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대학생 ‘눈물의 생존법’
2008년 10월 9일(목) 2:59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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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산 뒤 사진찍고 환불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여대생 A 씨는 졸업앨범 촬영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입고 갈 정장이 마땅한 게 없고 액세서리도 예쁜 게 없습니다. 7만∼9만 원 하는 앨범비 역시 부담입니다.
A 씨는 어떻게 했을까요? 앨범 촬영 하루 전날 백화점에서 정장을 산 뒤 사진을 찍고 바로 백화점으로 달려갔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환불을 했습니다. 조금 ‘찔리기도 했지만’ 다른 친구들도 그러는 것을 보고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앨범은 살지 안 살지 고민 중이라네요.
채용정보업체 커리어는 8일 취업난과 고물가에 부딪힌 2008 대학생들의 신풍속도를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대학생은 의상 등을 포함해 평균 26만 원이 들어가는 졸업앨범 촬영을 망설이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는 학생들 중에는 A 씨 같은 이들도 간혹 있다고 하네요.
A 씨의 생존 전략은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택시는 거의 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합니다. 특히 학교를 오갈 때는 조금 기다려도 통학버스를 이용하지요.
예전에는 두꺼운 전공서적을 팔에 끼고 캠퍼스를 거니는 게 낭만이었지만 그러기엔 전공서적이 너무 비쌉니다. 몇만 원 하는 원서를 사는 대신에 학교 앞 복사집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의 신입생 환영행사를 보고 놀랐습니다. 술 마시는 것 위주였던 행사가 어학설명회, 진로적성검사 등 실용적인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웃 학교에서는 취업 준비 강의를 하고 모의토익을 실시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철학과 문학 등 교양강좌보다는 ‘취업을 위한 영어’ 등 실용적인 강의에 몰려다니는 자신을 보면 대학가가 바뀌긴 바뀐 것 같다는 게 A 씨의 생각입니다.
요즘 대학에는 외국인 유학생과 기숙사를 같이 쓰고 싶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어학 실력을 높이려는 목적이겠죠.
조금은 서글픈 얘기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취업난과 경제난을 이겨내려는 젊은이들의 돌파 정신으로도 보입니다. ‘공부 안 하는 한국 대학생’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을 정도로 요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의 순수성만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우신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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