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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스토리] 연애_만남도 이별도 ‘상상초월’그들만의 사랑법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4. 28. 13:34
리얼 스토리] 연애_만남도 이별도 ‘상상초월’그들만의 사랑법
- 몇 날 며칠 고심해 떠올린 글귀를 예쁜 종이에 옮겨 쓴 후 우체국을 찾던 때가 있었다. 첫눈 오는 날이면 연인과 데이트 약속을 잡으려 호출기를 손에 쥔 채 기나긴 공중전화 대기 행렬에 합류하던 때가 있었다. 커플 요금제 등록하느라 휴대전화 뒷번호를 통일했다가 헤어진 후 내내 옛사랑의 추억에 잠 못 이루던 때가 있었다.
그 모든 ‘로맨스의 나날’을 지나 어느덧 2009년. 요즘 젊은 연인들은 어떤 사랑을 나눌까? 만남에서 이별에 이르는 감정의 본질이야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디테일’은 상당히 달라졌다. 실제로 사귀고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대학생 커플들을 만나 그들의 연애 유형을 몇 가지 패턴으로 묶어 정리했다.
1. 누나가 좋아!
데이트 비용은 누나가! 대학생·직장여성 커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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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상녀 연하남 사랑을 그린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photo SBS
-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 직장인은 대부분 결혼을 전제로 이성을 사귀는 경우가 많아 부담스러워요. 연하는 애교도 많고 정열적이어서 함께 지내다 보면 나도 어려지는 것 같아 좋아요.” 교육업에 종사하는 박민주(가명·25)씨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20대 조기 골드 미스 중 한 명이다.
골드미스는 학력·외모·경제력 등 모든 걸 겸비했지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30대 중·후반의 커리어우먼을 일컫는 말. 군대를 가지 않아 또래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진출 시기가 빠른 20대 여성이 많아지면서 골드미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연하의 연인을 원하는 20대 커리어우먼의 짝으로 마침맞은 게 남자 대학생들이다. 수원 소재 모 대학에 다니는 박현우(23)씨는 마케팅회사에 근무하는 세 살 연상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다. 그는 “(누나와 만나면) 데이트 비용이 거의 안 들 뿐 아니라 생일 등 기념일만 되면 비싼 선물을 챙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취업이 여의치 않아 골드미스 대열에 끼지 못한 여대생들은 일찌감치 결혼을 통해 안정을 찾으려 한다. 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건 명문대 출신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 최근엔 이들을 골드미스에 빗대 ‘골드미스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해 서울여대를 휴학한 강민정(가명·23)씨는 얼마 전 직장에 다니는 친구 소개로 남자친구를 만났다. 상대는 강씨보다 여섯 살 위인 골드미스터. 그는 “처음엔 나이 차가 많이 나서 걱정했는데 만나볼수록 괜찮다”며 “요즘 취업 준비 중인데 남자친구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쓰는 법 등을 도와주고 유용한 정보도 많이 알려줘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 이별할 땐이렇게
눈물 콧물은 옛말… 복수하고, 이별통보 대행사에 맡기고
“A대학교 학생홍보처입니다.” “A대학교 다니는 김영아씨 동영상에 대해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모르는 일입니다. 드릴 말씀이 없어요.” A대학엔 요즘도 간간이 이런 전화가 걸려온다. 4년 전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던 A대학교 김영아(가명) 동영상 사건의 여파다. 당시 김씨와 사귀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김씨에게 앙심을 품고 교제 중 함께 지내던 사진과 동영상을 대학명과 함께 인터넷에 유포시킨 게 사건의 골자였다.
- 동영상 유포와 같이 극단적 방법이 아니더라도 요즘 헤어진 커플들이 벌이는 복수극은 다양하다. 학교 게시판에 상대 이성의 치부를 일일이 적어놓은 대자보를 붙이는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헤어진 연인의 실명을 밝힌 후 상대를 욕하고 비방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연인과 이별할 때 눈물 콧물 짜내며 슬퍼하는 걸 촌스럽게 여긴다. 인터넷 지식검색 사이트엔 ‘잘 헤어지는 방법’을 묻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완벽하게 헤어질 수 있을까요?”(ID ‘카츠미’)란 질문에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휴대폰을 바꾸고 잠수 타세요” 같은 댓글이 올라오는 식이다. 일명 ‘패스트 러브(fast love)’가 쿨한 연애의 표본으로 인식되는 것 역시 요즘 추세다. 쉽게 만나 빠른 속도로 빠져들고 시들해지면 깔끔하게 감정을 ‘분리수거’할 수 있는 사랑에 빠지는 세태를 보여준다.
몇 해 전부턴 이별과정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별통보 대행 도우미 서비스가 성행 중이다. 귀찮아서이건 미안해서이건 ‘헤어지자’는 한마디까지 제3자를 통해 대신하려는 것이다. 이별 사유, 원하는 이별 통보 시간과 장소, 통보 방식 등을 신청서에 기재하고 입금하면 24시간 안에 처리된다. 이용료는 교통비와 대행비를 포함해 서울·경기 지역은 4만원, 그 외 지역은 6만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