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청년

스펙은 화려한데 열정이 없는 청년대학생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9. 10. 00:00

“스펙은 화려한데 열정이 없어요”

 
 


“다들 스펙(specification·학점, 자격증, 외국어 성적 등 취업을 위한 구비조건)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뜨거운 것 같지 않네요.”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대학본부 앞 채용박람회장에서 만난 한 기업체의 인사담당자는 “취업지망생들이 정작 취업 후 본인이 할 일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이같이 푸념했다. 본격적인 취업 시즌을 맞아 이날 이 대학에도 100여개의 기업체가 상담 부스를 펼쳐놓고 ‘인재 확보전’을 벌였다. 졸업을 앞둔 4학년생과 미취업자들이 몰려들어 부산한 모습이었지만, 각 기업 채용담당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쪽이었다.

특히 취업 희망자들이 연봉과 근무여건 등에만 관심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15명의 학생을 상담했다는 A업체 인사담당자는 “조금 전 남학생 한 명이 다녀갔는데 첫 마디에 연봉부터 물어보더라”며 “이런 태도를 가진 지원자는 우리도 뽑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인근 부스에서 만난 B업체 인사팀 직원도 “이·공계 학생들은 대뜸 ‘근무지가 어디냐’부터 묻는다”고 말했다.

취업 후 업무에 대해 최소한의 파악도 안한 채 상담하러 온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인 C업체 인사담당자는 “지난주 한 명문대에서 졸업생이라며 인사 업무에 지원하고 싶다고 찾아왔는데 정작 인사담당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사람 만나는 게 좋다’고 하더라”며 “사람 만나는 게 좋으면 영업직이 더 어울린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D업체 관계자는 “많은 학생들이 다녀갔지만 정보수집 차원이 많았다”면서 “스펙은 높아졌지만 기업이 원하는 능력은 그런 게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실제로 채용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취업 희망자들은 스스럼없이 “원하는 직무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기업 선택 시 연봉과 퇴근시간을 주로 본다”는 얘기를 늘어놓곤 했다.

취업 희망자들이 연봉과 근무여건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자연히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건실한 중소기업이라 해도 이들의 상담 부스에는 좀처럼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는다. 일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 부스를 지키다가 참담한 심정으로 조기 철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

 

 

 

 

열정은 에너지인데 안타가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