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삶/한국 읽기

맨유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4. 19. 21:40

듀어든] 맨유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축구의 시대는 계속 변한다. 하지만 팬들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있으면서도 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뒤늦게야 “아 그 때부터 이렇게 바뀌어 온 거로구나!”라며 무릎을 치는 경우가 많다.

1990년 리버풀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18년 동안 11번이나 우승한 대단한 성과였다. 70~80년대의 리버풀은 리그를 지배하는 팀이었고, 그들에 도전하는 팀들도 다양하게 변했었다. 더 재미있는 축구가 펼쳐지던 시절이었다.

내가 자라나던 시절만 해도 축구하면 무조건 리버풀이었고, 그들은 영국을 넘어 유럽에서도 최고의 팀으로 통했다. 1990년에 ‘앞으로 20년 동안 리버풀은 우승을 하지 못할 거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예전의 리버풀에는 위대한 선수들이 많았으나 그 팀을 좋아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들은 무자비하고 냉정한 ‘위닝 머신’이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선수들이 떠난 자리는 또 다른 대단한 선수들이 채웠다. 그게 바로 리버풀의 모습이었다.

1990년대에는 저러한 일이 반복되지 못했다. 대단한 선수들이 떠났지만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수준에 못 미치는 선수들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리버풀이 영입한 선수들이 최고 레벨로 성장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리버풀은 하위리그나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선수들을 영입해 수준을 끌어올린 경우가 많았다.

그 이후로는 맨유의 시간이었다.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내가 리버풀만 기억하듯이, 90년대에 유년을 보낸 사람들은 맨유만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 맨유는 92년 창설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1회의 우승을 이뤄냄으로써 리버풀의 18회 우승과 동률을 이뤘다.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맨유는 17일 맨시티와의 라이벌전에서 인저리타임때 터진 폴 스콜스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선두 첼시와의 승점 차를 1점 차로 줄이며 리그 우승의 꿈을 이어갔다. (사진=연합)

맨시티전의 결과는 맨유를 다시 우승 레이스로 복귀시켰다. 개인적으로는 맨유의 우승이 어렵다고 점치는데, 첼시의 상대가 스토크시티와 위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승점 6점이 거의 확실한 이 두 경기들은 모두 홈에서 치러진다.

남은 하나의 원정은 리버풀인데 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리버풀이 과연 첼시 격파에 그토록 열정적일까? 리버풀이 첼시를 이겨서 맨유가 우승을 하게 도와줄 것인가? 맨유의 우승은 리버풀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악몽이다. 리버풀이 첼시를 꺾으면 맨유는 19회 우승으로 잉글랜드리그 역사상 최다 우승 팀이 될 가능성을 가진다. 리버풀 팬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맨유는 늙은 팀이다. 폴 스콜스가 맨시티전의 결승골을 넣으며 괜찮은 경기를 하기는 했지만, 맨시티 수비진은 그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내줬다. 그리고 스콜스는 곧 36세가 된다.

긱스와 반 데르사르는 보통 선수의 은퇴 나이를 넘긴 상황이고, 게리 네빌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첼시전에 나선 맨유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31세로 매우 높은 수치였다. 밀란전을 치른 맨유 스쿼드는 평균 29세 정도였는데, 노쇠한 팀으로 평가 받는 밀란보다도 더 높은 연령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결장이 예상됐지만 맨시티전에서 선발 투입 된 웨인 루니 (사진=연합)

맨유에서 어린 축에 속한다는 루니가 곧 25세가 되고 그 역시 선수 생활의 중반기에 막 접어들었다. 수비진의 퍼디낸드와 비디치도 결코 젊은 나이는 아니다.

가끔씩 경기를 뛰는 젊은 선수들인 마체다, 하파엘, 깁슨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에서 뛸만한 자원으로 보이지가 않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아직 준비가 안 되었을 수도?)

과거의 리버풀은 체스터, 옥스퍼드 등의 하위 팀에서 선수들을 영입해 스타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맨유의 상황은 다르다. 팬들은 그런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고, 구단주들 역시 챔피언스리그 진출 좌절은 꿈조차도 꾸기 싫어 할 테니 말이다.

과거의 리버풀에는 챔피언스리그와 투자자들을 만족시켜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스쿼드 빌딩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한층 더 글로벌화 된 맨유의 팬 층은 성공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선수 영입을 원한다. 예전에는 1부리그 팀들이 하위리그에서 선수를 끌어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곧장 해외로 눈을 돌려 선수를 찾는다. 블랙번 팬들조차도 구단이 MK돈스에 이적료를 내고 키스 앤드류를 영입하자 불만의 마음을 터뜨린 바 있다.

맨유는 어느 정도의 돈을 써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스페인과 잉글랜드에서는 퍼거슨이 다비드 비야를 원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맨유에 필요한 인재는 톱클래스의 스트라이커이기에 적절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글레이저 가문이 단 한 명의 선수에 많은 돈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보도도 이어진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맨유가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부분이다. 퍼거슨이 지난 24년 간 맨유에서 보여주고 또 보여준 것은 그에게 우승 팀을 조직할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까지 3번 정도 환상적인 스쿼드를 구축했고, 필요한 시점에서의 베팅을 두려워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저러한 부분을 실현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이제 돈을 갖고 있는 이들은 맨유가 아닌 시티다. 로베르토 만치니의 지도력이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시티는 언젠가는 우승을 이뤄낼 팀으로 보인다. 시티는 앞으로도 돈을 계속 풀 것이 분명하다. 선수의 가치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쓴다는 느낌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소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치니가 맨시티에 어울리는 감독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티는 조만간 팀을 우승 경쟁으로 이끌 적절한 지도자를 영입할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제 기상도를 볼 때 맨시티만큼 돈을 쓸 수 있는 팀은 극소수다. 그들이 제안하는 연봉과 막대한 선수 영입 예산 앞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맨유가 토요일 경기에서 승리를 하기는 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역사는 한 팀이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리그를 지배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맨유가 당장 문제에 빠진 팀이 되지는 않겠지만, 연속 우승의 포스를 자랑하던 시절은 끝이 날 가능성이 높다.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 팀 정도로 지위가 내려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분께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setFontSize(0);

 

 

 

 

 

 

다음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가장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가장 정점에 있을 때

다음을 잘 준비해야만 한다.

그것이 겸손이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해도

선견지명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