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를 갖고 있을까
자살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를 갖고 있을까
김충렬 박사의 ‘살자’ (12)- 자살의 심리적 원인 [2009-04-0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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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
2. 한국인의 자살 실태와 기독교인의 자살
3. 기독교인 자살의 심각성
4. 자살의 역사적 이해-(1) 고대(古代)
5. 자살의 역사적 이해-(2) 교부시대
6. 자살의 역사적 이해-(3) 르네상스 시대
7. 자살의 역사적 이해-(4) 종교개혁 시대
8. 자살의 역사적 이해-(5) 계몽주의 시대
9. 자살의 역사적 이해-(6) 낭만주의 시대
10. 자살의 역사적 이해-(7) 19-20세기
11. 자살의 원인-(1) 생물학적 원인
12. 자살의 원인-(2) 심리적 원인
2. 자살의 심리적 원인
자살의 심리적 원인을 살펴보려면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어떤 심리를 갖고 있는가?’, ‘그들은 왜 자살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들은 어떤 심리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는가?’ 등이 해당된다. 이런 질문을 던지고는 있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시원한 답변에는 미흡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는 심리학 영역에서 자살에 대해 학문적인 연구가 있지만, 그 입장이 학파마다 다르고 누구나 동의할 만큼 일치된 결론이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때문이다.
자살의 본격적인 연구가 공교롭게도 사회학자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eim)이 자살에 대한 이론을 정리해 발표하면서 자살을 심리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심리학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이런 관점에서 자살의 심리적 원인에 대해 몇 가지 특징적인 점에 초점을 맞춰 포괄적으로 정리한다.
(1) 욕구 좌절에 의한 자살
인간은 욕구적 존재다. 자신의 욕구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욕구가 심각하게 침해받거나 이룰 수 없다고 판단되면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는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개인이 기대하고 바라는 욕구가 좌절됨에 따른 갑작스런 태도다. 이는 인간에게 욕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극심한 욕구의 좌절이 있을 때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욕구의 좌절과 관련해 다음 네 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다.
1) 사랑의 실패로 인한 자살
사랑의 실패는 위축된 사랑, 수용과 의존, 협력에 대한 욕구의 좌절과 관련된다. 사랑과 관련해 자살하는 경우는 ‘사랑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의 실패 때문에 죽으려는 사람들은 자살이야말로 사랑의 진실을 증명하는 최후의 방법이라 믿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사랑에 의한’ 자살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프랑스혁명 때 연애로 인해 일어난 자살 중 소피 모니에의 사례는 아직도 인구에 회자된다. 대웅변가이던 미라보와의 파란만장한 관계로 유명했던 그녀는 미라보가 죽자 마지막 연애가 끝났으니 자기 앞날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미라보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집에 돌아와 그의 초상을 손에 쥐고 자살했다. 자살 도중 마음이 변할까봐 그랬는지 두 발을 쇠사슬로 침대 기둥에 매어둔 상태였다는 점은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사랑과 관련된 이러한 사례는 연애의 실패가 일차적이지만, 사랑과 애정의 실패, 더 나아가 더 넓은 의미의 사랑으로 이해되는 ‘진정으로 자신을 수용하지 않고 협력해주지 않는 사람들부터의 좌절된 심리’도 해당된다.
2) 중요한 관계의 단절로 인한 자살
중요한 관계의 단절은 인간에게 극심한 슬픔을 유발시킨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기대 살던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면 겉잡을 수 없는 심리적 상태가 된다. 이런 점에서 전술한 사랑의 관계와 일면 중첩되지만, 여기서는 연애를 뛰어넘어 상당히 의존하던 사랑의 관계를 의미한다. 이런 관계는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협력과 양육에 대한 욕구의 좌절과 관련된 것이기에 대개는 심리적 선행 요소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치명적으로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 집단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련돼 있지 않다고 느끼는 것 등이다.
관계의 단절은 대개 심각한 소외를 초래한다. 이때 당사자는 인간이 원초적으로 갖는 외로움을 깊이 경험한다. 자신은 혼자라는 소외와 외로움이 겉잡을 수 없이 밀려든다. 함께 살아가던 배우자나 가족들과의 사별이 대표적이다. 필자가 상담한 내담자 중에는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신지 6개월 후에 모친이 자살한 경우가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모친은 사랑하는 남편 없이 혼자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남편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뒤따라 갔을까 생각하면서도 남은 가족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가누지 못한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다. 이런 자살은 흔하지 않지만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3) 수치·모욕과 관련된 자살
한 개인이 극심한 수치와 모욕을 당하면 감당하기 힘들어 평소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이렇게 일어나는 자살은 심리학적으로 공격받은 자아상과 수치, 패배, 모욕과 불명예에 대한 욕구 좌절과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수치와 모욕을 치욕이라 한다면, 여기는 명예훼손이나 불명예 또는 중상모략 등이 포함된다. 개인은 이런 치욕의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행동을 시도하는데, 자살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자살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불명예를 씻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도 이런 측면과 상당히 관련돼 있다. 이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누명이나 억울한 사건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명예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조롱하고 야유를 보낸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힘을 내기 어려운 가운데, 보란듯이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자살을 선택한다. 역사적인 인물 가운데는 1960년대 그리스 과학자 지시스가 이러한 예다. 그는 납을 원료로 한 도료를 사용해 파르테논 신전을 보수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신문에서 그 제안을 비웃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정확한 것이었고 오늘날 전문가들은 그가 제안했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 부당한 대우에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자살
명예회복에 의한 자살은 대개 사회 질서와 관련돼 일어난다. 자신의 공과를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해 법적으로 책임을 지거나 사회로부터 심각한 침해를 당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는 자살에는 와해된 조절, 예측 가능성과 정리, 성취와 자율성, 질서를 이해하는 데서의 좌절과 관련된 문제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왕이나 대통령, 또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고 지금도 있는 편이다.
