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청년

위에서 돌아온, 어느 철부지 청년의 고백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4. 14. 13:06

위에서 돌아온, 어느 철부지 청년의 고백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장 13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 8장 7절).


페루-4천미터의 국립공원을 달리며©박정규

이 두 말씀을 붙잡고, 통장에 200만원 주머니에 30만원을 들고 “9개월 동안 35개국을 자전거로 달리며 ‘희망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자!”는 목표로, 무턱대고 중국행 배에 몸을 실어버린 철부지 청년을 그 분은 어떻게 보셨을까? “열심히 달리면 다 알아서 해 주실 거야!” 라는 단순한 믿음으로, 고생길을 향해 덤벼들면서도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던 무모하고 당돌한 녀석을 보고 그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2009년 4월 6일. 현재 위치 일본 후쿠오카(福岡:복강), 한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여행시작-1057일째, 방문한 국가-16개국, 자전거로 페달을 밟은 거리-약 27,000km, 자전거 상태-지금이라도 여행시작 가능, 몸 상태-얼굴만 보면 자전거 여행한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 마음 상태-한국 땅에서의 수많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 설렘과 기대로 변화 중, 영적 상태-가슴으로 더 가까이 느꼈던 예수님을 지식적으로 제대로 알고 싶은 소망과 누구 앞에 서든지 “전 예수님을 믿습니다. 당신도 믿어보세요. 왜냐하면…” 언제나 말을 이어가기 어렵던, “왜냐하면…” 뒤의 말들에 대해, 확신에 찬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싶은, 영적 갈급함이 자라나는 중….

콜롬비아-감기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작은 슈퍼 아주머니의 배려로 송아지와 기념촬영도 하고 감기약도 얻어 먹었던 날©박정규

“주님! 여행 중에 어떤 음식이나 물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도록, 배 속에 ‘정화필터’ 하나 주십시오!(2007년 6월, 쿠바여행을 시작하며-현지인들이 주는 수돗물을 먹기 시작하면서), 주님! 당신이 동행하신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미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브라질에 도착하는 날까지 ‘은행’ 에 가지 않고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2007년 7월, 남미 여행을 시작하던 베네수엘라에서-재정이 0인 상태에서 처음으로 소정의 후원을 받고나서)

주님! 여행 중에 ‘사고’로 인해 당신 곁으로 절 부르지 마시옵소서! 이렇게 어렵게 시작하게 해주셨는데, 중간에 멈추시면 더 손해 아니십니까? 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습니까? 제 걸음을 인도하소서!(아주 가끔-정말 그분 가까이 갈 수도 있었던 사고를 피한 순간마다), 오늘의 ‘만남’ 이 서로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옵소서!(매일-하루를 시작하며), 더 많은 은사와 만남의 축복과 기회들을 허락하소서!(자주-힘든 순간마다) “긍휼은 직접 그 사람들에게로 다가가 고난이 가장 극심한 곳으로 들어가 거기에 자리 잡는 것이다.” - 헨리 나우웬의 ‘긍휼’ 중

페루-대학교에 찾아갔다가 직원의 집에 초대받아서 1주일을 머물면서-너무 귀한 대접을 받았던 순간이었다.©박정규

얼마나 부르짖어서였을까? 아직, 당신 보시기에 기분 좋은 목소리로 드리는 기도를 배우지 못한, 자신만의 필요를 울부짖는 갓난아기의 울음 같던 내 기도를 들으신 걸까?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우리 가족을 위해 고사리 같던 손으로 두 무릎을 모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 누나의 가슴 저미는 눈물방울 수 때문이었으리라.

웃을수록 더 마음이 어두워졌던 거짓미소를 보이던 시절에 나보다 몇 배는 더 큰 흉터를 보여주며 아침햇살 같은 미소로 다가와준 교회 친구들의 당신의 ‘회복의 힘’을 신뢰하던 기도 때문이었으리라.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온, 언제 터져버릴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불안한 마음을 가진 친구를 위해 헤어질 때면 어김없이 눈물을 흘려주었던 말은 달라도 마음은 같았던 길 위의 적지 않았던 진실한 친구들의 기도 때문이었으리라.

