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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원(왼쪽)과 최양락 | |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만들고 있다.
이봉원, 최양락, 김정렬 등 과거 코미디프로그램을 주름잡던 개그맨들이 게스트로 출연한 예능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시청률 고공비행에 성공했다.
이봉원과 최양락, 김정렬이 게스트로 출연한 ‘명랑한 회고전’ 코너가 지난 10일과 17일 2회로 나뉘어 방송된 MBC ‘명랑 히어로’는 각각 12.8%와 12.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명랑 히어로’는 그동안 시청률 10%를 넘기는 것도 힘겨워했다.
뿐만 아니라 최양락, 이봉원, 김정렬가 또 한번 함께 출연한 KBS 2TV ‘해피투게더3’ 15일 방송 시청률은 20.8%로 앞서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나라’ 최종회보다 0.1%포인트 앞섰다. 또 최양락과 이봉원이 출연한 지난 5일의 SBS ‘야심만만2 예능선수촌’은 12.7%로 같은 시간대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최양락과 황기순이 출연한 17일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 시청률은 12.1%였다.
최양락과 김정렬은 MBC 공채개그맨 1기로 지난 1981년, 이봉원은 1984년 KBS를 통해 각각 데뷔했다. 이들은 과거 코미디프로그램이 콩트 위주였을 때 전성기를 누렸으며 예능프로그램 주류가 리얼 버라이어티로 바뀌면서 TV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나이도 벌써 40대 중후반이다. 20~30대들이 주름잡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트렌드와 어긋나는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이들의 이야기에 희로애락과 리얼리티가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은 “최양락과 김정렬, 이봉원은 코미디언들 사이에서 선배급으로 거리낌 없이 그동안 겪어온 인생의 희로애락만으로도 많은 얘기를 한다”며 “‘이상형’ 등 한정된 주제를 갖고 뻔한 얘기들만 해야 하는 젊은 연예인 게스트들과는 주는 재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제작진은 또 “더구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 코미디언들은 방송사 코미디언실에 모이는 일이 많았는데 그러면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갈등 등을 얘기하는 게 어떤 리얼리티보다 더 사실적이고 인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들이 한동안 지상파 TV에서 활동하지 않아 공백이 있는 점은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고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과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평가다.
최양락, "왕의 귀환? 난 그저 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인터뷰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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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1-25 09:3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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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락 (사진=한대욱 기자) | | [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저는 인기가 굉장히 많았다가 떨어져본 상황도 겪었기 때문에 이 다음에 전개될 상황도 잘 압니다"
"어떻게 될 거 같은데요?"(기자)
"아마 제가 사상 최대 롱런을 하지 않겠어요? 앞으로도 최소 10년 이상은 최정상에서 장수하겠죠"(웃음)
개그맨 최양락(47)의 입담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여전했다. 10년만에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몇가지 에피소드로 웃음폭탄을 날린 뒤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진행석을 꿰찬 최양락은 최근 자신을 두고 '왕의 귀환' 혹은 '돌아온 최양락'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나는 노상 내 자리에 쭉 있었는데 갑자기 돌아왔다고 하니까 당황스럽기도 하더라구요. 케이블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은 꾸준히 해 왔거든요. 지상파도 몇년 전까지 '코미디하우스'의 '웃지마' 코너 등을 해 왔고…. 소위 최근 트렌드가 된 '예능프로그램'만 하지 않았던 거죠."
