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삶/한국 읽기

토요일마다 ‘무상의료’ 이웃린치과 홍수연 원장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2. 7. 09:00

부유층엔 제값, 저소득층엔 무료진료”

 
ㆍ토요일마다 ‘무상의료’ 이웃린치과 홍수연 원장
ㆍ개별적 봉사 아닌 조직화 통해 자본주의 의료제도 대체
ㆍ기대내년 초 비영리법인 전환 목표

주말마다 ‘변신’하는 치과가 있다. 평일에는 여느 치과와 다를 게 없지만 토요일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진료소로 바뀐다. 지난해 1월 개원 후 고가의 틀니·임플란트·교정 치료를 받은 저소득층 환자는 62명. 마포희망나눔 등 지역단체 17곳에서 매달 한명씩 소개하는 환자 중에는 장애인이 많고,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이주노동자도 있었다. 이 병원의 의사 4명과 뜻을 함께하는 ‘객원의사’ 3명이 주말 진료를 맡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이웃린치과는 ‘무상 의료’의 실험장이다. 은평·서대문·마포구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수억여원의 치과전용 단층촬영(CT)기를 갖춘 치과병원이 저소득층 치료에 눈을 돌린 것은 홍수연 원장(43·사진)의 남다른 철학 때문이다. 그는 “교육·의료·주거여건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이 모델로 삼은 것은 인도의 아라반드 병원이다. 한쪽에서는 부유층에게 높은 수가를 받으며 진료하고, 다른 쪽에서는 저소득층에게 무료 진료를 하는 병원이다. 홍 원장은 “삼성 이건희 전 회장과 이랜드 파업노동자가 같은 질의 치료를 받으면서 같은 비용을 내는 게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 아니냐”고 물었다. 환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맞춤형 수가’를 적용하는 비영리 공익법인이 이웃린치과의 한국적 모델이라고 했다. 크고 멋지면서도 문턱이 낮은 병원을 꿈꾸었지만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일단 주중에는 ‘제도권’ 진료, 토요일엔 무상 진료를 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홍 원장은 “대치동에서 치과 진료를 받으면 비용만 많이 들지만, 여기서 진료를 받으면 토요일 무상 진료에 기여하는 것 아니냐”며 먼 걸음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평일에 찾는 일반 환자도 ‘사회적 실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홍 원장은 이른바 ‘386 운동권(서울대 85학번)’ 출신이다. 대학 시절에는 인천지역의 공장으로 들어가 일한 적도 있고, 민중당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홍 원장은 “80년대에는 어떤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본업을 뒤로하고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일을 통해서 그런 세상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웃린치과는 내년 초 목표였던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수익금 대부분을 공익에 쓰기 위한 길이다. “병원이 자본 논리만 좇으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라는 홍 원장의 생각대로 병원에서 생긴 이익을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장학금 등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무상 진료가 봉사가 아니라 제도로 정착되길 바라는 홍 원장은 “사회·경제적 위치가 건강을 결정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보건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한다면 당연히 마주칠 수밖에 없는 화두가 ‘건강 형평성’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는 “무상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은데 개별적으로 하는 게 아쉽다”며 “무상 진료도 조직적으로 해 현재의 상업적인 의료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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