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영성
“동―서양 손잡고 구원의 장으로 함께 가자”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4. 7. 14:24
“동―서양 손잡고 구원의 장으로 함께 가자” |
[2009.04.04 10:25] | ||
![]() '동서신학포럼' 국내외 석학 80여명 참석 "하나님은 말씀(Word)과 영(Spirit)이라는 두 손을 주셨습니다. 새가 두 날개로 날듯이 사람은 말씀과 영으로 살아갑니다. 지금까지 동양(영)과 서양(말씀)의 기독교 문화는 단절과 편향된 상태로 발전해 왔습니다. 21세기는 통전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제 동양과 서양은 두 손을 맞잡고 구원의 장으로 함께 가야 합니다." 인류사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동양과 서양의 신학자들이 한국에서 2박3일간 흉금을 털어놓았다. 올해로 창립 1주년을 맞은 동서신학포럼(이사장 장현승 과천소망교회 담임목사)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마련한 자리에서다. '말씀과 영(성령)'을 주제로 3가지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포럼은 크리스토프 슈뵈벨 독일 튀빙겐대 교수의 개회 강연으로 시작됐다. 포럼에는 안셀름 민(경석)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신학과), 한스 요아킴 잔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대(신학과), 이기상 한국외국어대(철학과), 마르쿠스 뮐링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신학과), 라이 판추 홍콩 중문대(신학과), 리벤 뵈베 벨기에 루뱅대(신학과) 교수 등 80여명의 국내외 석학들이 참석했다. ◇동양과 서양의 말씀과 성령=안셀름 민 교수는 동양과 서양의 말씀과 성령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13세기 토머스 아퀴나스의 삼위일체론(三位一體論)과 거의 동시대인인 송나라 주자의 태극이기론(理氣論)을 비교했다. 삼위일체론은 하나님은 성부·성자·성령의 세 위격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본성으로 존재한다는 것. 이기론은 만물의 존재가 이(理)와 기(氣) 두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하는 성리학의 이론이다. 민 교수는 "두 학설이 개념도 다르고 수많은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의미심장한 유사성이 존재한다"면서 "태극이기론은 한국인들의 문화와 심성에 보다 적합한 개념이기 때문에 삼위일체설을 더욱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스 요아킴 잔더 교수는 "신학이 하나님의 능력과 현실적 무능력 사이의 모순을 극복할 수 없다면 영원한 존재는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면서 "지난 한 세기 동안 이어졌던 세계대전 등 인간이 경험한 엄청난 고통에 대한 체험은 하나님을 삶의 공적인 요소로 재고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말씀과 성령의 소통=이기상 교수는 성스러움과 영성, 우리 시대 하나님과의 소통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동서 통합적인 시각으로 우리가 사는 지구촌 시대, 지식정보화의 시대, 문화다양성의 시대에 하나님과 소통하는 길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먼저 현대를 신이 떠나버린 칠흑 같은 어둠의 시대로 규정했다. 기술의 굴레 속에 부품화의 길을 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오직 신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외친 하이데거의 문제의식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 교수는 "하이데거는 로고스 중심, 이성 중심, 인간 중심의 세계관 등 존재자 중심의 사고방식이 신이 있을 성스러움의 자리를 제거해서 신을 우리의 생활세계에서 쫓아냈다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지금 떠나버린 신을 다시 모셔오려면 무엇보다도 성스러움의 영역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쿠스 뮐링 교수는 오늘날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현대 교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신학적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신학자인 토머스 어스킨이 제시한 성령의 활동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성령의 활동이 한편으로는 말씀의 성육신과 관련하여 이해돼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문자적 의미에서 성육신과 구분됨으로써 성육신의 목적이 성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 속의 말씀과 성령=라이 판추 교수는 말씀과 성령을 통한 인간성의 형성 과정을 설명했다. 라이 교수는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홍콩인으로서 삶의 체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선 유교가 대변하는 동양의 인간관과 기독교를 통해 대변되는 서양의 인간관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그 자체로 선한 것으로 간주하는 동양의 인간관과 반대로 인간 본성이 근본적으로 타락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종래의 서양적 인간관의 편향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바람직한 인간관에 대한 대안으로 라이 교수는 "말씀과 성령을 통해 변화하고 성화될 수 있는 새로운 인간 본성의 가능성을 타진함으로써 동양적이지도 서양적이지도 않은, 그러나 동시에 동양적이면서 서양적인, 인간 본성에 대한 역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벤 뵈베 교수는 신학적 진리의 차이와 다원성에 대해 논했다. 그는 서양의 신학적 접근이 동서양의 신학자들 간에 이뤄지는 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하나님은 오직 역사적이고 구체적이며 우연적인 것에 힘입어서 자기를 드러낼 수 있다"면서 "기독교인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는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학적인 열쇠가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