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생각

예맨에서 죽은 엄영신씨와 예맨에서 온 아비르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11. 24. 14:43
 
 
 
 
출처: [박영록, 2009/06/26 15:23, 예수님과 드라이브 하기]

 

 

 

 

지난 6월 16일 예맨에서 날아온 한 통의 비보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의료NGO단체 소속인 한국인 엄영신씨가 무장단체에게 납치를 당한 후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뉴스를 접한 모든 사람들은 2007년에 발생한 샘물교회 봉사팀의 악몽을 떠올리며, 그녀의 피랍과 사망에 기독교의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새 삶을 얻기 위해 초대된 예맨 여성 아비르

 

엄영신씨가 피랍되고 하루가 지난 6월13일 인천공항에는 예맨 국적의 중년의 남자 한명과 그의 딸이 입국했다. 의료NGO단체인 글로벌케어와 세브란스 병원의 수술지원을 받기로 한 아흐메드 알리 하미드 알아스바히(부)와 아비르 아흐메드 알리 알아스바이(녀) 가족이었다. 그리고, 엄영신씨가 살해당했다고 뉴스가 전해진 그 다음날 아비르(녀)는 선천성 구개열(언청이) 수술을 받았다.

내가 취재차 찾아 갔을 때는 그녀는 회복단계에 있었고, 일반인들과 함께 4인 병실에서 지내고 있었다.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엄영신씨의 죽음과 예맨 여성 아비르의 새 삶을 얻는 이야기가 어떻게 비춰질까를 고민했다. 지난 김선일씨나 샘물교회 봉사팀의 경우에서 보듯 많은 국민의 예민한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실제로, 그 당시 관련 NGO 단체들에게는 수 없이 많은 전화나 우편물을 통해 항의와 협박의 메시지들이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만나 본 아비르는 너무나 행복해 했다. 마치 엄영신씨의 죽음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를 포함해 10여명이 함께 생활한 병실에서나 진료를 받기위해 외래 진료실을 오가는 중에도 히잡을 쓰고 다니는 그녀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이 땅에서 사라진 화해, 용납, 설득, 이해

우리는 무엇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찾는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막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일벌백계를 주장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의 마인드로 자기 나름의 사회 정의를 주장하는 견해들이 있다. 때문에, 용납, 이해, 설득, 용서는 현재의 사회속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 졌다.

 

하지만, 내가 만난 세브란스 병원의 아비르와 같은 병실의 환자들, 의료진들에게는 그 누구도 아비르에게 엄영신씨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다. 아비르가 예맨 사람임을 다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적대적 감정을 드러낸 사람도 없었다. 수술이 끝난 후, 퇴원해서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수술을 집도했던 세브란스 성혛외과 류대현 박사는 출국할 때까지 계속 병실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었고,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도 아비르의 성공적인 수술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이 땅의 오늘, 예수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올바름을 세우고, 거룩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해와 용서와 소통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욕을 먹던 세리, 창녀들에게 다가간 예수님처럼.. 아비르가 아무런 불편함 없이 배려해준 같은 병실 사람들과 의료진처럼..

 

 

세상에 화평을 심는 사람들,

그리스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