로마의 웅변가 라비에누스 티투스는 몇년간 몰래 당시 역사를 쓰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신하에게 고발된다. 원로원은 그가 써놓은 것들을 모두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라비에누스는 자신이 저술한 것을 잃으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 가족 묘지로 가서 자살했다. 부당한 대우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는 굳이 역사적 사건을 들추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기업 고위간부의 한강 투신과 현재 보도되고 있는 여자 연예인의 자살 등은 죽음으로 부당한 대우를 알리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안타까운 노력으로 봐야 할 것이다.
(2) 심리적 고통의 출구로서의 자살
자살은 또 심리적인 고통의 출구로서 시도된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살을 감행하기 전 먼저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여건이나 사건이 심리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심각하게 경험한다. 극심한 심리적 고통이란 물론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대단히 힘겨운 일도 별 것 아니라고 여기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가벼운 일상의 고통을 무척 힘겨운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심리적 고통은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극심한 좌절감과 엄청난 방해 또는 심각하게 위축을 초래한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사람은 심리적 고통이 극에 달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에서 고통의 출구를 찾고자 한다. 그것이 반드시 자살이라는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지만, 마땅한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결론이 나면 자살을 선택한다. 이는 자살이 고통스런 정신적 삶을 정지시키는 수단으로, 견딜 수 없는 심리통(psyache)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인지행동학자들은 역사적으로 자살을 ‘도움의 호소(cry for help)’라 간주한 것을 ‘고통의 호소(cry for pain)’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살 행동은 뭔가를 전달하려는 경우가 많고, 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고통에 의해 유발되므로 고통이 일차적이고 도움에 대한 호소는 이차적이라는 것이다.
자살의 심리적 고통은 현재 상황을 벗어날 수 없고 구원받을 수 없다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아무도 이런 고통에 있는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고 판단되면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이 과정에서는 대개 개인의 심리적 과정이 개입해 좌절을 피하는 것,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사회적 지지에 의해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를 왜곡되게 한다. 그 결과 개인은 덫에 걸렸다는 느낌과 막다른 골목이라는 느낌(sense of entrapment)을 갖게 돼 실패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결합되고,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이때 이전의 부정적인 생각이 실패했다는 기억과 함께 문제 해결능력을 저하시키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기력의 생물학적 과정이 유발되거나 모방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를 초래한 때문이다.
(3) 절망적 현실로부터의 도피로서의 자살
현실은 자신의 삶을 떠받치는 힘이다. 사람은 자신의 현실이 빈약하면 힘을 잃지만 현실이 희망적이거나 좋으면 힘을 얻는다. 이런 점은 개인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심리적인 문제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상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욕심이 적은 사람이나 현실에 기대감이 낮은 사람은 기대감이 높은 사람에 비해 불만족은 작아지게 된다. 그만큼 절망감이 감소되기에 자살할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바라는 이상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의 불만족으로 인한 좌절감이 자살의 기초임을 의미한다.
현실에 대한 괴리감은 종종 부담으로 작용해 개인을 심리적으로 심각하게 억압하기도 한다. 그러면 개인은 억압 상황의 회피를 시도한다. 그래서 인지치료학자인 바우마이스터(Baumaister)는 자살을 ‘자기로부터의 도피’로 개념화하면서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제시했다.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기대 수준은 높지만 현실적인 상태가 그에 도달하지 못할 때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생기고, 그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려 자기 비난과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주의 초점을 자신에게 되돌려 고통스러운 자기 지각이 더 커지고 자신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여기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 상태가 초래된다.