쳐들어가는 것처럼 평온한 선교지와 일상에 뛰어든 불청객에게 “‘사명’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라며 ‘나도 뭔가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해주었던, 나보다 내 영적인 문제를 더 잘 꿰뚫어 보고 더 많이 아파했던 하나님의 사람들, 바로 그들의 기도 때문이었으리라. 각자 다른 나라, 다른 상황, 다른 시간에서 드리는 그들의 ‘중보기도’를 그분은 들어주셨다. 그리고 ‘긍휼히’ 여겨 주셨다. 아니 필자가 기도했던 그 이상으로 필자에게 꼭 맞는 방법으로 응답하셨다.

베네수엘라-길가는 택시 운전사가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날©박정규

첫 번째로 ‘정화필터’를 정말 주셨다. 조금은 장난스러운 ‘기도’일지도 모르지만 여행자에게는 정말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음식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로 여행을 중도 포기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죽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만 3년 동안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몸살감기, 설사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마르지 않는 지갑’을 주셨다. 2007년 7월 중순-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출발, 2009년 2월 중순-브라질 상파울로 도착. 만 1년 7개월 동안 ‘은행’에 한 번도 가지 않고 여행한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누가 뭐래도 난 믿어야 했다. 1차 여행이 끝나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에 모든 경비를 사용하고도 출발 재정의 두 배가 넘도록 채워 주셨으니 말이다. 하지만 ‘은혜’를 잊어버리는 탁월한 머리 덕분인지 중간에 몇 번 의심을 했고, 페루에서 결국 ‘은행’을 찾았다. 단순한 필자는 바로 ‘반성의 기도’를 드렸다. 다행히 넓은 품을 가지신 그분은 다시 웃으시면서 필자를 받아주셨다.

페루에서 볼리비아까지 이동할 만큼 재정을 채워주셨고, 다시 볼리비아에서 칠레까지 이동 할 만큼 재정을 채워주셨고, 칠레에서 아르헨티나까지 갈 만큼 재정을 채워주셨다. 그렇게 다음 나라에서 다음 나라까지 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주셨고, 마지막 종착지인 브라질까지 변함이 없으셨다. 현재 재정은 여행 출발 당시의 재정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정 부분에 대해서 무엇보다 감사한 건 필자가 ‘흑자여행’을 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기뻐하고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없어서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겠어요! 라고 말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돈’을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사용할 때 비로소 돈은 ‘돈다운 돈’이 된다는 것을 조금 배웠다는 것이다.

콜롬비아-인적이 드문 길에서 살고 있던, 한밤중의 필자의 방문을 반겨주던 친구들과 함께©박정규

세 번째로 ‘사고’가운데 지켜 주셨다. 누구나 한번쯤 여행 중에 겪는 ‘각종 사고’. 특히 자전거 여행자들은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교통사고’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아는 여행자들도 자전거가 조금 파손된 경우, 병원에 며칠 입원한 경우, 수술한 경우가 있었다. 한번은 필자가 지나온 길에서 1주일 전에 유럽 여행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연민과 함께 등골이 오싹하기도 했었다(사망기사를 실은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게 된 것 이었다). 한 번의 권총강도(피해물품은 없었다), 한 번의 흉기강도(소형 카메라 1대), 두 세 번의 좀도둑 등이 전부였다. 물론 피해 물품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멀지 않아서 더 좋은 만남의 축복가운데 더 좋은 물품들로 채워 주셨다.

네 번째로 ‘만남의 축복’을 주셨다. 필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세계지도를 뚫어져라 쳐다 봤다. 몽골(선교사님), 일본(지인), 미국(목사님) 끝이었다. 필자가 해외에 알고 있는 유일한 나라들이었다. 하지만 해외에 아는 사람이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분은 보여주셨다.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셨다. 그들을 통해서 필요를 채워주셨고 당신을 위한 고민을 하게 하셨다. 또한 삶의 다양한 모습 속에 필자가 잠시나마 살아볼 수 있는 특권을 주셨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혜를 주셨다.

