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예배
교회 주보 거듭나다… 예배순서지를 넘어 지역 주민과 소통의 매체로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11. 23. 13:25
교회 주보 거듭나다… 예배순서지를 넘어 지역 주민과 소통의 매체로
[2010.11.22 20:40] | ||
![]()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길 원하세요? 그럼 주보를 적극 활용하세요.” 교회 주보가 예배 순서지를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점차 변화되고 있다. ◇주보의 역사, 세로쓰기부터=한국 최초의 주보는 1928년 1월 1일 안동교회가 발간했다. 이 주보는 세로쓰기로 가운데 점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예배 순서가, 왼쪽엔 광고가 자리 잡고 있다. ‘경셩안동교회주보’ ‘뎨1호’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쓰인 주보엔 요즘 주보처럼 출석 통계와 헌금액수가 나와 있다. 광고는 모임과 기도회 등을 소개하고 있다. 1932년 10월 처음 발간된 새문안교회 주보 역시 세로쓰기로 예배 순서와 광고를 담고 있다. 50년대부터 일부 교회가 인쇄소에서 활자를 이용해 가로쓰기 주보를 만들었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70년대 중반까지 ‘가리방’이라는 인쇄방법을 사용했다. 가리방은 파라핀유가 칠해진 원판 종이 위에 철필로 글씨를 쓰고 그 사이로 잉크를 흘러내려 복사하는 방식이다. 당시 성도들은 잉크가 묻은 롤러를 파라핀유 종이 위에서 문질러 주보를 제작했다. 80년대부터 컬러 주보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미리 컬러로 인쇄된 주보 원판에 교회 사정에 맞게 마스터나 옵셋으로 인쇄했다. 보통 1년 단위로 교회 조감도를 삽입해 컬러로 제작한 뒤 검정색이나 파란색 글씨로 제작한 경우가 많았다. 박영남 삼영인쇄사 대표는 “70년대 중반까지 가리방으로 인쇄하고 80년대부터 특수 용지를 사용한 마스터 인쇄와 알루미늄 판을 이용한 옵셋 인쇄로 넘어가게 됐다”면서 “지금이야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컬러와 글씨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엔 제약요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주보, 이젠 우리가 직접 만든다=주보의 가장 큰 기능은 예배 순서를 알리는 것이다. 교회 생활에 대한 소식과 성경경부, 신앙강좌는 사실 주보의 부차적 기능이었다. 대개 4면 주보의 경우 1면엔 교회사진과 성화(聖畵)를 넣고 2면부터 주일 낮 예배 순서와 저녁예배, 수요예배, 다음 주 봉사위원 등 예배와 관련된 소식을 실었다. 4면에는 주로 교회 소식과 헌금명단, 출석통계표가 들어갔다. 가장 보편화된 6면 편집의 경우 담임목사 메시지나 칼럼, 성경공부 등이 추가된다. 1990년대 들어 눈에 띄는 현상은 컴퓨터의 보급에 따라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은 교회를 중심으로 자체 편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은 교회도 복사기나 컬러 프린터를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매주 편집이 가능하게 되자 절기나 상황에 따라 사진과 편집형태를 바꾸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6면짜리 전통적인 주보 형태를 띠면서도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 신년, 계절에 맞는 다양한 사진을 넣어 주보를 제작하고 있으며, 광염교회는 ‘감자탕 교회 이야기’라는 제목 아래 교인들의 사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지구촌교회 새문안교회 선한목자교회 청파교회 등 많은 교회들이 자체 편집으로 주보를 만들고 있다. 선한목자교회 강대형 부목사는 “1면 표지는 5장 정도의 교회 행사 사진으로 구성하는데, 매주 바꾸고 있다”면서 “가정예배와 새 가족 출석현황 등을 자세하게 수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삼 광염교회 목사는 “주보를 만들 때 잡지 화보처럼 사진의 비중을 높여 외부 전도 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주보=최근 들어 나타나는 현상은 순서지를 탈피한 ‘뉴스레터’ 형식의 주보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설교뿐만 아니라 소식을 기사 형태로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어 비신자들에게 교회를 소개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연스레 홈페이지에 주보를 PDF 파일이나 전자책(e-Book) 형태로 올리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경향교회는 ‘왕도(王道)’라는 20면짜리 주보를 만들고 있다. 이름도 ‘교회보’이다. 교회는 디자이너와 편집자 등 3명으로 구성된 편집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 주에 1만2000부를 발행하고 있다. 5면에 걸쳐 석기현 목사의 당일 설교를 전재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는 홍보와 전도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충신교회(박종순 목사)는 16∼20면으로 주보를 구성해 설교요약을 싣고 교회소식을 10면가량 할애해 책처럼 넘기며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도 12면짜리 주보를 내놓고 있는데 주로 성도들의 간증을 담고 있어 초신자나 비신자들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분당 샘물교회(박은조 목사)도 12면 주보에 선교사 간증과 목장 일지를 많은 면에 할애하면서 교회가 전반적으로 선교지향적, 소그룹 중심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경향교회 편집부 변춘옥 전도사는 “편집기자들이 교회 소식을 취재해 기사 형태로 자세하고 쓰고 있으며, 담임목사님 설교 원고가 설교 때와 같이 그대로 실려 있기 때문에 전도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보 형태의 8쪽짜리 주보에 담임목사 칼럼을 전진 배치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성도 및 지역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기 위해 목회자의 심정을 담은 칼럼을 1면에 게재하고 있다”면서 “소통의 시대에 주보가 교회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전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상현 기자, 김슬기·곽새롬 인턴기자 100sh@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