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이 깊이다. ,'나를 따르라'(대한기독교서회)는 '옥중서신'과 함께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의 사상을 대표.
'나를 따르라'(대한기독교서회)는 '옥중서신'과 함께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의 사상을 대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본회퍼가 1935년 독일 핑겐발트 고백교회(나치즘과 그에 호응한 독일 기독교도에 대항한 독일의 개신교회 운동) 목사 후보생 훈련소(신학교 졸업생을 목사로 안수하기 전 1년 또는 1년6개월간 훈련시키는 곳) 소장으로 취임해 집필했다. 흔히 20세 이전에 읽어야 할 현대인의 필독서로 꼽히는 이 책은 국내 신앙서적 전문가들이 기독교 명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작품이다.
1930년대는 독일 정치사적으로 소란한 시대였다. 특히 교계는 절망스러웠다. 히틀러가 총통이 되던 해인 1933년 이른바 '국가교회'(히틀러에 의해 정치적으로 꾸며진 교회)가 탄생했다. 도처에서 이 교회를 인정하지 않는 신학자들과 목사들이 직장에서 추방을 당했다.
'나를 따르라'는 혼란과 절망의 시대에 예수의 말씀을 천착했다. 예수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회퍼는 교회 내부의 이런저런 사람의 뜻이 아니라 예수의 뜻을 알고 싶었다. 강단에는 예수 자신에 대한 설교가 너무 적었고 목회자의 신념과 주장이 흘러넘쳤다. 결국 우리 자신이 예수의 말씀을 방해하는 원인이었다.
본회퍼는 '따라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의 부름에 시선을 고정했다. 예수의 부르심은 인간적 속박, 무거운 짐, 근심과 양심의 고통 등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이 부름에 응할 때 자신의 가혹한 멍에를 벗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드러운 멍에를 지게 되는 것이다.
"좇음은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예수와 관계를 맺는 것은 따름을 뜻한다. 순종 없는 기독교는 언제나 예수 없는 기독교라 하겠다. 이러한 기독교는 이미 이념 아니면 신화이다. 성부만을 알고 산 성자를 모르는 기독교는 순종을 상실한다."(33쪽)
그는 또 따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값싼 은혜로 전락시키고, 십자가를 공포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십자가는 본질적으로 고난 일반이 아니라 수난이요 구체적으로 버림을 받는 것이지 어떤 기이한 행동이나 신앙고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따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교회는 복음에서 한갓 값싼 신앙의 재료만을 찾고 일반적 자연 생활과 그리스도적인 것을 서로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으면서 십자가를 그날그날의 괴로움, 일상생활의 공포로 이해한다."(64쪽)
본회퍼는 교회가 십자가의 좁은 길을 자신있게 걸어가면서도 모든 사람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의 넓은 사랑과 자비하심으로 대하라고 권면한다. 이 둘이 겹쳐 있지 않으면 십자가의 길 대신 인간의 길을 따라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