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국내교회

압구정 클럽서 예배’ 틀을 깨니 길이 있더라… 등대선교교회 배송희 목사, 내가 꿈꾸는 그곳은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4. 21. 01:13

압구정 클럽서 예배’ 틀을 깨니 길이 있더라… 등대선교교회 배송희 목사
[국민일보] 2009년 04월 19일
 
고급 카페같은 교회

홍대 클럽 전도 공연

독립교단으로 차별화

"TV드라마에 곡이 채택되려면 로비를 꽤 해야 한대요. 한 2년 전 일인데요. '돌아온 일지매'의 황인뢰 감독이 드라마를 만들면 곡을 좀 사용해도 되냐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죠. 2002년 40일 아침 금식을 하고 예수님을 높이려 노래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세상에 알려져서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어요. 노래로 돈은 얼마나 벌었냐구요? 글쎄요. 때가 되면 알아서 주겠죠. 뭐."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의 주제가를 작사·작곡한 배송희(35·등대선교교회) 목사. "나의 사랑하는 님이여 나를 놓지마오 사랑하는 님이여 나의 입술의 꿀 같은 당신…." 이 노래는 후렴구만 들어도 '아, 그 노래'하며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배 목사의 '내가 꿈꾸는 그곳'은 전파를 탄 후 휴대전화 컬러링과 개인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가서 2장 10∼14절 말씀을 내용으로 한 복음성가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목사가 천사 날개를 달고 찬양을?=배 목사는 기존 목회자와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젊은 나이에 100여명의 성도를 거느린 여목사로 남편은 네 살 연하다. 예배는 서울 압구정동 클럽에서 드리고 홍대 전도집회 땐 하얀 천사 날개를 달고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2층짜리 교회 사무실은 압구정동 고급 카페를 방불케 하며 BMW를 몬다.

'원래부터 돈이 많았나?' 궁금증부터 생겼다. "아니에요. 건물은 강남 젊은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빌린 겁니다. 음반 기획사 사무실로도 사용하고 있어요. 성령님의 인도하심 없이는 이런 곳에 올 수도 없죠. 5월부턴 사무실 근처 레스토랑을 하나 운영할까 해요. 음식도 팔고 그 공간에서 자연스레 복음을 전할까 싶어요. 일종의 '텐트 메이커'(자비 선교사)와 같은 개념이죠."

배 목사는 미국 유학파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시카고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수요일마다 구내식당 한 귀퉁이를 빌려 기타를 둘러메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그때 작곡한 노래만 해도 100곡이 넘는다. 그렇다고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원래 찬양을 좋아했고 빈민 사역을 하는 게 꿈이었어요. 미국에서 심리학을 마치고 신학대학원을 진학하려고 했죠. 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제 사역지는 한국이 돼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교회만 생각하는 바른 목회자였습니다. 그분의 본을 따라 오늘 제가 목회하고 있어요." 배 목사의 부친은 고 배상길 목사다. 1997년 위암으로 별세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친은 서울 대치동 목양교회 담임목사로 감리교단 내에서 신망이 높은 목회자였다.

◇거리전도·산기도 하는 청년들=남들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유학을 떠나지만 배 목사는 거꾸로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99년 감신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기타를 둘러메고 거리로 향했다. 등대선교교회는 2000년 서울 대치동 지하실에서 시작됐다. 이후 배 목사는 주변의 친구들과 청년들을 모아 강남과 홍대 앞, 대학로에서 노방전도를 펼쳤고 '부흥의 세대'라는 찬양단도 만들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공동체'가 표어인 교회 예배는 자유로운 찬양으로 시작해 말씀, 찬양, 성만찬, 기도 순으로 진행된다. 젊은이들의 '코드'에 맞다 보니 낙심한 청년들이 교회로 몰려들었다. 탤런트 양동근 윤진서 등도 등대선교교회 출신이다.

2006년 12월부턴 홍대 앞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콘서트를 가지고 있다. 어떤 날은 오후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쉬지 않고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밤새도록 한 팀은 공연을, 한 팀은 거리의 청년들을 클럽 안으로 '전도'했다. 그렇다고 모든 게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성령 예언 은사 등을 강조하며 매일 철야예배와 영성훈련, 성품훈련이 있다. 수요예배 후 강남과 대학로, 홍대 앞으로 전도를 나간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엔 산기도도 간다.

그러나 기존 교회의 틀에선 사역을 할수록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2006년 독립교단으로 나왔다. "낡은 부대에는 낡은 것만 넣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아이들이 낡은 것을 찾을 리 없지 않습니까. 요즘 아이들은 답답한 시스템 안에는 들어가지 않으려 해요. 자유분방한 젊은이들과 함께하니 목회가 수월하지 않냐구요? 아뇨, 저는 생명을 내놓고 목회합니다. 신혼이지만 사생활도 없어요. 교회가, 목회가 우선순위입니다. 교회는 병든 이들을 위한 응급실과 같이 정신이 없어요. 어린 나이에 100명의 엄마가 됐습니다."

40㎏의 호리호리한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그녀의 목소리엔 예수를 전하고자 하는 애절함이 담겨 있다. 배 목사의 소망은 노래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다. "모임을 가질 때 '내가 꿈꾸는 그곳'을 부르면 누군가 꼭 한 명은 통곡을 해요.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리나 봐요. 어떤 사람은 우울증이, 어떤 이는 불면증이 치유됐다고 해요. 찬양에는 분명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가 정말 연령과 종교, 환경,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갈 길 모르는 사람들의 상처 난 마음을 노래로 어루만졌으면 좋겠어요." 배 목사의 '색다른' 목회는 서울 압구정동 클럽에서 계속될 예정이다(www.lighthouse-church.or.kr).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