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청년

경찰대 수석졸업 ‘女風 주역들’ 지금은…미래를 열어가는 청년의 꿈을 응원합니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3. 30. 07:43

경찰대 수석졸업 ‘女風 주역들’ 지금은…

‘어린상사들’기동대·정보과서 활약
“차별 없지만 아직은 목소리 내기 힘든 부분도…”

//

경향신문 | 홍진수기자 | 입력 2009.03.30 00:51

 

 





왼쪽부터 박선희 경위, 전지혜 경위, 김은비 경위, 조은별 경위

1981년 개교한 경찰대학교가 올해까지 배출한 여성 경위는 135명. 총졸업생 2879명의 4.7%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적만 따지면 여성은 경찰대에서 소수가 아니었다. 여성 졸업자가 나오기 시작한 93년 이후 17명의 수석졸업자 중 7명(41%)이 여생도였다. 2002년, 2006년에는 졸업 성적 1~3등을 모두 여학생이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6년간은 5명이 여학생 수석이었다. 지난 25일 열린 25기 졸업·임관식에서도 조은별 경위(22)가 수석을 차지했다.

여학생은 남학생과 달리 병역의무(전경대·기동대 근무)가 없어 졸업 후 일선에 나가면 나이 많은 부하 직원과 바로 마주칠 수밖에 없다. 남성 중심적인 경찰 조직 안에서 여성 수석졸업자는 '공부만 잘하는 어린 상사'라는 이미지로 다가갈 우려도 있다.

하지만 여성 수석 졸업자들의 '사회 성적'은 학창 시절과 다름없이 우수했다. 2004년 수석 박선희 경위(29)는 현재 서울경찰청 9기동대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9기동대는 여경들만 근무하는 곳인데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와 직접 맞닥뜨려야 한다. 박 경위는 대학원에서 2년간 공부를 더 한 뒤 지구대와 일선서 정보과를 거쳐 지난해 7월 기동대에 배치됐다. 그는 "계급이 있어서 그런지 '어려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보다는 '어려도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조직 내에서 여성이 소수이긴 하지만 불리한 점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2005년 수석 전지혜 경위(27)는 서울경찰청 정보과에서 일하고 있다. 전 경위는 졸업 이후 경찰대 위탁교육생 중 처음으로 서울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경찰대 재학 시절에도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전 경위는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 경찰 내부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단 여러 분야를 거친 뒤 전공을 살려 조직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남성 위주인 범죄학에 여성의 시각을 덧붙이고 싶다"고 했다.

2008년 수석 김은비 경위(25)와 올해 수석 조은별 경위는 서울대 법학대학원에서 나란히 위탁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김 경위는 지난해 졸업과 함께 대학원에 들어가 아직 일선 경험이 없다. 그는 "경찰대 소속으로 방학 중에 기획 등 경찰 업무는 계속하고 있었다"며 "지난해 촛불집회 때 경찰과 학생의 중간 입장에서 양쪽을 바라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 경위는 29일부터 8주 동안 경찰종합학교에서 전술지휘과정을 마친 뒤 대학원에 들어간다. 영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 등 4개 외국어에 능통한 조 경위는 외사경찰이 꿈이다. 그는 "많은 남학생과 섞이다보니 여학생들은 더 노력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생겨 성적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