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2시간여를 달려 호남에 들어서자 산들이 야트막해진다. 등록 교인이 8000명이나 되는데도 가건물에서 예배를 드리고 재정의 70%를 선교와 이웃 돕기로, 십일조는 전액 선교비로 쓰는 교회. 셔틀버스는 물론 담임목사 전용차와 사찰이 따로 없다는 전주 안디옥교회에 대한 상상이 차창 밖 봄 풍경을 빼앗는다.
#교회 앞에서 교회를 잃다
지도상으로 안디옥교회는 전주IC에서 8.3㎞, 전북대 바로 옆이다. 톨게이트를 지나 길을 물었더니 간단 명쾌하다. “계속 직진 후 좌회전하세요.” 드디어 전북대 앞. 그러나 교회가 없다. 신호등에서 옆차에 길을 물었더니 다시 돌아가란다. “지나치셨네요. 교회같이 생기지 않아서리….”
아뿔싸, 우리의 고정관념이 교회를 놓친 것. 거대한 비닐하우스 같은 구조에 시커먼 함석으로 지붕을 덮고 땅으로 바짝 몸을 낮춘 깡통교회였다. 번듯한 창문은커녕 출입문과 화장실도 없다.
“미 공군이 쓰던 격납고 구조물입니다. 예전에는 지금의 반만 했는데 교인 수가 늘다 보니 커졌죠. 이젠 길에 막혀 더 늘릴 수도 없어요. 그래도 1000명이 들어갑니다. 2주 전에 뒷좌석 성도들을 위해 중간중간에 스크린을 설치했어요.” 일행을 맞은 박진구(56) 담임목사가 껄껄 웃는다.
#선교를 위해 불편하게 살자
‘가라(Go) 보내라(Send) 도우라(Help)’ 교회 게시판의 사진과 문구 모두가 선교에 관한 것이다.
1992년 필리핀 목회자 졸업식 때의 색바랜 사진 속에 은퇴한 이동휘 원로목사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마가 넓고 눈빛이 맑은 것이 새색시 같다. 1983년 600만원으로 지은 깡통교회 첫 예배 때부터 선교에 힘을 쏟아 세계 77개국에 330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이 목사. 청빈과 절제, 무소유의 삶으로 모범을 보이며 성도들에게 “불편한 깡통교회지만 선교를 위해 그냥 살자”던 그가 지난해 3월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임무가 끝났으니 기쁘다. 좋은 후임자를 만난 것도 축복”이라며 24년간 지켜온 강단을 박진구 목사에게 물려주고 선교지로 훌훌 떠났다.
“요즘 너무 바쁘세요. 더군다나 후임자인 제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주에는 발길도 안하십니다.”
#안디옥에 가면 커피를 시키세요
선교관 1층 장애우 일자리 사업을 위해 마련한 ‘행복나눔 카페’에서 박 목사와 자리를 함께 했다.
“11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1∼2급 장애우들인데 몸을 놀릴 만한 아이들은 홀에서 서빙을 하고 불편한 친구들은 판매용 비누를 만듭니다. 최현미 집사 등 여성도들이 돌아가며 봉사하고 있어요.”
박 목사는 맛이 담백 독특하다며 녹차라테를 추천한다. 어눌한 말투와 몸짓으로 주문을 받고 차를 서빙한다. 수영선수 출신인 유연주(30)씨, 8세 때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는 안소연(25·여)씨가 “어느 신문에서 왔느냐, 언제 기사가 나오느냐”며 나이보다 훨씬 해맑게 웃는다. 돈까스 스페셜 3500원, 아메리카노 1000원, 웰빙비누 6000원….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3150원이며 나머지 이익금은 장애인 복지에 사용된다. 그들과 나눈 차 한잔에는 맛을 넘어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한국 교회 미래를 위한 세대 교체
박 목사에게 취임 후 1년의 변화를 묻자 웃되 답이 없다.
“주일이면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우 200여명을 출석시키기 위해 자원봉사 차량 200대가 움직입니다. 화장실 청소, 예배후 성전 정리 정돈, 쓰레기 분리, 교회학교 운영 모두 사찰이나 재정 지원 없이 성도들이 스스로 나누어 하죠.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냉난방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깡통 속에서 예배를 드리고 기도합니다. 안디옥의 지상목표인 ‘선교’를 위해서지요. 8000여 성도는 전임 이 목사님이 이뤄놓은 예수공동체의 멋진 선교사들입니다. 그분들을 받들고 돕는 게 제 직분으로, 변화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전임자와 세대가 다른데 차이점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한참 뜸을 들이다가 “이 목사님이 선교를 위해 불편하게 살자고 했다면 저는 선교하는 행복한 성도가 되자는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서울로 돌아오는 3시간여 동안 박 목사의 묘한 답의 차이점을 찾느라고 차창 밖 봄 풍경을 또 놓치고 말았다.
전주=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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