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생각

조현삼 목사가 전하는 필리핀 태풍피해 참상현장, 교회는 세상의 희망입니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10. 5. 07:28

조현삼 목사가 전하는 필리핀 태풍피해 참상현장

[2009.10.04 17:57]     


[미션라이프]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이 추석 연휴도 잊은 채 절망 속의 필리핀 수재 현장을 사랑으로 보듬었다. 지난달 29일 저녁 필리핀으로 떠난 조현삼 목사 등 봉사단원들은 30일 태풍 케세나에 의해 가장 피해가 컸던 마리끼나 시에 도착, 추석 연휴인 지난 2일까지 이재민을 돌보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본보는 조 목사가 전해온 소식을 중심으로 현지 활동을 재구성했다.

필리핀 마리끼나는 아수라장이었다. 전깃줄 사이에 걸려 있는 쓰레기 잔해들이 당시 물이 어디까지 찼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즉, 1층은 물론 2층까지 침수가 됐음을 알려주었다. 피해를 당한 범위가 너무 넓고 이재민들 가구 수가 처음 예상했던 2000가구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구호 방식을 변경해야 했다. 우리는 우선 구호캠프를 설치하고 1차 구호품으로 쌀을 택했다. 적은 양이라도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파출소 앞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구호품을 나눌 준비를 했다. 쌀이 오는 대로 쌓기 위해 파출소 안을 다 비우는 작업을 했다.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우선 근처에서 오렌지를 살 수 있는 대로 사서 캠프 앞에서 나눠주었다. 줄을 선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쌀을 나눠준다는 소식을 이미 들었기 때문에 오렌지 몇 개 때문에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자 쌀 실은 트럭이 구호캠프에 도착했다. 줄서서 몇 시간을 기다리던 수많은 이재민들이 환호했다. 쌀 한 포가 50kg이다. 1차로 200포, 2차로 130포가 도착했다.

쌀이 도착하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캠프 앞으로 몰려오면서 대열에 이상이 생겼다.

11명의 경찰의 힘으로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긴급하게 현장에 나와 있던 군인들에게 SOS를 보냈다. 군인들 20여명이 와서 질서도 잡아주고 트럭에서 쌀도 내려줬다. 파출소 안은 쌀로 가득 찼다. 그 쌀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쌀 배급이 시작됐다. 쌀을 한 사람당 2kg씩 비닐 봉투에 담아 나눠주었다. 길게 늘어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군인들과 경찰들의 수고로 질서정연하게 이재민들에게 쌀을 나눠줄 수 있었다. 한 번 받은 사람은 또 받을 수 없도록 현지 교회 팀원들이 매직으로 오른손 엄지 손톱에 표시를 해 주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다시 가서 줄을 서서 그것을 부지런히 지우고 있을 이재민들 모습이 떠올려졌다. 줄이 워낙 길어서 다시 한번 줄을 서면 몇 시간은 또 기다려야 했다.



이재민들이 얼마나 고마워하며 쌀을 받아 가던지. '땡큐‘(Thank you)를 연발하면서 쌀을 받아갔다.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들이 지금 처한 상황에 비해 너무나 작은 것을 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수십 명의 현지 교회 성도들이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쌀을 퍼주었다. 8000개를 만드는 일은 엄청난 일이었다. 그러나 다들 신이 나서 그 일을 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그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첫 날 쌀 배급사역을 마치고 우리 팀은 다음 날 구호품을 라면으로 정했다. 지금은 무엇이든지 먹을 것이 시급한 상황임을 현장이 말해주었다. 보통 재난 후 4일이면 곳곳에 구호캠프가 설치되고 구호품이 쌓일 텐데 우리가 유일한 구호캠프였다. 가끔씩 구호품을 실은 차가 와서 몰려든 이재민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호품을 뿌리고 떠났을 뿐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겼다. 대형마켓이 있어 가면 라면을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재고가 없었다. 주문하면 금요일에나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시가 급한 상황인데 말이다. 우리팀과 함께 구호사역을 하던 물자구입팀 김낙근 선교사님이 큰 창고를 갖고 사업을 하는 필리핀 친구에게 알아보겠다고 했다. 한 참을 통화한 후에 라면 1000상자, 낱개로는 7만2000개를 구입할 수가 있었다.

