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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요정’ 김연아(19ㆍ고려대)에 대한 전주시, 고려대, 한나라당 논란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4. 2. 06:54
김연아 숟가락 얹기’짜증나네
헤럴드생생 원문 기사전송 2009-04-01 10:15

‘피겨요정’ 김연아(19ㆍ고려대)에 대한 전주시, 고려대, 한나라당의 ‘섣부른 마케팅’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인 최초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여자싱글) 우승이라는 ‘잔칫상’에 ‘숟가락’만을 들이대려는 낯뜨거운 모습에 네티즌과 시민들은 눈쌀을 찌푸리고 있다.

최근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유치를 확정지은 전주시 공무원들은 지난달 29일 김연아의 우승 기자회견장인 미국 LA 스테플스센터 내 프레스 컨퍼런스룸에 ‘난입’했다. 이들은 전북지역 모 일간지 기자를 통해 “국가를 위해 올림픽 대신 4대륙 대회를 출전할 의향은 없냐”며 엉뚱한 질문으로 김연아를 당혹스럽게 했다.

4대륙대회는 그랑프리 파이널ㆍ세계선수권과 함께 ‘피겨 3대 대회’로 꼽히지만 2010년 대회는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불과 2주 앞두고 열린다. 유명 선수들이 대거 불참할 것을 우려한 전주시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전주시 홈페이지에 “언론인들이 모이는 기자회견에서 말도 안되는 요구 하러 세금까지 들여 LA에 간거냐” “무슨 생각으로 올림픽 메달이 유력한 자국선수를 올림픽을 포기하고 4대륙대회에 나오라는건지” 등의 글을 올리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연아가 재학중인 고려대도 ‘숟가락 얹기’에 한몫했다. 고려대는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다음날인 30일자 모 일간지 1면 광고에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라는 문구의 광고를 게재해 역시 네티즌과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실제로 김연아는 2월 군포 수리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했지만, 각종 대회 일정 때문에 아직 등교도 못 한 상태다.

ID ‘suvari’는 “(김연아는) 체육교육과 09학번이라 입학 한 달인데 낳긴 뭘 낳았으며 키우면 얼마나 키웠겠느냐”고 질타했다.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www.koreapas.net)’에도 “이번 광고는 최고의 호재를 최악으로 만든 놀라운 반전”이라며 비꼬는 글이 올라왔다.

한나라당도 ‘김연아 마케팅’을 거들었다. 공식 홈페이지 ‘박희태의 말말말‘ 코너에 ‘우리도 연아처럼’이라는 문구를 넣은 패러디 광고를 달았다. 이 광고에는 김연아 옆으로 박희태 대표가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을 ‘합성’했다. 역시 비난이 쏟아졌다. ID ‘ppotto’는 “김연아에게 광고료는 지불했나. 초상권 침해일텐데”라며 비판했다. 주부 정지현(33)씨도 “짜증을 넘어 이제는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처신이 눈에 띈다. 허 회장은 김연아가 유명해지기 전인 2006년 “가정 형편상 해외훈련이 어렵다”는 뉴스를 보고 그동안 훈련비ㆍ코치비 등을 조용히 지원해왔으며, 광고 등 다른 ‘댓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에 김연아는 지난해 4월 서울 역삼동 GS그룹 사옥으로 허 회장을 찾아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윤 기자/k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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