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탕, 탕, 탕’
팽팽한 긴장을 가르며 총구를 떠난 총알이 표적의 한가운데를 뚫는다. 정장 차림에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이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사로(射路)에 서서 사격연습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들의 권총사격 자세가 일반 선수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스듬히 서지 않고 상대방에게 가슴을 정면으로 드러낸 채 쏜다. 사격에 앞서 자신의 몸이 우선 방패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호훈련의 핵심은 죽는 훈련이다.” 청와대 경호관들의 경호훈련은 적을 제압해서 내가 살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유사시 몸을 던져 국가원수를 보호하는 연습이다. 방향 탐지 훈련 중 폭발음이 났을 때 보통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지만 경호관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개방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20년째 경호처에 근무 중인 한 경호관은 “집을 나설 때도 ‘다녀올게’가 아니라 ‘나 갈게’ 라고 인사하고, 가끔은 유언 비슷한 당부의 글을 남몰래 남기기도 한다”라는 말로 자신의 일에 대한 비장함을 드러낸다. 대통령 경호관들은 오늘은 내가 국가원수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출근한다. 살면서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들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엄숙함이 그 답을 대신해준다. ‘하나 된 충성 영원한 명예’가 경호처의 훈(訓)인 이유이다.
경호는 냉철한 판단과 순간적인 결정의 연속이다. 항상 이들의 머릿속은 최악의 상황을 그리며 늘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 밖의 사생활에서도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그대로 묻어난다. 총각 경호관들은 여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도 정서불안이라고 느껴질 만큼 주변을 두리번거려 주변사람들을 긴장시킨다. 대화 중에도 끊임없이 주변을 살핀다. 습관이다. 상황이 이러니 달콤한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 극장이나 사무실을 들어가도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부터 살핀다. 여경호관이 남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도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한다. 보통은 남자가 해주어야 할 일이다. 그들은 직업병이라며 웃는다.
국제다자간행사를 성공적으로 경호하면서 외국으로부터도 인증 받는 한국의 경호처가 되었다. 2006년 국제ISO인증을 취득한 경호처의 ‘다자간정상회의 경호표준모델’은 국제경호관계관회의(APPS)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 결과 카타르 왕실경호대, 베트남 경호사령부 등이 내한해 경호처가 개설한 국제경호안전교육과정을 수료하였고, 과테말라, 칠레 등의 경호기관과도 경호 교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경호관 선발은 공개 채용 방식이다. 2008년도 채용 경쟁률은 석·박사학위 지원자를 포함해 100대 1에 달했다. 필기시험에서는 법률, 정치, 환경, 행정, 과학, 역사, 일반상식 등 각 분야의 높은 지적 수준을 요구한다. 필기시험을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체력측정과 논리, 상황조치, 종합토론, 리더십, 외국어 구사 등 5개 분야에 대한 심층면접을 거쳐 경호공무원(7급)을 선발한다.
‘국가원수의 절대 안전’은 대통령실경호처의 존재 이유이며 절대 가치이다. 오늘도 이들은 자신의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조여 맨다. 사진·글=국민일보 쿠키뉴스 호임수 기자 isho@kmib.co.kr