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국내교회

담임목사 위임식에 ‘꽃 보다 쌀’… 면목동 동일교회 ‘사랑의 쌀 모으기’ 펼쳐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2. 25. 18:49

담임목사 위임식에 ‘꽃 보다 쌀’… 면목동 동일교회 ‘사랑의 쌀 모으기’ 펼쳐

[2009.02.23 18:29]      


담임목사 위임식에 대형 화환이나 화분 대신 쌀가마니(포대)와 라면 상자가 교회 본당 출입문 양쪽 벽에 수북이 쌓였다. 재래시장 곁에 있는 교회가 담임목사 위임식을 계기로 '미분(米分·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벌이자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2일 오후 김휘현(47) 제7대 담임목사 위임식이 열린 서울 면목동 면목시장 앞 동일교회 로비는 쌀가게를 방불케 했다. 교회 성도들은 쌀가마니를 정리하고 국수를 삶는 등 온종일 분주했다. 교회로 쌀을 배달한 시장 쌀가게는 신바람이 났다. 쌀이 동이 나자 라면 상자를 찾는 이들로 슈퍼마켓도 북적거렸다.

목사 위임식에 축하 금품과 화환을 받지 않고 '사랑의 쌀 모으기'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김 목사의 방침 때문이다. 김 목사는 위임식을 앞두고 초청장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지금까지 보살펴준 은혜에 감사하며 위임목사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A4 용지에 복사해 몇몇 지인들에게만 보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성을 보내왔다.

조촐하게 시작한 행사는 입소문이 나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목회자도 있었다. 외아들 위임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예천에서 올라온 조귀란(76) 은퇴 권사와 여섯 누이들도 '사랑의 쌀 나누기'에 정성을 보탰다. 이날 쌀은 3.5t(20㎏ 기준 175포대), 라면 121상자가 들어왔다. 당초 1t이 목표였는데 3배가 넘었다. 이대로 가면 연말까지 목표로 세운 10t은 거뜬히 넘을 것 같다.

김 목사는 "면목시장 일대는 저소득 주민들이 많아 수요일마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컵라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라면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웃들이 늘고 있는데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으로 이들의 허기진 배를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와 동일교회는 인연이 깊다. 1993년 김 목사가 목사안수를 받고 부목사로 부임한 교회다. 99년 영락교회 부목사로 자리를 옮길 땐 퇴직금을 장학금으로 내놓아 성도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김 목사의 신앙 멘토인 이철신 영락교회 목사는 '교회의 지도자'라는 제목의 위임식 설교를 통해 "목사는 세상의 권력자들과 달리 선한 영향력으로 감동을 주는 지도자로, 선한 마인드의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영혼을 구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면서 "온몸을 다해 헌신하고, 죽도록 봉사하는 김 목사도 동일교회를 영적으로 건강하고 은혜가 넘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