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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른 시티하베스트 교회 탐방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5. 6. 17. 18:06

콘서트같은 흥겨운 예배 ... 젊은이들의 천국


싱가포른 시티하베스트 교회 탐방


지난달 29일 오후 1시. 싱가포르 서쪽 주롱지역에 위치한 시티하베스트 교회(CHC)에서 이날의 두번째 주일예배가 시작됐다. 지하 4층의 본당 2000여 좌석은 가득 차 있었다. 예배 시작과 함께 전자기타를 어깨에 둘러맨 찬양 인도자와 밴드가 무대로 뛰어나왔다. 모든 성도가 일어나서 제 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열정적으로 찬양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졌다. 흡사 유명 록 가수의 ‘스탠딩 콘서트’ 현장 같았다.

이어서 청바지 차림의 젊은 강연자가 뛰어올라 왔다. 그는 원고를 보지도 않고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격정적으로 설교했다. “하나님은 태초부터 우리 개개인의 능력을 예정하는데 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하다”는 내용의 설교는 쉬우면서도 젊은이들에게 강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 강연자가 다름 아닌 이 교회 담임인 콩희(39) 목사였다. 이 교회는 매주 출석인원 1만6500여명에 전임 사역자 160여명,셀그룹이 600여개에 달하는 대형교회지만 성도들의 평균 연령은 25세에 불과하다. 15명의 목사들 평균 연령도 겨우 30세. 그런데도 이 젊은이들은 3년전 무려 4800만싱가포르달러(한화 350억여원)가 들어간 지하 4층,지상 5층의 현 교회 건물을 빚 한푼 지지 않고 지어냈다.

더 놀라운 것은 불과 14년전만 해도 이 교회는 25세의 대학생이던 콩희 목사와 18명의 10대 청소년들로 이뤄진 성경공부 모임이었다는 것이다. 이 교회 케네스 심(33) 부목사는 당시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모임은 영국성공회 소속 교회의 성경공부반이었어요. 그런데 성령이 강하게 임하셔서 갑자기 크게 부흥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와 성경공부를 항한 열정이 너무나 뜨거웠어요. 모임은 순식간에 수백명이 됐지요.”

그런데 당시 교회에서는 이를 달갑게 보지 않았다. “우리는 가족 교회(family church)이니 젊은 사람들을 지나치게 모으지 말라”며 제지하고 나선 것. 이에 좌절한 콩희 선생은 선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지만 성령의 단비를 체험한 청소년들은 그를 그냥 놓아주지 않았다. “우리를 계속 지도해 달라”는 청소년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콩희 선생은 신학을 시작함과 동시에 1989년 시티하베스트 교회를 세웠다.

콩희 선생 외에는 모두 10대였던 이들이 독자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타 교회 목사들은 “6개월만 지나면 문 닫을 것” “예배가 진지하지 않다” “콩희는 이단이다” 등의 말로 공격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교회에 못 가게 했고 교회 교사들은 경찰서에 수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심 목사는 “하나님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없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또 다른 문제는 예배처소가 없다는 것. 한동안은 강당 체육관 등을 빌려 예배를 드렸지만 인원이 2000∼3000명으로 계속 늘어나자 이를 수용할 장소가 싱가포르 내에는 없었다. 매주 골머리를 앓던 이들은 교회를 건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태반이 학생인 이들이 돈이 있을 리 없었다. “은행에 대출을 알아보러 갔더니 상대도 안해주더군요. 도움 받을 곳도 전혀 없었지요.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예배 인원이 6000명에 달했거든요.”

교회는 1994년부터 건축 헌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용돈의 약 40%를 헌금했다. 한동안 모두 하루 한 끼를 금식하고 헌금하기도 했다. 교역자들은 돈이 없어 6개월 이상을 야채만 먹으며 버텼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7년여만에 교회를 지을 수 있었다. “건물을 짓고 나니 ‘무슨 돈으로?’하며 다들 궁금해 했어요. 우리는 ‘우리 교회는 우리 돈으로 짓자’고 결심,공사비를 전액 현금으로 지불했습니다.”

이렇게 지은 교회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됐다. 특히 기둥이 없고 천장에 무려 3m의 방음벽을 쌓은 지하 본당은 건축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 각국의 건축가들이 견학하고 있다.

또한 젊은이들의 열정과 성령의 역사만으로 이뤄진 이 ‘기적’의 현장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교회 관계자가 매주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 뿐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가 다음 세대 사역을 이끌 1만명의 예비 리더들을 목격하고 그들이 뿜어내는 열정에 압도되고 있다.

싱가포르=황세원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