지 20억유로의 수익을 올리는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가정을 한 것이다. 이 매각으로 바스프는 화학회사로서 강점을 보이는 사업분야와 기타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기회 발견(초록 안경)은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미래의 기회들을 분석하고, 비교 평가하는 일이다. 1990년대 중반 핫메일(Hotmail)의 창업자 사비어 바티아와 잭 스미스는 "머지않아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메일 주소를 갖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가정을 했다. 그때만 해도 이메일은 모뎀을 이용해 해당 서버와 연결하는 방식이었는데, 두 사람은 회사의 방화벽 때문에 이메일을 주고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두 사람은 웹브라우저는 어디든 자유롭게 연결된다는 점에 착안해 웹 기반의 이메일인 핫메일을 개발해냈다. 미래의 변화를 미리 인지한 덕에, 무료 전자우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핫메일이 설립된 것이다. 8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7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 수와 다른 회사가 핫메일 같은 기술을 가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여러 조건을 토대로, 핫메일을 4억달러에 인수했다.

비전 개발(노란 안경)은 각자가 원하는 미래,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 즉 비전을 보는 도구이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어떤 매력적인 미래를 실현하고자 하는가를 묻는 단계이다. 리스크 관리(붉은 안경)는 돌발사태처럼 우리를 놀라게 할 미래를 분석하고, 그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

전략 수립(보라 안경)은 창출하고자 하는 미래를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광우병 사태가 정점에 달했을 당시에 맥도날드는 이미 오래전에 이러한 충격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었다. 자사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업자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한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SCM) 시스템을 조기에 개발하고 도구화한 것이다. 맥도날드는 SCM 덕분에, 광우병 사태로 무너진 공급망에서 발생한 쇠고기 부족사태를 단 4일 만에 안정화시켰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5가지 안경은 미래를 '읽는' 안경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준비하거나 미래를 '만드는' 안경임을 알 수 있다. 독일인 특유의 개념적 서술이 더러 추상적으로 다가오지만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 기업가들에게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