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RADICAL)/데이비드 플랫
‘최연소 대형교회 담임목사.’ 2006년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에 소재한 브룩힐스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한 데이비드 플랫(32) 목사에게서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꼬리표다. 그러나 그가 모델로 삼은 분은 역사상 ‘최연소 초소형 교회’ 담임목사였던 예수 그리스도. 그 간극에서 갈등했던 저자는 지구 반대편의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난 후 신앙과 삶 전체를 돌이키게 된다.
책은 교회 안에 깊숙이 침투한 성공 신화를 묵인할 뿐 아니라 그것을 축복이라고 포장해온 우리 시대의 교회를 향해 강력하게 ‘돌이킴’을 선포한다. 그리고 부유한 생활 속에서 빈곤한 신앙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신앙의 뿌리부터 철저히 바꾸라고 호소한다.
그가 이끄는 급진적인 신앙의 모험을 떠나보자. 브룩힐스교회는 미국 교계가 주목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목회자로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 날, 아시아의 비밀 지하교회들을 방문하고 강한 도전과 충격을 받는다. 그 지하교회는 넉넉한 재정과 다양한 은사, 많은 수의 사역자와 화려한 건물을 ‘가진자’들과 달랐다. 그들은 음향 시스템과 화려한 음악을 연주하는 찬양 팀, 폭신한 의자와 냉난방 장치도 ‘없이’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으로 깊은 만족을 얻고 있었다.
그가 아시아의 지하교회들을 돌아보는 세 번째 여행을 마친 후 주일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강단에 섰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아시아 지하교회와는 무척 달랐다. 예배는 침침한 구석방이 아니라 오페라 극장 못지않은 조명시설을 자랑하는 대강당에서 드려지고 있었다. 교인들은 먼 길을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오는 대신 수천만원씩 하는 자동차를 타고 나타났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찾아온 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는 생생하게 마음에 각인되어 있는 지구 반대편 형제자매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언제부터인지 우리가 신앙의 급진적인 요소들을 잃어버리고 그 빈자리를 안락한 내용들로 채워 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교회는 자신의 안위에만 연연하고 있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본 지하교회에는 오직 하나님의 백성들과 하나님의 말씀이 있을 따름이다. 아프리카 밀림이나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숲 속, 중동의 도시 한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은 수백만 그리스도인 역시 거룩한 말씀 하나만 있으면 충분히 만족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말씀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멋진 음악이나 푹신한 의자를 치워버리면 어떻게 될까? 스크린을 떼어 내고 무대 장식을 없애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에어컨을 끄고 편의시설을 모두 철거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성도들이 말씀을 사모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예배당에 몰려들까?”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관심을 끄는 장치를 모두 떼어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는 모임을 마련한 뒤 교인들을 초청했다. 그 집회를 ‘시크릿 처치’로 부르기로 했다. 광고를 하고 나서 첫 번째 모임에 과연 몇 명이나 참석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고 한편으로 불안했다. 하지만 그날 밤 무려 천여명이 예배당에 몰려들었다. 시크릿 처치에 쪼그리고 앉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의 말씀 하나면 충분했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역은 말씀을 가르치고 멘토가 되고 복음을 전파하는 ‘제자 삼기’이다. 그와 성도들은 세상적인 성공을 좇는 것보다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삶이 과연 가능한지를 검증해 보고 싶었다. 그는 성도들과 함께 복음으로 철저히 돌이키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과 성도들이 체험한 다섯 가지 실험적인 시도를 제안한다. 그는 “나는 이 시대에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삶이 과연 가능한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교인들과 함께 래디컬 실험을 해보았다. 이 실험은 나와 교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라고 밝히며, 더도 말고 딱 1년만이라도 직접 래디컬 실험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래디컬 실험은 자신을 위한 기도를 뛰어넘어 전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것, 쓰고 남은 돈이 아니라 먼저 재정을 떼어서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하는 것, 또 재정 후원이나 기도 후원뿐만 아니라 단기선교나 고아원 봉사 등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서 섬기는 것 등이다. 래디컬 실험으로 저자 개인의 삶은 물론 목회 전체가 큰 변화를 겪었으며, 실험에 동참한 교인 모두 신앙과 인생이 뿌리째 변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책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거룩한 도전을 던지고 있다.
한편 저자는 예수님의 복음이야말로 가장 래디컬한 것이라고 짚어주면서 자기중심적인 신앙에 머물러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돌이켜 복음의 급진적인 요구에 응할 것을 호소한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늘 마음 한편이 답답한 그리스도인들도 인생의 거룩한 방향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