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삶/목회자와 삶

교회여, 깨어나라. 혈연, 지연, 학연 유혹과 판단미스의 첫 단추 '3연(三緣)'을 극복하라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7. 20. 11:25

유혹과 판단미스의 첫 단추 '3연(三緣)'을 극복하라

[2010.07.18 15:03]     


[미션라이프] 교회 정치라는 측면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 이른바 ‘3연(三緣)’은 악의 축인가. 진리의 빛을 흐리게 할 정도의 무서운 바이러스인가. 순기능만을 본다면 동창, 동문 간 끈끈한 정과 교류는 긍정적이다. 교단 및 출신 학교 발전에도 기여하는 바 크다. 특히 독단적 교권 유용을 막고 적당한 긴장 관계를 유지시켜 타협과 균형의 정치를 가능케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물과 능력이 우선되지 않고 소위 “우리가 남이가”라는 ‘패거리 문화’로 변질되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판단력 마비, 선거 과열과 금권 선거, 교단 갈등과 분열 등으로 이어져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회를 파괴하는 ‘연’의 폭력성=한국 교회는 ‘연의 정치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교단 총회 때면 학연 지연에 따른 편가르기가 다반사다.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자동적으로 차기 총회장이 되기 때문에 각 교단 부총회장 선거전은 매우 뜨겁다. 일부 교단은 특정인과 특정 출신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해야 당선이 가능하다. 여기에 금권 및 다른 세력과의 합종연횡까지 더해져 선거 후 주요 직책에 대한 논공행상도 이어진다. 교단 신학교 교수들도 연에 좌우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총장 선거전과 보직 교수 인선에서도 연에 따른 줄 세우기가 기승을 부린다. 어떤 교단 본부 직원 상당수는 특정 학교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A교단은 그동안 연의 정치에 따른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다. 지역 수장을 선출할 때도 학연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절묘한 내부 조율을 통해 구체적인 갈등 양상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곤 했다. 하지만 수년간 특정인, 특정 학교 간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시계 제로의 상태다. 교단의 천문학적인 자산 때문에 서로 갈라서지 못할 뿐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만 들려온다. B교단은 이북 출신과 영남 그리고 호남 출신이 조정 정치를 해오다가 현재는 영남 내 두 그룹 간 치열한 대결 양상을 보인다.

◇사람을 살리는 ‘연’의 생명력=성경은 연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는다. 극복의 대상이지 단절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지시할 새로운 땅으로 가라고 명령하시는 동시에 그를 통해 큰 민족을 이루겠다고 약속하셨다(창 12:1~3, 17:4~5). 모든 족속이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기 위한 불가분의 선택이라는 보충 설명도 곁들어서. 하나님은 예레미야의 예언을 통해 그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이스라엘로부터 연을 빼앗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70년 뒤 이에 대한 회복도 약속하셨다(렘 32:36~44). 다니엘서와 느헤미야서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새롭게 연을 만들게 하시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사울 왕과 다윗 왕은 연의 활용도에 따라 그 결과가 사뭇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사울 왕은 40년간 자신의 출신지 베냐민 지파를 중용했고, 이들을 통해 다윗을 제거하려다가 자멸했다. “…사울이 기브아 높은 곳에서 손에 단창을 들고 에셀나무 아래 앉았고 모든 신하들을 그 곁에 섰더니…너희 베냐민 사람들아 들으라 이새의 아들이 너희에게 각기 밭과 포도원을 주며 너희로 천부장 백부장을 삼겠느냐”(삼상 22:6~7). 반면 다윗은 유다 지파로 시작해 이스라엘 모든 지파의 왕으로서 탕평책을 펼쳤다. 그는 사울 왕 사후 자신의 출신지 유다 지파의 지지로 왕위에 올랐다(삼하 2:4). 그리고 각 지파 장로와의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헤브론에서 불완전한 왕으로서 7년 6개월을 기다렸다(삼하 2:11). 다윗은 통일왕국을 이룬 뒤 예루살렘을 새 도읍지로 삼고 33년간 모든 지파 출신을 골고루 선택해 전성기를 일궈냈다. 왕이 될 아들 솔로몬에게 연을 극복하라고 유언했다(왕상 2:5~9).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탁월한 정치감각을 갖고 경계할 사람을 조심하고 인재를 폭넓게 등용해 나라를 튼튼하게 하라는 당부였다.

‘통(通)신학자’ 조병호 성경통독원장은 “한국을 포함한 동양은 관계(연고), 서양은 재물(계약)을 통해 권력을 창출해왔다”며 “연의 정치가 타자를 위한 성경적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은 “목회자들이 자기중심주의, 지역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등을 뛰어넘어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을 회복할 때만이 연의 명암을 조절할 수 있다”며 “자신을 버리는 진정한 회개운동이 교회 정치문화를 일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교회가 과연 연을 극복할 수 있을까. “보약은 여러 제 먹어야 도움이 되지만 독약은 한 첩만 먹어도 죽는다”는 어느 목회자의 말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연의 유혹을 뛰어넘어 공존의 정치미학을 정립, 주님의 통치를 기반으로 한 타자를 위한 정치문화를 선보일 수 있기를 기도한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