필리핀 라면은 한 상자에 72개가 들어 있다. 라면 하나에 낱개로 사면 250원 정도 인데 우리는 200원이 채 안되는 값으로 구입을 했다.

오전에 마닐라 교통정책 때문에 라면 배달은 어쩔 수 없이 점심때나 가능했다. 마음은 급해졌다. 최대한 라면 도착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애를 썼으나 쉽지 않았다. 라면이 오후 5시나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는 소식에 우리팀들은 낙심이 되었다. 재난현장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어제 밤부터 줄을 서 있는 이재민들 생각을 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일을 맡아 섬긴 김낙근 선교사님은 좌불안석, 어쩔 줄 몰랐다. 어제가 특별한 날이고 오늘은 일반적인 날이라 위로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스렸다. 방역작업도 했다.

680개의 구호카드가 계란 6800개와 교환됐다. 우리 돈으로 계란 하나가 100원 가량 했다. 계란 10 개면 1000원이다. 천원의 행복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구호카드와 계란을 교환한 이재민들이 “땡큐”를 연발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계란 배포사역이 끝났는데도 라면은 도착하지 않았다. 미안해서 줄을 서 있는 이재민들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고심을 하다 경찰차를 빌려 가서 라면차를 에스코트하기로 했다. 기사와 연락이 되지도 않은 상태지만 계속 전화 시도를 하면서 김낙근 선교사님과 함께 경찰차를 탔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경찰차는 질주했다. 재난구호 가서 배도 타보고, 헬기도 타 보았지만 경찰차는 처음 타 보는 것 같았다. 중간에서 라면을 실은 트럭을 만났다. 환호성이 나오는데 속으로 소릴 질렀다. “야, 라면 차다!”

경찰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라면차는 구호캠프를 향해 달렸다. 덕분에 한 시간은 단축할 수 있었다. 라면차가 구호캠프에 도착하자 길게 줄을 서 있던 이재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재민 중에는 길게는 20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라면차다.

라면도 구호품이었다. 라면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선 중에 반대편으로 짧은 줄이 생겼다.

빈 라면 박스를 받기 위한 줄이었다. 그것을 모아 팔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낮에 이재민들 집을 가 봐서 우리팀은 그 용도를 알았다. 이것이 요를 대신할 것이고, 옷장을 대신할 것이다. 라면 박스를 깔고 잠을 청할 이재민들을 생각하니 그 줄을 바라볼 때 마음이 아려왔다.

전 날에 여러 현지 교회 성도들이 참으로 수고 많았다. 라면을 다 나누고 나니 밤 10시가 넘었다. 파출소장과 11명의 경찰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파출소장도 필리핀 경찰과 국민을 대신해서 감사의 인사를 우리팀에게 전해주었다. 파출소장은 한국 교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이훈찬 선교사님이 재난구호 작업이 끝난 후에 성경공부를 함께 하자고 경찰들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자 경찰들은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월요일에 성경공부하는 일을 마리끼나에서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에 복음을 들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재난이 경찰과 마리끼나 지역에 복음의 씨를 받아들일 밭을 준비한 것 같다. 하나님이 이 지역에 교회를 세우실 계획이 있으신 것 같다.

가지고 온 구호자금 2500만원을 이틀에 걸쳐 다 사용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zia@kmib.co.kr

 

 

 

 

 

세상의 욕을 먹는 교회

 

그러나 세상이 조롱하고 손가락질해도

 

여전히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다.

 

오랜시간은 아니지만 20여년간 장애우시설과 보육원을 섬기면서

 

어느 곳이든지 절반 이상을 그리스도인들이 섬김에 동참함을

 

알게 되었다.

 

 

교회

 

건강한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다.

 

나는 이 사실을 확신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건강한 교회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예수 그 이름의 사랑안에서  

 

 

 

상갑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