그의 말에선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10~20대 위주의 버라이어티물 일색이 된 데 따른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간 예능프로그램을 멀리한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는 늘 웃겼다고 생각하는데 어느날 피디나 작가가 '그게 요즘 콘셉트에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요즘 아이들의 코드에 맞아야죠'라고 해요. 아니 왜 우리가 꼭 애들에게 맞춰야 합니까?" 라고 반문부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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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락 (사진=한대욱 기자) | |
최양락은 모처럼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중장년층 게스트들을 다소 조롱하는 듯한 자막에도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가끔 비슷한 또래 동료들이 예능 프로에 나오면 자막에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듯'이란 문구가 떠요. 애들 사이에 노인네 한 명 놓고 뭐하는 걸까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그는 자신을 두고 '왕의 귀환'이라고 지칭하는 단어를 이제 '아저씨들의 귀환'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과 더불어 요즘 잘 나가는 또 한 명의 '올드보이' 이봉원을 비롯, 김정렬, 황기순, 양원경 같은 이전 개그맨들이 모두 다시 나와 활발히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 출연 후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그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바다. 최양락은 "딸내미가 지난해 말 미니홈피를 만들어줬는데 그때만 해도 '난 하루 방문자수가 열둘인데 아빤 아홉이야?'라면서 놀렸어요. 그런데 요즘엔 하루 만 오천여명씩 들어와요. 애엄마랑 감격해서 새벽 세시까지 들여다보곤 하죠"라고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오랜 침묵을 깨고 예능계에 다시금 발을 디딘 그는 평생 '개그맨'으로 살아온만큼 코미디에 대한 강한 애착도 보였다.
"사람들은 재미있으면 봐요.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스' 같은 작품은 지금 봐도 웃기잖아요. 설특집 프로그램에서 이전 '네로 25시'를 재연해도 먹히는 걸 보면 괜찮은 콘셉트는 여전히 유효하단 생각이 들어요."
최양락은 이전의 콩트 형식의 비공개코미디를 다시 살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비공개 코미디가 대세이던 시절에 저희는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버라이어티물로 유행이 바뀔 줄 모르고 우리는 비공개 코미디가 천년만년 갈 줄 알았던 거죠. 기회가 되면 정통 코미디는 꼭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아저씨들의 감성을 담은 개그가 만개하기를 바라는 그의 작은 소망이다. (사진=한대욱 기자) |
이봉원, "'줌마시대' 이어 '저씨시대' 만들 것"(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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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1-25 09: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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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원(사진=한대욱기자) | |
[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난 방송 안 할 때도 애엄마(개그우먼 박미선)가 내 얘기로 부지런히 벌어먹고 살아 그런지 사람들이 그다지 낯설어하진 않아요"(웃음)
최근 KBS 2TV '해피투게더' '샴페인',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 등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이어 SBS 라디오 '이봉원 박미선의 우리집 라디오' DJ까지 꿰찬 개그맨 이봉원(46)은 감회가 남다르다.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봉원은 "이전에는 헬스클럽에 가도 편안히 운동할 수 있었는데 요즘엔 어린 친구들이 이름을 알아보며 달려와 운동 후 사우나 하기가 불편해졌다"며 달라진 인기를 전했다.
더불어 개그 트렌드가 중장년층으로 조금씩 옮아가고 있는 최근 흐름이 반갑다는 말도 덧붙였다. "TV의 주도권을 그동안 사실 애들에게 많이 빼앗겨온 면이 있다. 이젠 어른들이 다시 돌아올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 아줌마를 뜻하는 '줌마시대'가 열렸다면 올해는 아저씨들이 돌아오는 '저씨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것.
이봉원은 "최근의 이런 흐름이 중장년층 개그맨들에 대한 '반짝 관심'이 아닌 이전에 부흥했던 비공개 코미디가 부활하는 계기로 승화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기회가 되면 직접 콩트물을 제작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눈길끌기식'이 아닌 고유한 스토리를 지닌, 내용이 풍부한 코미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봉원의 개그철학은 확고했다. 그는 "매 시대마다 '유행'이 있을 뿐 웃음의 코드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미 있으면 사람들이 본다'는 명제는 항상 통한다"며 개그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한편, 그의 컴백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아내 개그우먼 박미선의 얘기가 나오자 "TV에서 말한 그대로다. 난 경제권도 없고 내 명의의 재산도 없어 만일 이혼 당하면 끝"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가장 든든한 파트너"라고 살짝 귀띔, 변함없는 부부애를 과시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사진=한대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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