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과 삶/메세지

국민일보 지호일 기자 무학교회 사랑의 김장담그기 체험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12. 7. 10:40

국민일보 지호일 기자 무학교회 사랑의 김장담그기 체험

출처: 국민일보 2009.12.04 18:03     


어느덧 김장김치한국사회 사랑의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많은 교회와 기업들이 ‘사랑의 김장김치’를 담가 가난한 이웃에게 전하고 있다.

4일 서울 행당2동 무학교회에서도 따뜻한 김장행사가 마련됐다.

본보 기자도 김장김치 담그기에 동참했다.

양념 골고루 발라야지요” 서로 격려, 손발척척… 두시간만에 2000포기 뚝딱

교회 1층 식당 테이블에는 전날 소금에 절여 숨을 죽인 배추들이 수북이 쌓였다. 멸치젓과 무채, 찹쌀, 고춧가루 등으로 맛을 낸 양념소도 대기했다.

본격 행사 전이지만 어머니들은 이미 양념소를 한 움큼씩 들고 배춧잎 버무리기에 한창이었다. 기자도 빨간 앞치마와 종이 모자, 고무장갑을 끼고 그 틈에 끼어들었다. 한 어머니가 노릇한 잎을 쭉 찢어 양념소를 돌돌 만 뒤 성큼 입에 넣어준다. 어머니들의 손맛은 늘 그렇듯 정겹다.

오전 10시 김창근 담임목사와 교역자, 장로들이 인근 동장들과 함께 김장 대열에 합류했다. 김 목사가 기도로 행사 시작을 알렸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마을입니다. 많이 발전됐다는 지금도 그 그늘 속에 가난하고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교회가 이웃을 섬기고, 주님의 사랑과 꿈을 전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김 목사도 복장을 갖추고 배추 포기를 집어 들었다. 김장김치를 만들어 보긴 처음이라고 했다. 이 교회 백종순 집사가 손놀림이 어색한 남성 참가자들에게 배추 버무리는 방법을 설명해 줬다.

“가장 밑의 배춧잎부터 하나하나 넘기면서 양념을 고루 바르셔야 해요. 마지막은 안아준다는 마음으로 배추를 오므려 주세요. 모양이 예뻐야 맛도 좋습니다.”

기자가 버무린 배추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배추를 쟁반에 담을 때 지적이 나왔다. 배추 속을 위로 오게 해서 놓아야 양념이 밑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거다.

60여명 어머니들의 손은 능숙했고, 일종의 리듬이 있었다. 척척 빠른 속도로 배춧잎에 양념을 발라나갔다. 식당 안은 시끌벅적 활기가 넘쳤다. 손이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도 입으로는 양념 간에 대한 얘기, 아이들 얘기, 남편 얘기 등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사랑을 담아서 무쳐야지” “감사하면서 하자고” 등 서로를 격려하며 모두 즐거운 얼굴이었다. 김 목사는 몇 차례나 겉절이 김치를 먹어야 했다.

성도들은 무학교회를 ‘사과나무’라고 불렀다. ‘사랑과 나눔의 무학교회’라는 뜻이다. 63년 전 같은 장소에 세워진 무학교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고 한다. 교회 사회부장 유흥열 장로는 “현재 지역 아동센터인 사과나무 열림터, 노인들을 위한 사과나무 해피사랑방을 운영하고 동부시립병원 호스피스 사역, 인근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운동을 벌이는 등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장 비용도 전액 교인들의 기부금으로 마련됐다.

점심 무렵 김장김치 2000포기가 완성됐다. 미리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소를 준비해 놓아 수월했다고 한다. 김치는 비닐로 포장해 나누기 좋게 작은 상자에 담았다. 이 상자는 다시 각 동사무소에서 나온 차량에 실렸다. 무학교회는 쌀 20㎏짜리 1000포대도 함께 전달했다. 오는 19일에는 개포동 1300여 가구에 사랑의 연탄 2000장을 배달할 계획이다.

김 목사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요즘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 이미지가 좋지 않아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교회가 이 땅에 있는 것은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여기, 이웃을 품는 한국교회의 사랑과 신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과 신뢰는 따뜻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