개인은 고통스런 생각과 감정을 해소할 수단을 강구하는데, 이때 어떤 판단을 할 수 없는 ‘인지적인 몰락(cognotive deconstruction)’ 상태가 된다. 인지적인 몰락 상태에서는 정신 기능이 협소화돼 매우 부정적인 판단을 초래한다. 모든 것에 대한 의미부여를 거부하고 피상적이고 무가치하게 지각하고 해석하는 정신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상태는 자살을 가로막던 여러 가지 내적 억제력을 약화시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절망적 현실 앞에 힘을 잃지 않고 의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은 강한 존재인 것 같아도 실제로는 한 마디 말에 자신을 포기할 수 있는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상황을 반전 내지는 변화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해결의 출구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극단적인 방법 중 하나로 죽음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이유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기보다 그들이 처해있는 환경의 어려움과 심리적 상태를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 한 마디의 위로와 격려의 말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4) 자기파괴적 본능에 의한 자살
자살이 자기파괴적 행동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인간의 본능적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파괴를 일삼는 유전인자가 내재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런 본능에 대해 프로이트(S. Ferud)는 인간이 건설적인 측면을 가진 특성을 에로스(Eros)라는 생명본능으로, 파괴적인 측면을 가진 특성을 타나토스(Thanato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인화된 죽음의 신)라는 죽음본능으로 구분했다. 생명본능인 에로스를 그토록 구가하던 그가 전쟁을 겪으면서 파괴를 일삼는 인간을 보면서 인간이란 죽음, 곧 무기물로 돌아가려는 본능을 선천적으로 가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파괴적 본능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건설적으로 노력하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을 엎어버리고 싶은 심리가 작동되는 것으로 경험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들은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라 불렀다. 이 죽음본능인 타나토스와 대립되는 것이 바로 에로스인데, 이는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생존본능이다. 일반적으로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서로 굳게 융합돼 있다. 이를테면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인간은 두 가지 본능, 즉 에로스에 이끌려 삶을 영위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타나토스의 영향을 받아 죽음의 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칼 메닝거(Karl Menninger)는 이런 파괴적 본능에 대해 자살 행동을 하게 만드는 정신역동적인 동기라고 표현했다. 죽이고자 하는 소망, 죽임을 당하고 싶은 소망, 죽고 싶은 소망 등이다. 모든 자살의 경우 이 세 가지 동기가 모두 나타나지만, 나중에는 어느 하나의 동기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죽이고자 하는 소망과 죽임을 당하고 싶은 소망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지만, 죽고 싶은 소망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한다. 이는 자살하고 싶은 심리가 점점 증가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살을 개인의 파괴적 본능으로 본다면 누구나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개인은 잘 살아가다가도 일이 잘 안 되거나 막히면 다시 일으켜 세워보려는 건설적인 생각을 하기보다는 ‘쓸어버리고 엎어버리려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경험하면서 살아나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많은 고생과 실패를 경험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역사의 무대에 영웅으로 선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그들을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칭송한다. 반면 조금만 견뎌나가면 되는 상황에서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인생의 실패자’로 낙인찍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 아니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가의 문제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개인이 생활해 온 경험과 성격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5) 기타 원인론적 자살
자살에는 실로 다양한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죽음으로 타인에게 복수하려는 보복성 자살, 스스로 자신의 무기력함을 비관해 죽음을 선택한 자기처벌성 자살, 그리고 죽음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자살도 있다.
보복성 자살은 죽음으로 타인에게 복수한다는 측면에서 가해적인 자살이다. 설령 자살자가 잘못한 경우라도 이때는 자살자의 엄격한 우위성이 인정된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복성 자살은 자신을 파괴하면서 상대방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의도를 가진 가해적 자살이다.
그런가 하면 스스로 무기력함을 비관해 선택한 자기처벌성 자살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자신이 가진 계획이나 생각이 너무나 형편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스스로에게 실망해 자살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에 대해 실망한 수준이 지나쳤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어느 면에서는 타인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는 매우 양심적인 측면도 있다.
반면 죽음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자살은 매우 억울하고 심각한 원한을 갖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릴 때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살은 어떤 형태든 죽음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심각한 수치심이나 불명예 등의 치욕으로 인한 것이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까봐 죽음을 선택했든, 개인의 정당성을 위해 죽음을 선택했든 모든 자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와는 달리 자살은 현상적으로 분노와 공격적·파괴적인 측면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생각은 자살을 내부로 향한 분노로 개념화했다.
그런가 하면 인지행동학자는 자살과 자기 파괴행동을 낮은 스트레스 역치, 제한된 대처 능력을 다루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부적응적인 데 대처하는 기술을 가르치고 대체하고 정적으로 강화해 행동적으로 소거할 수 있다고 본다. 이의 일환으로 만성적인 자살시도 환자를 위해 자살 행동의 동기와 능력의 결여를 결합하는 치료법을 강조하고 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중요한 대인관계, 자기조절과 스트레스 내성의 기술과 능력이 결여돼 있으며, 개인적·환경적인 요인이 가진 행동적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고 새로운 기술과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방해하며, 종종 부적절한 행동이나 자살 행동을 강화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극한 심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평소 노력이 필요
우리는 이상에서 자살의 심리적 원인을 다뤘다. 자살하려는 사람의 심리를 잘 이해해 자살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삶에서 정서적, 대인관계적, 행동적 스트레스를 개선하거나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자살 시도자들에 대한 연구에서도 인지적인 경직성, 이분법적 사고, 빈약한 추상능력과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이런 극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평소에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 자신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건설적인 노력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면관계상 자살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여러 명이 동일한 뜻을 가지고 죽는 집단자살이나 군대에서 명예와 군법에 의한 자살, 그리고 어느 단체를 위해 죽는 희생적 자살은 그 특수한 성격 때문에 다루지 못했다. 그 외에 죽은 사람과 저 세상에서 결합하려는 목적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자살은 다시 후에 기술할 자살의 유형에서 더 다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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