에콰도르-길에서 만난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와 함께 비오는 날 요리를 해먹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박정규

쿠바-여행 첫째 날에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일본,이스라엘 커플과 함께©박정규

다섯 번째로 ‘희망’이란 평생고민을 주셨다. ‘희망질문’(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3가지만 알려주십시오,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을 시작으로 ‘희망여행’은 시작됐다. 그리고 ‘희망 주인공’(지친 나그네에게 따뜻한 쉼터를 허락한 친구들)들 덕분에 ‘희망여행’은 무사히 막을 내리게 됐다. 거친 들판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의 야생화 같은 희망이야기들은 앞으로 만나게 될 쓰러져 가는 친구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선물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던져 주었다. 그리하여 그 고민을 풀어나가는 작은 걸음의 일환으로 한국 땅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희망나눔’(여행 중에 받은 사랑과 당신의 인도하심을 나누는 일)을 해볼 계획까지 품게 해주셨다.

마지막으로 정말 나 자신을 흔적조차 없이 부서뜨리고 싶은 ‘선한 변화’에 대한 바람을 주셨다. 그리고 우리 가족을, 우리 지역을, 우리나라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또한 그분이 보시기에 흐뭇해하시도록 겨자씨보다 작은 믿음으로 한 번 온 몸과 온 마음을, 그리고 온 삶을 던져보고 싶은 마음을 주셨다. 분명히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매일, 매주, 매월, 매년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집 나간 아들을 기억하며 항상 눈물 자국 패인 마음으로 애타게 기도하며 울부짖는 하늘 아버지가 계시기에 매 순간 다시 도전할 것이라 믿는다. 그분에게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그러므로 우리가 이제부터는 아무 사람도 육체대로 알지 아니하노라.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를 육체대로 알았으나 이제부터는 이같이 알지 아니하노라.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 5장 16~17절).

페루-4천미터에 가까운 높이에서 아버지와 두 아들이 전기 없는 집에서 농사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이들을 만나지 못했으면 정말 추운 밤을 보냈을 것이다.©박정규

추신: 그동안 선한 의도로 작성하려고 했던 여행기가 필자의 개인적인 부족함으로 인해 사전허락을 받지 않고 개인 신상정보 또는 교회의 대소사를 소개한 점, 현지 언어를 확인 작업 없이 추측으로 번역해 부정확한 사실을 소개한 점 등을 통해 혹시라도 피해를 입거나 불쾌하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제 허물을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보셨던 분들 또한 그동안 인내하며 중보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그분이 주시는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 이를 위해 무릎으로 나아가는 믿음의 청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말없이 중보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과 귀한 나눔의 기회를 주신 뉴스미션 관계자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과 하나님의 사랑과 평안이 늘 함께 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4월 6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페루-4천미터 눈산을 향해서 가고 있는 모습. 너무도 평화로운 마을을 지나며 동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박정규

희망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 세계여행 엿보기

희망여행의 목적

1. 인간에 대한 신뢰성 회복. 언론매체가 전하는 부정적 세상만이 전부가 아니며, 아직 지친 나그네를 긍휼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증명함으로써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는 데 작은 보탬이 된다.

2. 희망질문(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3가지만 알려 주십시오, 당신을 위해 기도해 드리겠습니다)을 통해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그리고 좀 더 높은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3.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자연스럽게 알린다.
4. 희망을 씨앗을 함께 나누는 동기부여서적을 출판한다.
5. 대한민국, 해외 동포들, 현지인의 삶을 올바르게 홍보한다.

희망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 세계여행-북 아프리카 일정을 내려놓았기에 원래 계획보다 한 달 일찍(4월 7일) 귀국했다.©박정규

희망여행 이동경로 및 기간

2006년 5월 16일 ~ 2009년 4월 6일 / 만 3년, 16개국, 약 27,000km(자전거 이동거리)
* 1차 여행: 2006.5.16 ~ 2007.2.28
아시아, 북미: 4개국 / 한국-몽골-중국-인도-미국-한국

* 2차 여행: 2007.6.13 ~ 2009.4.6
중, 남미, 아시아: 12개국 / 한국-쿠바-베네수엘라-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브라질-일본-한국

-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희망여행카페의 ‘자전거 세계일주!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글을 참고하세요. (희망여행카페: www.kyulang.net)


베네수엘라-어둠 가운데 인도하실 당신을 떠올리게 한 십자가©박정규

박정규(뉴스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